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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중동 종파분쟁 '불똥'

  • 2016.01.12(화) 15:29

건설업 : 발주 급감에 수주 어려움
정유업 : 유가 변동성 확대 우려

중동아시아 지역에서의 종파 갈등이 국제사회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바로 이슬람 두 종파인 수니파와 시아파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대립이 그 진원지입니다.

 

# 수니파와 시아파

 

이슬람 종파 중 시아파는 이슬람교의 정통성은 마호메트의 핏줄(자손)만 가지고 있다고 믿습니다. 반면 수니파는 마호메트는 후계자를 지정하지 않았으며 혈통으로 정통성을 인정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전 세계 이슬람교인 중 85~90%는 수니파이며 그 종주국은 사우디아라비아입니다. 소수인 시아파의 종주국은 이란이죠. 이런 가운데 사우디가 반정부 시아파 지도자를 포함한 테러 혐의자 47명을 처형하면서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과의 첨예한 갈등이 시작된 것입니다.

 

 

# 최대 산유국, 사우디 vs 이란

 

중동의 종파 갈등에 전 세계가 관심을 갖는 것은 이들이 주요 산유국이란 점에서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입니다.

 

사우디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원유를 생산하고 있으며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도 가장 큰 힘을 행사고 있습니다. 이란은 지난해 미국 의회가 경제 제재조치 해제를 결정하면서 서서히 원유 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데요. 원유의 글로벌 공급과잉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란의 원유 생산량 증가는 유가에 영향을 주는 또 다른 중요한 요인입니다.

 

이 뿐 아닙니다. 중동은 국내 기업들이 진출해 있거나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주요 지역 중 하나인데요. 특히 건설사들의 경우 중동 지역 플랜트 수주 등 해외 사업의 거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유가와 함께 중동 정세의 불안으로 이 지역에서의 수주가 앞으로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중동의 종파 갈등 불똥이 우리 기업들에게도 튄 셈이죠.

 

 

# 저유가에 중동 수주 반토막

 

지난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는 급감했습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5년 해외건설 수주액은 461억 달러로 전년 대비 70%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저유가로 인해 중동 지역의 발주가 급감한 탓인데요. 실제 중동 지역에서의 수주액은 165억3000만 달러에 그쳤고, 특히 중동 지역에서의 플랜트 수주액은  2014년 274억4414만 달러에서 지난해 103억9120만 달러로 절반 이상 줄었습니다. (해외건설협회) 

 

▲ 자료: 국토교통부

 

# 이란만 바라봤는데

 

이번 중동 지역에서의 분쟁으로 향후 수주는 더욱 힘들어질 전망인데요. 특히 기대를 모았던 이란의 정세 불안이 치명적입니다. 건설사들은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조치가 풀릴 경우 이 곳에서의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이란이 공격적으로 원유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었기 때문이죠.

 

한 건설사 관계자는 “중동 지역에서의 발주가 급감했지만 이란에선 새로운 사업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며 “하지만 이번 분쟁으로 기대했던 만큼의 발주가 있을지 예측하기 힘들게 됐다”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 걱정 커진 중동 건설사업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동에서 가장 많은 수주고를 올린 국내 건설사는 한화건설로 총 25억7347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그 뒤를 대우건설(22억8982만 달러)과 삼성물산(18억76만 달러), SK건설(17억9563만 달러), GS건설(16억6204만 달러) 등이 차지했습니다.

 

특히 국내 건설사들은 저가 수주 경쟁을 펼쳤던 중동 플랜트 사업에서의 원가율 상승 등으로 어닝 쇼크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이번 종파 갈등으로 중동 사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죠. 

 

▲ 자료: 해외건설협회

 

이 가운데 한화건설은 종파 분쟁 지역 중 하나인 이라크에서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라크는 수니파인 사담 후세인 대통령 이후 미국에 의해 시아파 정권이 들어섰는데요. 최근에는 급진 수니파인 IS가 시리아와 이라크 지역을 자신들의 국가로 만들려고 하는 상태입니다. 이 때문에 한화건설의 이라크 사업에 시장과 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화건설 측은 이라크 사업장의 안전 문제에 대해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으며 이라크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인 만큼 자금회수에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장과 이라크 분쟁지역은 약 20km가량 떨어져있고, 거리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며 “사업을 진행하는데 필요한 안전문제에 만전을 기하고 있으며 이라크 국책사업인 만큼 자금 회수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한화건설은 지난해 4월, 2조3400억원 규모의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조성사업을 추가로 수주했다.

