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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A 2016]소설 모비딕과 4차 산업혁명

  • 2016.09.05(월) 07:30

[기자수첩]전시회 나온 1500여개사 중 최후 승자는

▲ 영화 '하트 오브 더 씨' 포스터 [자료=다음 영화]

[독일 베를린=양효석 기자] 영화 '하트 오브 더 씨(In the heart of the sea)'는 명작 모비딕(MobyDick)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향유고래에서 나오는 기름으로 램프를 밝혔던 시대에 고래잡이를 나선 사람들의 모습을 그렸다. 

영화속 주인공은 모비딕 이란 소설을 쓰기 위해, 어느날 밤 급한 발걸음으로 누군가의 집을 찾는다. 그는 바로 94일간 7200km나 표류했던 21명의 조난대원들 중 살아남은 8명 중 한 사람이다. 주인공은 끈질긴 요청과 부인의 간곡한 부탁으로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않았던 그 때의 기억을 듣는다. 그리고 이야기는 1819년 어느 여름날로 이동한다. 

포경선 에식스호는 낸터킷 섬에서 항해에 올랐다. 그러나 15개월 뒤, 남태평양의 한가운데서 길이 30m, 무게 80톤의 성난 향유고래의 공격을 당하면서 238톤의 배가 단 10분 만에 침몰한다. 

침몰한 배에서 살아 남은 21명의 선원들은 3개의 보트에 나눠 타고 육지를 찾아 나서지만 남아있던 건빵도, 식수도 떨어져 간다. 가족보다 더욱 끈끈했던 그들은 거친 폭풍우와 절망, 고독, 양심과 싸우면서 먹을 것도, 희망도 없는 망망대해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간으로서 가장 비극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결국 망망대해에서 죽은 사람의 인육(人肉)을 먹어가면서 겨우 목숨을 거진다. 

그런데 그 당시 목숨까지 걸었던 고래잡이는 오래가지 못하고 사양산업이 된다. 유전이 발견되면서 램프를 밝혔던 향유고래 기름의 가치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전세계에서 1500여개 ICT 기업들이 참여한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6. 이번 전시회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파고를 목전에 두고 열렸다. 

전통적인 가전 제품을 들고 나온 기업이 있는가 하면 스마트홈 서비스를 기반으로 사물인터넷(IoT)을 접목시킨 기업도 있다. 

혹자는 냉장고에 대형 스크린을 장착시켜 와이파이(WiFi)로 연결한다고 주방에서의 효율성이 높아지겠느냐고 자조 섞인 목소리를 낸다. 또 다른 사람들은 스마트홈 기술은 20여년 전 부터 등장 했었는데 소비자로부터 외면만 당해왔다고 말한다. 공짜로 스마트홈 서비스를 제공하면 모를까 누가 돈을 내고 그걸 이용하겠느냐고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찌보면 지금은 향유고래가 전부라고 생각해 목숨걸고 고래잡이에 나섰던 시대와 비슷할지 모른다. 내년 아닌 내달이라도 어떤 기술·제품·서비스가 갑자기 나타나, 우리 삶을 통째로 바꿀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의 현장, IFA 2016을 돌아보면서 이곳에 모습을 보인 기업·기술 중 과연 누가 살아 남을 것인지 자못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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