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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사 울리는 용선료' A to Z

  • 2016.05.01(일) 12:32

비싼 용선료, 해운업 위기 주범
용선료 협상 결과에 해운사 운명 결정

국내 해운사들이 선주사들과의 용선료 협상에 사활을 걸고 있다. 용선료 협상 결과에 따라 회사의 존폐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는 국내 해운사 중 구조조정 1순위로 꼽은 현대상선에게 용선료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지원 할 수 있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용선료 협상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정부의 자금 지원을 통해 기사회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회사는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용선료 조정이 안 되면 채권단은 법정관리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26일 열린 기업 구조조정 방안 발표에서 국내 해운사들의 용선료 인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자료: 금융위원회)

 

# 용선료가 뭐기에

 

선박을 이용해 제품을 운반하는 사업인 해운업에 있어 수익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용선료와 운임이다. 국내 해운사들의 경우 국제 선주사들로부터 선박을 빌려 운송 사업을 하는데, 이 때 선주에게 내야하는 돈이 용선료다. 운임은 물건을 운반해주는 대가로 받는 돈이다.

 

가령 육상에서 트럭을 빌려 운송업을 한다고 보자. 이 사업자가 물건을 배송하고 받는 돈은 운임이고, 트럭 주인에게 내야하는 돈은 용선료인 셈이다. 

 

한진해운은 현재 운영하고 있는 선박 151척 중 91척을. 현대상선은 125척 가운데 85척을 선주로부터 빌려 영업하고 있다. 그만큼 용선료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 너무 비싼 용선료

 

비싼 용선료는 국내 해운업을 위기에 빠뜨린 주범으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해운사와 선주사는 장기간 용선료 계약을 맺는다. 선주사 입장에선 안정적으로 매출을 확보할 수 있고, 해운사는 단기간 계약보다 장기간 계약 시 더 싼 값에 선박을 빌릴 수 있어서다.

 

국내 해운사들의 경우, 용선료가 너무 비쌀 때 장기 계약을 맺었다는 게 문제다. 현재 국내 해운사들은 시세보다 5배 가량 많은 돈을 용선료로 납부하고 있는 상태다.

 

국내 해운사들이 용선료 장기 계약을 체결한 시기는 2010년이다. 당시는 해운업황이 좋은 때라 비싼 용선료를 충분히 부담할 수 있었지만 이후 글로벌 경기침체와 함께 물동량은 급감했고, 수익원인 운임 역시 큰 폭으로 하락했다.

 

결국 국내 해운사들은 버는 돈은 계속 줄어드는데 반해 비싼 용선료를 지불해야 하는 탓에 지난 몇 년 간 적자를 지속한 것이다.

 

 

실제 현대상선은 지난해 매출액(5조7685억원) 중 33%인 1조8793억원을 용선료로 지불했다. 지난 5년 동안 나간 용선료만 13조8303억원이다. 이 기간 벌어들인 매출액(44조2508억원)의 31% 수준이다.

 

한진해운 역시 지난해 1조146억원의 용선료를 냈고, 올해도 약 9288억원의 용선료를 내야하는 처지다. 선주사들과의 계약 기간을 고려하면 한진해운이 앞으로 부담해야 할 용선료는 5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 용선료 받아가는 선주는 누구

 

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이 선박을 빌린 선주사는 22개, 한진해운은 18개사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선주사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파악이 힘든 상황이다. 다만 이들 중 대다수는 그리스와 영국, 일본 선주사인 것 정도만 공개된 상태다.

 

현대상선은 현재 선주사들과 용선료 인하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상선의 경우, 선주사들의 80% 가량이 용선료 인하에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은 선주사와 용선료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내달 중순 이전까지 긍정적인 소식이 들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지난 25일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한 가운데 채권단이 용선료 인하와 운영자금 마련 계획 등 보완책을 요구해 검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한진해운은 용선료 인하를 위한 선주 협상을 개최할 계획이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고가 용선선박은 2017년까지 대부분 반선 예정”이라며 “용선료 조정 작업이 원만히 진행되면 원가 구조가 지속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용선료 깎을 순 없나

 

국내 해운사들은 어떻게 해서든 용선료를 낮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채권단의 동의를 얻지 못해 자율협약이 아닌 법정관리에 들어가야 한다. 가장 강력한 구조조정 제도인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신규 자금 지원을 받기 어렵고, 회사채 투자자들까지 손실을 떠안게 된다.

 

이는 용선료 계약을 맺은 선주사들도 마찬가지다. 국내 해운사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면 기존 계약에 따라 지급받아야 할 용선료를 받지 못하게 된다.

 

실제 지난 2013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STX팬오션의 경우, 법원의 자금집행 중단으로 용선료 및 연료 대금을 제때 납부하지 못해 선박이 가압류에 걸려 운항을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법원의 허가 없이는 자금 지급이 불가능한 까닭이다. 또 법정관리 기간 중 법원은 100여척에 달하는 STX팬오션 용선계약 중 80척 정도의 계약을 해지한 바 있다. 이렇게 되면 선주사들은 용선료 자체를 못 받는 상황을 맞게 된다. 

 

국내 해운사 입장에선 법정관리가 선주사들과의 협상 과정에서 오히려 무기 역할을 할 수 있다. 용선료를 인하하면 과거보단 적지만 지속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반면, 현 수준의 용선료를 강행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용선료를 한 푼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을 협상 과정에서 선주사 측에 강조하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해운사들의 용선료가 비싼 만큼 선주사들은 용선료를 낮출 여력이 있다”며 “전 세계 해운업황이 어려워 선주사들의 용선료 인하 결정이 쉽지 않겠지만 고통분담이란 명분과 함께 어느 쪽이 더 이득인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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