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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A 2016]'밀레 아성 깨자'…불뿜은 냉장고 전쟁

  • 2016.09.04(일) 14:51

삼성·LG, 대화면·연결 강조 신제품 나란히 선봬
TV·폰 노하우 집약, '연결성' 무기로 유럽 공략

[독일 베를린=임일곤 기자] 냉장고 문에 달린 신문지 절반 크기의 디스플레이를 터치하자 유명 셰프들의 요리 비법이 담긴 콘텐츠가 나온다. 디스플레이를 통해 한주간 날씨 정보를 체크하고, 채소칸에 있는 야채가 얼마나 오래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 TV를 켜거나 채팅 앱으로 간단한 그림이나 글을 적어 스마트폰에 전송할 수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 개막한 가전전시회 'IFA 2016'에서 국내 가전 '양대산맥'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약속이나 한듯 나란히 선보인 차세대 냉장고의 모습이다.

 

아울러 삼성·LG가 스마트폰과 TV에 비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유럽 백색가전 시장을 뚫기 위해 선보인 야심찬 기능이기도 하다. 밀레와 보쉬, 지멘스 등 유럽 '터줏대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꺼내든 '히든카드'인 셈이다.  

 

▲ 삼성전자가 IFA2016 행사장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한 '패밀리허브' 냉장고. 21.5인치 화면크기 LCD를 통해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삼성전자는 전시회에서 21.5인치 화면크기의 풀 HD LCD 터치스크린이 탑재된 '패밀리 허브' 냉장고를 대대적으로 내세웠다. 유럽 지역에 특화된 상냉장·하냉동 방식의 2도어 BMF(Bottom-Mounted Freezer) 형태다. 냉장실 오른쪽 문에 대화면 태블릿PC를 붙여 놓은 것처럼 대형 디스플레이가 내장된 것이 눈길을 끈다.

 

여기에는 삼성이 스마트폰과 TV 사업에서 축적한 노하우가 담겨 있다. 예를 들어 냉장고 안 곳곳에 탑재한 카메라로 찍은 내부 모습을 문을 열지 않고 확인할 수 있다거나 외부에서 스마트폰으로 체크할 수 있다.

 

특히 유럽용 모델에는 세계 정상급 미슐랭 셰프들이 만든 레시피 콘텐츠가 담겨 있다. 주방에서 이를 참고해 고급 레스토랑에서 나올법한 음식을 만들 수 있다. 

 

냉장고의 핵심 기능인 식재료 보관 능력에서 더 나아가 커뮤니케이션과 엔터테인먼트·스마트홈 기능을 추가한 것이다. 이를 통해 주방을 단순히 식사와 요리만의 공간이 아닌 가족 생활의 중심이 되는 공간으로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 삼성은 패밀리허브의 기능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한편의 뮤지컬 같은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LG전자 역시 첨단 정보기술(IT) 기술을 집약한 냉장고 신제품을 이번 행사에서 처음 선보였다. 삼성 제품보다 7인치 이상 큰(29인치) 투명 LCD 디스플레이(매직스페이스)를 탑재한 이 제품에는 스마트폰 화면을 두번 두드려 켜는 LG의 '노크온' 기능을 응용할 수 있다.

 

화면을 두드리면 LCD가 투명해지면서 내부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다. 투명 창을 통해 보관 중인 식품을 보면서 유통 기한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 LG전자는 대화면 LCD를 탑재한 신형 스마트 냉장고를 이번 행사 처음 공개했다.

 

내부에 있는 200만 화소 초광각 카메라로 야채실이나 문 안쪽의 음료 수납 공간까지 촬영해 스마트폰으로 전송해줘 외부에서도 냉장고 음식물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스마트폰과 연동하면 냉장고를 통해 전화를 걸고 받을 수 있으며, 유튜브 등 각종 앱을 실행시킬 수 있다. 이 제품은 올 하반기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냉장고를 비롯한 가전제품에 이 같은 '커넥티드' 기반의 신기술이 탑재된 것은 이미 지난 2012년 IFA 행사부터 시작됐다. 당시 가장 큰 전시 부스를 갖췄던 삼성전자는 냉장고를 비롯해 세탁기와 에어콘 등을 하나의 앱으로 제어하는 '스마트홈'을 제시했는데, 올해에는 사물인터넷(IoT) 시대에 맞춰 연결성을 기반으로 한 차별화된 서비스로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LG전자 역시 똑똑한 냉장고에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올해 전시회에선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회사인 미국 아마존과 손잡고 아마존의 사물인터넷 서비스를 가전 제품에 결합하는 내용의 사업 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냉장고 사용자들이 기존에 체험하지 못한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는데 중점을 둔 것이다. 예를 들어 냉장고에 부착한 아마존의 센서를 누르면 필요한 음료 등을 배달 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 LG전자가 선보인 스마트 냉장고는 투명 LCD를 탑재해 내부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다.

 

삼성전자의 가전(CE) 사업을 이끌고 있는 윤부근 대표이사 사장은 IFA 2016 행사 중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생활가전에 사물인터넷 기술이 접목되면 업계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며 "앞으로 누가 사물인터넷 기술 리더십을 통해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끄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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