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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트럼프시대' 에너지시장 어떻게 변할까?

  • 2016.11.18(금) 16:56

“설마 되겠어?” “어? 되겠는데” “어, 정말 됐네”

 

 

 

지난 9일이죠. 미국 대선이 치러지고 실시간으로 개표 상황이 전해지면서 우리 국민들도 많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최고 경제대국인 미국에서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우리나라도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죠.

 

특히 이번 미 대선은 이전과 달리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이야깃거리를 낳았는데요. 설마 했던, 절대 다수가 예상치 않았던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까닭입니다. 국내 주식시장은 ‘도널드 쇼크’로 주저앉았고, 국민들 역시 예상치 못한 결과에 당황했습니다. 국내 시국도 어지러운데 또 다른 고민거리가 생겼다는 반응이 많았죠.

 

어쨌든 이제는 트럼프 당선을 받아들이고, 향후 미국이 어떤 정책을 펼칠지 예측하고 대책을 세워야할 상황입니다. 이번에는 트럼프의 에너지 정책에 대해 알아보려고 하는데요. ‘화석연료에 의한 기후변화는 거짓말’이라 외치며 파리 기후협약 탈퇴마저 주장했던 트럼프, 그의 에너지 정책으로 인해 에너지시장 재편도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일각에선 트럼프의 정책이 워낙 극단적이라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하는데요. 그럼에도 세계 최대 에너지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미국의 정책은 반드시 신경 써야 할 부분입니다.

 

▲ 그래픽: 김용민 기자/kym5380@

 

# 화석연료로 에너지독립?

 

트럼프의 에너지정책을 한 번 들여다볼까요? 핵심은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둔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트럼프는 미국이 보유한 풍부한 화석연료(석유·석탄 등) 개발을 활발히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요.

 

트럼프는 미국내 화석에너지 탐사·개발 규제와 에너지 자원의 원활한 생산을 제약하는 모든 행정규제 철폐를 외쳤습니다. ‘미국 노동자에 미칠 이해득실’만을 따져 고용과 실질소득 측면에서 유리할 경우에만 규제를 승인하겠다는 게 트럼프의 생각입니다.

 

이와 함께 미국의 에너지 자원을 해외로 자유롭게 수출해야 무역 적자를 완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요. 전문가들은 미국이 양자 및 다자 합의를 통해 자국 에너지를 수출할 신 시장 개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기도 합니다.

 

 

# “원유를 개발하라”

 

트럼프의 에너지정책을 가장 구체적으로 엿볼 수 있는 것이 ‘키스톤 XL 파이프라인’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캐나다 앨버타주(州)에서 오일샌드를 미국 텍사스주 멕시코만 정제시설까지 들여오는 것인데요.

 

기존 오바마 대통령은 '지구 온난화 주범인 온실가스 추가 배출이 없어야 이 사업을 승인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프로젝트 승인을 거부했습니다.

 

트럼프는 이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는데요. 그는 “키스톤 XL 파이프라인 건설을 승인하지 않은 것은 오바마 정부의 이념적 접근에 의한 잘못된 에너지 정책”이라고 말했습니다. 후보자 시절부터 이 프로젝트를 재추진해 완공시킬 계획임을 내비치기도 했죠.

 

 

# 저유가 시대 장기화?

 

키스톤 XL 파이프라인이 준공되고, 미국이 원유 개발을 활발히 할 경우 저유가 시대는 더욱 길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국제 석유시장에선 산유국들 간의 복잡한 이해관계로 감산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공급 과잉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데요.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오는 30일 열릴 정기회의에서 감산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의 에너지 정책이 본격화되면 감산 합의가 무의미해질 가능성도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키스톤 XL 파이프라인 건설이 승인되면 미국이 에너지 안보를 확보할 수 있고, 원유 생산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통해 유전 생산비용을 절감해 미국 발(發) 원유 시장 점유율 전쟁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 우리 기업은 ‘득일까 실일까’

 

그렇다면 트럼프 정책이 국내 기업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줄까요. 일단 저유가로 인해 정유사와 석유화학사는 수혜를 볼 것 같습니다. 국내 정유·석유화학사들은 지난해부터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유가 하락으로 원료(원유·나프타) 가격이 하향 안정화됐고, 제품 수요는 늘면서 정제마진과 제품 스프레드(판매가-원료가)가 확대된 덕입니다. 저유가가 지속되면 저렴한 가격에 원료를 계속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 요인으로 분석되는데요.

 

다만 저유가로 인해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 제품 수요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고, 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된다는 점은 경계해야할 부분입니다.

 

 

# 신재생에너지, 길을 잃다

 

반면 태양광과 중대형 2차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업들은 위기감이 감돕니다. 트럼프는 신재생에너지 뿐 아니라 모든 에너지 자원 생산자들은 편애 없이 시장 경제에 따라 자율적으로 경쟁해야 한다고 강조하는데요.

 

즉, 그동안 신재생에너지 성장을 이끌었던 각종 혜택과 비용 지원 등을 축소하거나 없앨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신재생에너지는 화석연료보다 초기 설치비용이 비싸고 아직까지는 효율성도 떨어지는데요. 하지만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 각종 지원을 해왔습니다. 이에 대한 지원과 혜택이 줄어들면 신재생에너지 성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수밖에 없는 것이죠.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개최한 에너지정책포럼에서도 태양광이나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신산업 수출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 태양광보다 배터리가 더 걱정

 

힐러리가 당선되면 태양광 설치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던 태양광 업계에선 실망이 큽니다. 오히려 트럼프 당선으로 인해 시장이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인데요.

 

다행히 걱정만큼 아주 큰 영향을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이 전 세계 태양광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고, 최근에는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 시장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서죠.

 

 

반면 전기차나 ESS 핵심 부품인 중대형 배터리 업체들은 시름이 깊은데요. 신재생에너지 성장 둔화로 ESS 수요 역시 줄어들 가능성이 크고, 트럼프가 연비 규제를 완화하면 전기차 시대가 다소 늦어질 수 있어서죠.

 

가뜩이나 중국 정부가 국내 배터리 기업을 견제하면서 미래 핵심사업으로 꼽았던 배터리에서 적자에 빠진 국내 기업들 입장에선 트럼프란 또 다른 변수가 등장해 사업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습니다.

 

 

경제적 측면에서 트럼프의 에너지정책을 분석하고, 이에 대비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런데 더 큰 걱정은 그동안 세계 각국의 많은 지도자들과 환경 단체들이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친환경 에너지 보급을 위해 펼쳤던 엄청난 노력이 물거품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인데요.

 

활활 타오르는 화석연료로 인해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고, 그 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이상 기후현상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 트럼프 에너지정책이 무서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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