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대(對) 중국 수출입이 주춤하고 있다. 특히 최근 2년 동안 대중 수출 규모가 줄면서 무역수지 흑자도 계속 감소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함께 중국 기업들의 기술 추격이 겹친 탓이다.
특히 중국은 과거와 달리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부품소재를 비롯해 문화와 지식서비스 등으로 산업의 중심축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중국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중국 기업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 이문형 산업연구원 베이징지원장은 24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중국의 대전환, 한국 경제 해법은' 세미나에서 중국 산업의 변화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
이문형 산업연구원 베이징지원장은 24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중국의 대전환, 한국 경제 해법은’ 세미나에서 우리나라 정부와 국내 기업들은 중국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지원장은 “한중 FTA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며 “특히 양국 지방정부 사이의 협조를 통해 다양한 협력 채널을 구축하고 활동하면 상호간 이해 폭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중국은 지방정부 주도의 시장경제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지방정부가 경제적으로 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의 20여개 지방 정부는 우리나라와 함께 산업단지를 조성해 협력하길 원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게 이 지원장의 설명이다.
정부 간의 협력 뿐 아니라 기업 간 협력도 심화될 필요가 있다. 중국에서 새롭게 등장한 유통 플랫폼인 전자상거래 및 현지 대형 유통망을 확보해야 시장 진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글로벌 M&A(인수·합병) 시장에 함께 진출하면 중국 뿐 아니라 북미와 유럽, 일본 등 선진 시장 공략도 가능한 상황이다.
이 지원장은 “국내 기업이 생산한 제품을 중국 시장에 팔기 위해선 중국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중국의 대형 유통상을 확보하거나 전자상거래 등 유능한 플랫폼을 잡아야 새로운 중국 시장을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기업과 함께 투자하거나 지분 맞교환 등을 통해 하나의 기업이 된다면 중국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물론 선진국 시장 진출도 좀 더 수월할 것”이라며 “LCD 산업에서 한국 패널 기업(삼성·LG)과 중국 TV 업체(스카이워쓰·TCL)의 지분 제휴로 상호간 안정적 수급을 보장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덧붙였다.
이 지원장은 최근의 중국 산업에 대해선 높은 기술을 요구하는 부품소재산업과 문화 및 지식산업 등으로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이들 산업에서 한중간 협력을 강화하면 고급 인재 양성 뿐 아니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구조조정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아울러 “지능형 로봇이나 바이오, 신에너지 산업 등은 한국과 중국의 공통 관심 분야”라며 “기술 등 혁신 역량에선 우리나라가 앞서지만 혁신 환경에선 중국이 우위에 있기 때문에 협력을 통해 상호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문형 산업연구원 베이징지원장
산업연구원 중국 분야 대가로 통한다. 1984년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를 졸업한 뒤 대만대 경제연구소(석사)와 중국 베이징대 광화관리학원(박사)에서 공부했다. 2005년부터 산업통상자원부 대중국 경제모니터링 시스템을 총괄하고 있으며 외무부 정책자문관 등도 역임했다. 산업연구원 국제산업협력센터 소장 등을 거쳐 현재 베이징지원장으로 근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