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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 긴급수배!…대기업, 거세지는 직급파괴 바람

  • 2017.05.31(수) 15:40

LG전자, 사무직 직급 5단계→3단계 축소
삼성·SK, 프로·매니저 등 호칭도 바꿔

대기업 사이에 직급이나 호칭 파괴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LG전자는 31일 연구원을 포함한 사무직 직급을 5단계에서 3단계로 줄이는 내용의 새 직급체계를 오는 7월1일부터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으로 이어지는 직급이 사원→선임→책임으로 바뀐다. 기존의 대리·과장은 선임으로, 차장·부장은 책임으로 묶인다.

LG전자는 경영환경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고 더욱 수평적, 창의적, 자율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새 직급체계를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LG디스플레이는 지난 4월부터, LG유플러스는 이달부터 LG전자와 같은 3단계 직급체계(사원→선임→책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박철용 LG전자 최고인사책임자는 "직원들이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조직문화에서 스마트하게 일할 수 있도록 다양한 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들의 직급이나 호칭 파괴 시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에는 그 속도가 더욱 빨라졌고 범위도 넓어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부터 기존 7단계(사원1~3년차, 대리, 과장, 차장, 부장)였던 직급을 4단계(CL1~CL4)로 줄이면서 임직원간 호칭을 '○○○님'으로 부르기로 했다.

부서내에서는 업무 성격에 따라 '프로', '선배님', '후배님', 영어이름 등을 사용할 수 있다. 2010년부터 삼성의 광고계열사인 제일기획에서 사용하던 '프로' 호칭이 전자계열사로 넘어온 셈이다.

SK텔레콤은 2006년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 등 5단계로 구성된 직급을 팀장과 매니저로 단순화했고 시행 10년째를 맞은 지난해 내부 평가와 보상의 기준이 되는 기준마저 5단계에서 2단계로 축소했다. 직급과 호칭만 바꿨을 뿐 성과에 따른 보상과 승진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후속조치다.

SK하이닉스는 사무직에 그치지 않고 생산직으로 직급파괴를 확대한 케이스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생산직 직원을 대상으로 성과급제를 도입하면서 직급을 8단계(사원B→사원A→기사보→기사→주무→기장→기정→기성)에서 5단계(사원→기사→기장→기정→기성)로 축소했다.

해당 직급에 머무는 기간을 늘려 필요한 역량을 충분히 확보하게 하자는 취지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그렇다고 직급이나 호칭파괴의 순기능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초반 사내 모든 호칭을 '님'으로 통일한 CJ그룹(2000년)과 아모레퍼시픽(2002년)은 수평적 문화가 비교적 뿌리를 내렸다는 평가를 받지만 2012년을 전후해 매니저 제도를 도입한 포스코와 한화, KT 등은 시행 몇년만에 기존의 직급체계로 되돌아갔다.

직급이나 호칭을 바꾼다고 기업문화가 단숨에 바뀌는 게 아닌데다 외부와 접촉이 많은 영업부서 직원들은 직급이 없는 게 오히려 불편했던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직원들 사이에선 직급파괴가 승진의욕을 꺾고 임금인상 억제의 명분으로 활용된다는 불만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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