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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시대, 에너지재편]①길 잃은 신재생에너지

  • 2016.11.15(화) 14:44

자국 내 화석연료 개발 강화로 ‘에너지독립’
태양광·수력 등 신재생에너지源 사라질 수도

‘기후변화는 거짓말’이라던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45대 대통령이 되면서 전 세계 에너지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전망이다. 확장일로였던 신재생에너지 시장은 위기감이 도는 반면 화석연료 사용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생산 과정에 참여하고 있던 국내 기업들도 시장 재편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이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국내 정유·석유화학 사업과 태양광·배터리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전략을 알아본다. [편집자]

 

예상을 뒤엎고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하면서 우리나라도 이해득실 계산에 분주하다. 트럼프가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주장해왔기 때문에 국내 경제 분야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 가운데 트럼프의 에너지정책도 주목해야할 분야 중 하나다. 미국은 석유소비량과 에너지 순수입량, 원유 및 석유제품 생산량 등 에너지 공급·소비의 대부분 영역에서 세계 1~3위를 차지하고 있어서다. 미국의 에너지정책 변화는 전 세계 시장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그동안 미국을 중심으로 유럽 선진국들은 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화석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정책을 펼쳐왔다. 하지만 트럼프는 화석연료 사용에 의한 기후변화를 부정하며 화석연료를 중심으로 미국의 에너지 자립도를 높여야한다고 주장해왔다.

 

일각에선 선거운동 당시 트럼프가 내세웠던 정책의 실현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한다. 그럼에도 트럼프 당선으로 신재생에너지 등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이전보다 크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향후 미국의 에너지 정책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 그래픽: 김용민 기자/kym5380@

 

◇ 화석연료로 에너지독립 확보

 

지금까지 미국을 이끌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청정에너지 확대 및 화석연료 축소 정책을 추진했다. 자국 내 원유·천연가스 생산을 늘리고, 청정에너지 확대 및 차량 연비규제 등을 통해 석유소비를 감소시켜 에너지 수입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핵심인 ‘에너지독립’ 정책을 펼쳐왔다.

 

하지만 트럼프와 공화당이 외치는 에너지독립은 전혀 다르다. 우선 공화당은 국내 석유와 천연가스 활용 극대화로 에너지독립을 추구한다. 미국 내 화석연료 개발 및 생산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미다.

 

미국은 전통에너지(원유)는 물론 비전통에너지인 셰일자원 등이 풍부하다. 셰일자원 기술 발달을 통해 셰일혁명을 주도하며 국제 에너지시장에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위협하기도 했다. 이에 오펙은 원유 공급량을 늘리며 유가를 끌어내렸다. 에너지시장에서 미국에 주도권을 넘겨주지 않기 위해서다.

 

트럼프는 국제 에너지시장을 주도하는 오펙이나 이란(트럼프는 이란을 적대국으로 판단)으로부터 원유 수입이 필요 없도록 하는 것이 에너지독립이라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트럼프는 국내 화석에너지 탐사·개발에 대한 규제를 없애고, 에너지자원의 원활한 생산을 제약하는 모든 행정규제 철폐를 주장하기도 했다. 미국 최우선 에너지계획에서 모든 규제는 ‘미국 노동자에 미칠 이해득실’만 따져 고용 및 실질소득 측면에서 유리할 경우에만 규제를 승인하겠다는 게 트럼프의 주장이다.

 

미국이 에너지자원 수출을 확대할 가능성도 크다. 트럼프는 미국 에너지 생산자들이 해외 시장에 국내서 생산된 자원을 자유롭게 수출할 수 있어야하고, 에너지 수출 터미널 건설을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자원 수출은 고소득 일자리를 창출하고, 미국의 무역적자를 완화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게 트럼프의 생각이다. 이에 미국은 양자 및 다자 합의를 통해 자국 에너지를 수출할 신시장 개척에 나설 수 있다.

 

 

◇ 신재생에너지, 벽에 막히다

 

지난해 8월 오바마 대통령이 발표했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안인 청정전력계획 존폐 여부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청정전력계획은 2030년까지 미국 내 발전소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2005년 대비)를 기존 30%에서 32%로 높이고, 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를 22%에서 28%로 높인다는 게 골자다.

 

공화당은 그동안 정부는 에너지 생산자 중 특정 에너지산업(신재생에너지)을 편애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며 청정전력계획에 반대해왔다. 석탄과 석유를 비롯해 원자력과 수력, 신재생에너지 등 에너지원 개발은 정부 보증금 지원 없이 자유 시장경제 원리를 따라 개발돼야 한다는 게 트럼프와 공화당의 생각이다.

 

청정전력계획은 석탄을 생산하는 주요 주(州) 등의 반발로 규제의 합법성 소송이 제기돼 심의 중으로 현재 효력 중지 상태다. 이 계획의 존폐는 미국 연방대법원 최종 판결에 따라 결정된다. 트럼프가 당선됐지만 법원에서 심의중인 제도를 일방적으로 파기할 순 없다. 대신 환경과 관련된 여러 규제를 완화하거나 취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이유로 미국의 청정에너지나 에너지 효율 관련 산업 성장속도가 둔화 혹은 정체되고, 대신 석유 및 가스 소비와 생산이 증가해 국제 에너지시장에 변화가 유발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유학식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청정에너지와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우리나라 관련 산업은 직접적인 영향으로 성장이 둔화될 수 있어 면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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