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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Story]SK그룹, 오너 리스크에 휘청

  • 2016.01.21(목) 09:27

내연녀 공개에 인사 논란도 겹쳐
등기이사 복귀에도 변수 작용

작년 8월13일이었습니다. SK그룹에는 오랜기간 고대하던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정부가 발표한 광복절 특별사면 명단에 최태원 회장이 포함된 것이죠. 당시 정부는 특별사면의 배경에 대해 "국가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경제활성화의 계기로 활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의정부 교도소에서 복역중이던 최태원 회장은 출소직후 활발한 행보를 보입니다. 전국 각지의 현장을 돌아본 것에 이어 해외로 나가 유수업체들과의 협력방안을 논의합니다. SK그룹 계열사들도 '오너 복귀'에 맞춰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제휴와 인수합병을 성사시키며 사업 경쟁력 제고와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나섰는데요.

 

하지만 지난해 12월말 공개된 최태원 회장의 편지 한통으로 모든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최 회장은 직접 작성한 편지를 통해 혼외자를 공개하는 동시에 부인인 노소영 관장과의 이혼 의사도 밝혔습니다. 최 회장이 편지라는 형식을 통해 이를 공개한 배경에는 다양한 추측이 나옵니다. 하지만 그 배경을 떠나 최 회장의 결정이 가져온 후폭풍은 만만치 않은 상황입니다.

 

당장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 가능성을 놓고 SK 계열사들의 주가가 흔들리기도 했습니다. SK그룹의 정점에 위치해 있고, 최 회장이 최대주주인 SK(주)의 주가는 20만원대 초반까지 하락한 상황입니다. 물론 주식시장 자체가 약세를 보인 것도 있지만 기업가치와 관계없는 이슈로 인해 타격을 받은 것이죠.

 

특히 편지 공개이후 최 회장의 내연녀에 대한 갖가지 소식들이 쏟아지면서 여론은 싸늘하게 식었습니다. 내연녀와 SK 계열사와의 아파트 거래를 둘러싼 의혹이 제기되면서 금융당국이 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에 나섰고, 금융소비자원은 최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나선 상태입니다.

 

▲ 2016년 SK그룹 신년회에 참석한 최태원 회장이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얘기를 나누는 모습.

 

내연녀 문제는 개인적인 가정사라고 치더라도 최근 불거진 인사 문제는 최 회장의 경영스타일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합니다.

 

SK는 최근 그룹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이른바 통합금융솔루션팀(IFST, Integrated Financial Solution Team)를 만들었습니다. 각 계열사들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재무나 사업적인 지원을 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 SK의 설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팀의 수장으로 은진혁 전 인텔코리아 사장을 부사장급으로 영입하면서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은진혁 씨는 과거부터 최태원 회장과 친분이 있던 인물입니다. 벤처기업인과 재벌 2·3세들 사교모임이었던 브이-소사이어티(V-society)에서 최 회장을 만나 인연을 맺어온 것으로 전해집니다. 은 씨의 영입은 누가 봐도 최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정입니다. '비선라인' 논란이 제기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논란이 커지자 은진혁 씨가 입사를 고사하면서 결과적으로 영입 건은 없던 일이 됐습니다. 다만 최 회장의 '용인술(用人術)'에 대해서는 말들이 많습니다. 최 회장이 지난 2013년부터 두번째 실형을 살게된 배경에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이라는 '비선라인'이 있었다는 것은 이미 밝혀진 사실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다시 측근으로 분류되는 외부인물을 새로운 조직의 수장으로 영입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 재계 3위인 SK라는 그룹에서 말입니다.

 

SK그룹 임직원들은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불만이 상당하다고 합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SK에게 가장 큰 리스크는 최 회장이 돼 버렸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최 회장의 리더십도 상처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실제 올해 최 회장의 주요 계열사 등기이사 복귀를 추진하려던 SK의 계획도 흔들리고 있다는 관측입니다. 최태원 회장은 과거 SK(주)와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등에서 등기이사로 재직했습니다. 올해 이 자리에 복귀할 것이란 예상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분위기라면 최 회장의 복귀에 대해 다른 주주들의 반발을 배제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특히 외국인 주주들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도 관건입니다.

 

최 회장은 현재 스위스에서 열리는 다보스포럼 참석을 위해 출국한 상태입니다. 편지 공개이후 SK그룹 신년회에 잠시 모습을 드러낸 이후 처음으로 갖는 공식적인 자리입니다. 최 회장이 이번 포럼에서 대외적인 발언을 내놓을 것인지, 또 귀국해서 어떤 모습을 보일 것인지 관심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최 회장은 과연 이 상황을 타개할 복안을 마련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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