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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속 해운업]②한진해운, 한숨 돌렸지만…

  • 2015.09.21(월) 10:27

'구조조정+유가하락'으로 수익성 회복
컨테이너 시황 '우울'..운임 인상 절실

조선, 철강과 함께 해운업은 극심한 침체기를 맞고 있다. 유가 하락으로 잠깐 반등의 기미를 보였지만 글로벌 해운 업체들이 운임을 낮추기 시작하면서 업황은 다시 고꾸라졌다. 선박 공급 과잉도 지속되고 있다.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국내 해운업체들은 고강도 구조조정에 들어간 상태다. 해운업황의 침체 원인과 전망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


한진해운은 국내 대형 해운업체 중 가장 양호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 오랜 기간 손실구간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작년 2분기부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고강도 구조조정과 더불어 유가 하락이라는 호재를 만난 덕분이다.

하지만 낙관은 이르다. 한진해운도 글로벌 해운 경기 침체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현재 글로벌 해운 지수 중 컨테이너 지수의 하락세가 가장 가파르다. 한진해운은 컨테이너가 주력이다. 그런만큼 해운 경기 침체 리스크에 가장 많이 노출돼 있는 셈이다.

◇ 늪에서 벗어나다

한진해운은 지난 2분기 59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5분기 연속 흑자 행진이다. 전기 대비로는 61.9%나 감소했지만 전년대비로는 103.4% 증가한 수치다. 최근의 해운 경기 침체를 감안하면 호실적이다. 특히 과거 한진해운이 적자에 허덕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수익 구간에 접어들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한진해운은 지난 2013년 한때 영업손실이 1059억원을 기록하는 등 실적 부진에 시달렸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해운 업황 부진 탓이다. 이로인해 재무 압박에 시달렸고, 결국 작년 초 그동안의 독자경영 노선을 정리하고 한진그룹으로 편입됐다.

이후 한진해운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한진해운은 전용선 사업부문 매각, 스페인 터미널 매각 등 각종 자산 매각과 외부 자금 조달, 금융단 지원 등에 힘입어 총 1조7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확보했다.


아울러 비수익 노선을 과감히 정리하고 선박 수를 줄이는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이를 통해 비용 절감을 이뤄낼 수 있었다. 업계에서는 한진해운의 구조조정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선제적으로 비수익 노선과 선박을 정리한 것은 한진해운이 적자의 늪에서 탈출할 수 있는 힘이 됐다.

여기에 유가 하락으로 유류비를 아낄 수 있었던 점도 한진해운이 수익성을 개선한 배경이다. 지난 2분기 유가는 전년대비 약 30% 가량 하락했다. 이에 따라 한진해운은 약 1억달러 가량의 유류비를 절감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의 숨통이 트인 것은 구조조정과 유가 하락이라는 호재가 만난 덕분"이라며 "지난 2분기에만 해도 저수익 노선 정리, 각종 고정비용 절감 등을 통해 약 1억4000만달러 가량을 절감하는 등 이제 본격적인 수익 구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또 다시 몰려 오는 파도

하지만 한진해운의 앞날이 그렇게 밝은 것만은 아니다. 한진해운 전체 매출에서 컨테이너 부문은 작년 90%에서 올해 92%까지 확대됐다. 벌크 부문은 작년과 동일한 7%다. 한진해운으로서는 컨테이너 시황이 좋지 않을 경우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컨테이너 시황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컨테이너 운임 추이를 보여주는 SCFI(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를 살펴보면 좀 더 명확해진다. 한국선주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초부터 상승하기 시작한 SCFI 미주 노선의 지수는 8월 중순 1TEU당 1719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이후 계속 하락해 현재 1461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유럽 노선의 경우 하락폭이 더 크다. 지난 8월 초 1TEU당 1109달러까지 올랐던 것이 8월말 40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이후 등락을 반복하다가 현재는 588달러선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컨테이너 시황이 잠시 반등 기미를 보였지만 수요 부족 등에 밀려 다시 침체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진해운으로서는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 자료:한국선주협회.(단위:1TEU/달러)

컨테이너선은 장기계약이 아닌 스팟(일시적) 물량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다. 이는 화주가 물품 운송이 필요한 시점에 여러 해운사 중 운임이 가장 낮은 해운사를 선택하면 된다는 이야기다. 공급 과잉이 불러일으킨 현상이다. 따라서 해운사 입장에서는 손해를 보더라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운임을 낮추는 수밖에 없다.

현재 컨테이너선은 공급 과잉 상태다. 그동안 해운사들은 공급 과잉에 대처하기 위해 노선에 투입되는 선박의 수를 줄여왔다. 한진해운도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지난 2013년 132척이던 용선 선박의 수를 작년 107척으로 줄였다.

한진해운의 입장에서는 비용 절감을 위해 선박 수를 줄였지만 수요 부족으로 운임이 자꾸 낮아진다면 다시 적자의 늪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머스크(Maersk)와 같은 글로벌 대형 해운사들이 최근들어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발주, 각 노선에 투입하면서 운임을 낮추고 있는 것도 한진해운에게는 불안요소다.

◇ 살아남을 수 있을까

업계에서는 현재의 글로벌 컨테이너선사의 발주 현황을 고려했을 때 오는 2017년 이후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한진해운이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있지만 꾸준한 신규투자로 가격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생존이 불투명하다는 의견이 많다.

시장에서는 지난 2분기 한진해운이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업황 침체에 따른 운임 하락으로 그 효과가 희석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강성진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컨테이너 운임은 전년대비 13.7% 하락했고 이에 따른 한진해운의 매출 감소는 1억9000만달러에 달해 유가 하락에 따른 효과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 업계에서는 머스크 등 글로벌 대형 해운사들이 공급 과잉 해소에 나서고 운임이 현실화돼야 컨테이너 시황도 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진해운의 성패는 운임이 언제쯤, 얼마나 오를지에 달려있다고 보고 있다. 당초 전통적인 컨테이너 성수기인 7~9월 운임 인상을 기대했지만 현재 운임은 여전히 하락하는 추세다. 일각에서는 10월까지는 지켜봐야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비관적인 전망이 대부분이다.

머스크 등 글로벌 대형 해운사들이 운임하락을 주도하고 있어서다. 이들은 다른 해운사들과 달리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코 선박을 전 노선에 투입해 수익성을 확보하고 있다. 연비가 좋은 선박으로 한꺼번에 많은 짐을 실어 나르면서 운임을 낮추는 방법이다.

업계에서는 대형 해운사들이 공급 과잉 현상 해소에 동참해 운임을 현실화하는 것만이 살 길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강동진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컨테이너선 시장의 구조적 공급 과잉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한진해운의 실적을 낙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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