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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문화 재창조]⑤'일과 삶의 균형' 스스로 찾는다

  • 2016.08.03(수) 11:30

열린 기업문화의 대명사 제니퍼소프트
"회사의 성장과 지속가능성 입증이 목표"

대기업들이 기업문화 바꾸기에 나서고 있다. 기존 직급체계를 허물고, 호칭을 바꾸는 등 오랜시간 굳어진 연공서열식 조직구조에도 변화를 주는 모습이다. 그동안 일부 기업들에 국한됐던 이런 변화들은 최근 삼성이 '컬처혁신'이라는 이름을 걸고 다양한 시도를 본격화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삼성발 기업문화 변화가 재계 전체에 어떤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인지도 관심이다. 기업들의 변화 노력에 대한 배경과 주요 내용, 의미 등을 진단해본다. [편집자]

 

 

제니퍼소프트는 애플리케이션 성능 관리 솔루션을 개발해 공급하는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기업이 원하는 정보시스템을 기획하고, 이를 개발해 구축하는 것은 물론 운영까지 담당하는 온전한 SI(System Integration) 기업을 추구한다.

 

이 회사는 앱 성능 관리 솔루션 ‘제니퍼(JENNIFER)’를 자체 개발했고, 이를 고객사에 판매한다. 이 회사 감사보고에서 따르면 연간 매출액은 62억원 정도다.(2015년 기준) 현재 일본과 유럽, 태국 현지에 법인을 설립하고 해외 시장 공략에도 나서고 있다.

 

제니퍼소프트는 그들이 개발한 앱 솔루션 뿐 아니라 다른 면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바로 열린 기업문화다. 특히 ‘한국의 구글’이라 불리며 직원들에게 자율적인 업무 환경과 복지 시설을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비롯해 많은 직장인들이 제니퍼소프트를 ‘꿈의 직장’으로 여기는 이유다.

 

제니퍼소프트 기업문화가 하루아침에 만들어 진 것은 아니다. 직원들도 처음엔 많이 낯설었고, 진짜 이렇게 해도 되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또 일을 지시받는 게 아니라 알아서 찾아야 한다는 점도 부담스러웠다.

 

회사는 지속적으로 직원들을 독려했다. 구성원들이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할 수 있는 여유와 그에 따르는 책임감을 심어줬다. 필요한 부분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결국 그들은 제니퍼소프트 만의 기업 문화를 만들었다.

 

▲ 경기 파주 헤이리마을에 위치한 제니퍼소프트 본사 사옥.(사진: 이명근 기자/qwe123@)

 

◇ 언제, 어디서 일해도 상관없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출퇴근이 자유롭다는 것이다. 이는 국내 대기업과 정부 기관들도 ‘탄력근무제’를 통해 시도했던 내용이나 실제 이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제니퍼소프트도 이 문화를 처음 시도할 땐 쉽지 않았다. 직원들은 ‘진짜 이렇게 해도 되나’라고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원영 대표가 이를 먼저 나서 시행했고, 지금은 자연스럽게 이 문화가 정착됐다. 실제 인터뷰를 위해 제니퍼소프트를 찾은 지난 2일에도 직원들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복장으로 출근하고 있었다.

 

김윤희 제니퍼소프트 마케팅 담당 차장은 “오전 10시 출근, 오후 6시 퇴근이긴 한데 정해진 것은 아니다. 자기 상황에 따라 출퇴근 시간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며 “업무 장소 역시 꼭 회사가 아니어도 된다. 집에서 해도 되고 업무에 있어 새로운 분위기가 필요하다면 카페든 어디든 상관없이 원하는 곳에 가서 일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휴가도 자유롭다. 일반적으로 직장인들은 휴가를 쓰기 며칠 전, 동료들과 상사에게 보고한 뒤 결재를 받아 휴가를 다녀온다. 반면 제니퍼소프트는 e-메일 한 줄이면 당일에도 휴가를 다녀올 수 있다.

 

김 차장은 “사람마다 휴가를 써야하는 돌발 상황이 생기기 마련이다. 우리는 그때마다 서로 눈치 보지 않고 복잡한 절차 없이 휴가를 다녀올 수 있다”며 “처음에는 이런 것들이 낯설기도 했지만 지금은 직원들이 가장 만족감을 느끼는 문화 중 하나다”라고 강조했다.

 

▲ 제니퍼소프트 김윤희 차장은 회사 설립 후 1년 뒤에 입사해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다. 그도 처음에는 자유로운 문화가 낯설었지만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하는 것에 익숙해지면 자기만의 장점이 된다고 강조한다.

