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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하반기가 기대되는 몇가지 이유

  • 2016.06.29(수) 16:58

2분기 실적 부진 지속 예상…수익성 하락
하반기 신흥국 회복이 관건…환율·유가 긍정적

상반기동안 현대차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판매는 부진했고 수익성도 나빠졌다. 특히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한 해외 판매 감소가 뼈아팠다. 언제부터인가 현대차에게서 '신차 효과'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주력모델들의 부진은 이어졌다. 그 사이 경쟁업체들은 무섭게 따라붙었다.

시장에서는 현대차의 2분기 실적에 대해 전년대비 소폭 감소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가 가지고 있는 각종 불안 요소들이 여전히 해소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점을 하반기로 돌리면 기대해볼만 하다는 분석이 많다. 환율, 유가 등 그동안 현대차의 수익성을 저해해왔던 요인들이 조금씩 안정돼가고 있어서다.

◇ 2분기도 부진할 듯

지난 1분기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5.5% 감소했다. 지난 2014년 2분기를 정점으로 추세적인 하락이다. 판매도 신통치 않았다. 1분기 판매량은 전년대비 6.4% 줄었다. 판매가 줄어드니 수익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판매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대중차 브랜드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2분기 실적 전망도 좋지 않다. 시장에서는 현대차의 2분기 영업이익에 대해 전년대비로 적게는 0.4%에서 많게는 6.8%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론 전년대비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는 곳도 있다. IBK투자증권은 현대차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에 대해 전년대비 3.7% 증가한 1조8000억원 수준으로 예상했다.


현대차의 2분기 실적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것은 그만큼 현대차가 처한 현실에 불확실성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차를 지탱해왔던 수익 기반들이 흔들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과거 현대차는 내수가 기반이었다. 환율은 수출시에만 신경쓰면 됐다. 그만큼 외부환경이 수익성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이제는 다르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만큼 현대차의 수익성을 좌우하는 요소들이 늘어났다. 최근 수년간 현대차 수익성 악화의 주범으로 꼽혔던 환율이 대표적이다. 유가 하락도, 신흥시장의 불안도 모두 현대차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새롭게 맞닥트린 변수들이다.

문제는 현대차가 이런 새로운 변수들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환율의 경우 2014년에는 달러-원 환율 하락에 고전했다. 작년에는 달러가 아닌 루블화, 헤알화 등 이종통화의 환율 변동에 수익성이 흔들렸다. 판매는 신흥 시장의 수요 감소로 부진했다. 이런 현상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 아직도 위험 요소는 많다


현대차의 판매가 부진한 가장 큰 원인은 신흥시장 때문이다. 신흥시장에 속한 국가들은 대부분 원자재 수출이 주요 산업이다. 하지만 최근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이들 신흥국들의 경제사정이 나빠졌다. 소득이 줄면서 구매력도 떨어졌다. 여기에 유가하락까지 겹쳤다.

현대차가 글로벌 업체로 도약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신흥시장의 힘이 컸다. 미국, 유럽 등의 주요 시장은 진입이 어려웠다. 이미 미국과 일본 업체들이 선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상대적으로 경쟁자가 적은 신흥시장에 집중했다. 그리고 여기서의 성공을 토대로 도약했다. 신흥시장의 구매력 감소가 현대차에게 큰 타격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내수 시장도 문제다. 이달 말로 개소세 인하 기간이 종료된다. 업계에서는 곧 '수요 절벽'이 올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에게 내수시장은 고부가가치 차종을 판매하는 곳이다. 판매 확대를 위해 내수는 고부가가치 차종, 해외는 대중차를 육성했다. 이 때문에 내수와 수출을 담당하는 국내 공장의 평균판매단가는 해외 공장보다 높다. 하지만 내수는 수요절벽, 수출은 신흥시장 부진이라는 악재에 직면해있다.


이런 현상은 이미 현실화됐다. 올들어 지난 5월까지 현대차의 국내 생산·해외 판매량은 전년대비 14.9% 감소했다. 현대차의 국내 생산·해외 판매량은 전체 판매량의 약 20%가량을 차지한다. 그런만큼 국내 생산·해외 판매 부진은 현대차의 수익성 악화에 원인이 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현대차의 경쟁력이 점점 더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는 세단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 현재 대세는 SUV다. 저유가까지 겹치면서 SUV 시장은 계속 성장 중이다. 세단 시장은 줄어들고 있다. 지난 5월까지 현대차의 세단 판매량은 전년대비 19.3% 줄었다. 같은 기간 RV모델 판매는 5.9% 증가했다.

볼륨 모델들의 판매 부진도 현대차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원인이다. 쏘나타와 아반떼로 대변되는 현대차의 볼륨 모델들은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한 지 오래다. LF쏘나타가 대표적이다. 출시 6개월만에 내수 판매가 전년대비 45.2%나 줄었다. 아반떼는 38.5% 감소했다. 소비자들의 니즈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품성과 낮아진 가성비가 원인이다.

◇ 긍정적 시그널이 보인다


하지만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현대차를 둘러싸고 있는 부정적인 환경들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어서다. 시장에서 현대차에 대해 하반기에는 기대해볼만 하다고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장 먼저 움직이고 있는 것이 유가다. 현재 텍사스중질유(WTI) 가격은 배럴당 49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연초대비 32.5% 올랐다.

유가는 신흥시장의 수요에 중요한 요소다. 유가가 낮을 경우 원자재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신흥국의 경제사정이 나빠진다. 신흥국의 자동차 수요도 함께 감소한다. 유가의 반등은 곧 신흥국 자동차 수요가 살아날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인도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끈 SUV 크레타가 신흥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수요반등에 신차 투입까지 이뤄질 경우 신흥시장 판매 확대를 기대해볼 수 있다.

시장에서도 하반기 신흥시장 수요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미국 시장도 작년 기준으로 하반기 수요가 전반기에 비해 늘었다. 유럽시장도 완만하기는 하지만 조금씩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 신흥시장은 하반기에 뚜렷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더라도 지난 3년간 억눌렸던 수요가 분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시장의 분석이다. 최근 도요타가 오는 2020년 말레이시아의 산업수요가 작년대비 17%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 시장에서는 환율, 유가 등 그동안 현대차를 힘들게했던 각종 매크로 변수들이 하반기부터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 스스로 외부변수가 아닌 내재된 문제점들을 해결하지 못하면 환경의 긍정적인 변화에도 불구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하반기 선진, 신흥시장의 경제상황이 업체별 희비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변수가될 것"이라며 "하반기 주요 위험자산인 원자재와 신흥시장 통화가치의 방향이 극단적 평가절하에서 서서히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밝혔다.

환율 전망도 나쁘지 않다. 특히 작년 현대차의 발목을 잡아왔던 신흥국 통화의 경우 유가 상승 혹은 배럴당 50달러선의 박스권에서 움직이는 만큼 약세에서 탈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기에 최근의 브렉시트 영향도 당분간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등 여러 환경이 긍정적으로 변화하면서 현대차에게도 기회가 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업계 관계자는 "매크로 환경은 분명 작년이나 상반기보다 더 개선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남은 문제는 현대차 스스로 상품성 개선과 가성비 등 내재된 문제점을 얼마나 해결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그것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현대차의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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