 

# 출렁이는 유가에 정유사 긴장

 

이번에는 정유업계를 들여다보죠. 저유가 상황이 안정적으로 지속되는 것은 국내 정유사들에게는 호재입니다. 석유제품 수요가 늘어 정제마진이 커지기 때문인데요. 지난해 국내 정유사들은 저유가에 힘입어 분기마다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호실적을 이어갔죠.

 

반면 유가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것은 악재로 볼 수 있습니다. 유가의 추가 급락 시 재고손실이 발생하고, 정유사 실적 변동성도 확대되기 때문이죠. 이는 정유사에 대한 투자자들의 투자심리 악화로 주가에도 영향을 주게 됩니다.

 

 

시장에서도 유가 변동성 확대는 정유사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 래깅 마진(직전월 유가를 반영한 마진)은 지난해 10월 배럴 당 8.1달러에서 11월 5.1달러로, 12월에는 1.9달러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정제마진과 유가 수준이 비슷한 흐름을 보여 왔던 점을 감안하면 유가 하락으로 인해 정제마진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작년에는 예상치 못한 시황 강세로 정유사들이 호황을 누렸지만 올해는 마진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합니다.

 

# 원유도입선 다변화는

 

중동 종파 갈등으로 원유수입처 다변화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싼 값에 원유를 들여오면 생산원가를 줄일 수 있는 만큼 수입처 다변화 및 결제시점 조정은 정유사에게 가장 중요한 일인데요. 중동 분쟁으로 거래선 조정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전체 원유 수입량의 30.48%를 사우디(약 2억5864만 배럴)에서 들여왔습니다. 쿠웨이트(13.55%)와 카타르(12.39%), 이라크(11.46%), UAE(9.84%), 이란(4.44%) 등 주요 수입국들이 종파 분쟁과 관련돼 있어 어려움은 더욱 클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 자료: 대한석유협회

 

국내 정유사 중에선 에쓰오일이 상대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자회사이고, 원유 전량을 사우디에서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에쓰오일은 이번 분쟁으로 인한 영향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중동 종파 갈등으로 인한 저유가는 글로벌 경제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특정 기업에게만 해당되는 사안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 포스코, 이란과 사우디 사이에서 줄타기

 

건설과 정유업계 외에도 중동 지역에 제품을 수출하거나 관계가 있는 기업들도 종파 갈등 영향권에 있습니다. 대표적인 기업이 포스코인데요. 포스코는 지난해 독자 개발한 파이넥스(FINEX) 신기술을 이란에 수출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습니다.

 

포스코는 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1992년부터 3000억원이 넘는 연구개발(R&D) 비용을 투입했는데요. 가루형태의 철광석과 유연탄을 이용해 쇳물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게 파이넥스 기술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포스코는 사우디 국부펀드인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에 포스코건설 지분 38%를 매각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포스코의 재무구조 개선 노력과 포스트 오일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사우디 정부의 요구가 맞물리면서 성사됐는데요. 이를 통해 포스코는 1조2391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죠.

 

향후 포스코건설은 PIF와 함께 사우디 현지에서 건설 합작법인을 세우고 호텔이나 신도시, 철도 인프라 등 주요 건설에 참여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이란과 사우디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양국과 거래 관계를 맺은 포스코가 중간에 끼인 형국이 되고 만 것이죠.

 

그러나 종파 갈등은 정치적 문제일 뿐 관련 사업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게 포스코의 설명입니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번 분쟁과 상관없이 파이넥스 기술 판매는 예정된 수순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두바이투자청을 주인으로 맞은 쌍용건설은

 

또 다른 관련 기업인 쌍용건설은 수니파인 UAE의 두바이투자청(ICD)을 지난해 새로운 최대주주로 맞이했는데요. 이를 바탕으로 최근에는 두바이에서 3건의 고급 건축 프로젝트를 연이어 수주하며 기지개를 켜고 있습니다. 수주 금액만 1조9000억원(16억 달러)에 달합니다.

 

쌍용건설 역시 두바이가 직접적인 분쟁 당사자가 아니어서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고 설명합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최근 수주한 사업 진행 뿐 아니라 향후 추가 수주 등에도 중동 종파 갈등으로 인한 영향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 셰이크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 막툼 두바이투자청 의장(사진: ICD)

 

다행히 아직까지 중동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종파 갈등으로 인한 직접 피해는 입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중동의 분쟁은 글로벌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는데요. 국내 산업이 수출 주도형인 만큼 이 영향에서 벗어나긴 힘들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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