 

◇ 믿음은 책임감을 만든다

 

이 뿐 아니다. 제니퍼소프트는 직원들이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일을 마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모든 비용을 책임진다. 교통비와 식비, 간식비 등도 상관없다. 직원들이 회사를 위해 일하는 시간만큼은 그들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활동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책 구매다. 직원들은 자신의 직무와 관계된 책 외에도 다양한 책을 사서 소유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프로그래밍을 위해 수학에 관련된 책을 살 수도 있고, 인문학 책을 살 수도 있다. 업무 연관성이 크지 않아도 간접적으로 흡수한 지식들이 나중에 직원들의 창의적 업무 역량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제니퍼소프트는 직원들이 자기가 쓴 돈을 회사에 비용청구하면 돌려주는 방식으로 지원한다. 이때 실제 쓴 돈보다 많이 청구할 수도 있지 않느냐, 혹은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돈을 청구해 직원들이 부당하게 이익을 얻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제니퍼소프트는 단호하다. 회사는 직원들을 믿고 지원하는 것이며 직원들 역시 회사의 믿음에 보답한다는 것이다.

 

김윤희 차장은 “회사에 비용 청구하는 과정은 있지만 그 내용에 대해선 제한을 두지 않는다.  회사가 직원들을 믿고 적극적으로 지원한만큼 직원들도 쓴 돈을 회사에 청구할 때 제니퍼소프트 구성원으로서 부끄럽지 않고 합당하게 사용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며 “직원들 입장에선 ‘나 하나가 욕심내서 이런 문화를 망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직원들 사이에서 ‘어떤 행동은 회사를 위해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라는 의견을 나누는 등 우리 문화를 지키기 위해 자유로움 속에서도 스스로 감시하고 행동한다”고 강조했다. 

 

▲ 제니퍼소프트 사옥 지하에는 수영장이 있다. 직원들은 아무때나 수영장을 이용하며 휴식을 취하거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

 

◇ 지속가능성 입증이 우리의 목표

 

제니퍼소프트는 가급적 회의도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현재 일의 진행 정도를 공유하는 정도로 20분 내에 마친다. 직급도 없다. 모든 직원은 스스로 책임과 권한을 갖고 각자 맡은 업무를 하는 실무자일 뿐이다. 직원들은 업무 상 필요하면 서로 협력하는 관계이지 상하 관계가 아니라는 의미다.

 

함께 일할 새로운 동료를 뽑을 때도 기존의 스펙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회사에 입사했을 때 그가 맡을 업무에 대한 역량, 기존 직원들과 함께 이 문화에 적응해 일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제니퍼소프트는 최근 개발자 4명을 인턴으로 채용했다. 이 과정에서 그 흔한 자기소개서나 이력서 대신 개발자로서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코딩 문제를 제시했고, 이에 대한 풀이과정을 보고 인재를 선발했다.

 

김윤희 차장은 “회사와 지원자 모두 불필요한 노력과 시간 낭비를 없애고, 실제 업무에 대한 실력만을 보기 위한 것”이라며 “이후에는 직원들과 지원자 간 형식 없는 미팅을 통해 끊임없이 대화하며 ‘함께 일하면 좋겠다’라는 사람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 제니퍼소프트 직원들이 일하는 사무실도 다른 공간처럼 열려있다. 직원들은 이 곳 뿐 아니라 1층 카페 등 원하는 곳 어디에서든 일할 수 있다.

 

이처럼 제니퍼소프트는 기존 기업들이 가진 문화와는 전혀 다르다. 이들의 문화를 부러워하는 시선이 있는 한편 일각에선 너무 자유로운 문화가 지속되면 기업이 나태해질 수 있고, 성장이 정체될 수도 있다는 비판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하지만 제니퍼소프트는 개의치 않는다. 그들은 사업적 목표와 계획이 명확하다. 기업문화 측면에선 지속적으로 이 문화를 정착시켜 자신들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것이 목표다. 

 

김윤희 차장은 “그 동안 여러 기업에서 투자나 M&A(인수·합병) 제의가 왔지만 모두 거절했다.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거나 상장할 계획이 없다”며 “우리가 제일 잘하는 것에 집중하고 우리 방식대로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경쟁력을 높여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문화와 측면에선 우리는 다른 기업과 달리 새로운 문화를 만들기 위해 실험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제니퍼소프트 만의 독특한 기업문화를 가진 회사가 존재하고, 우리가 지속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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