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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시대, 에너지재편]③저유가 지속? 한국 득실은?

  • 2016.11.17(목) 16:43

저유가 장기화 가능성..국내업계 '나쁠것 없다'
美석유제품 수출 경쟁력 강화땐 '시장에 부담'

‘기후변화는 거짓말’이라던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45대 대통령이 되면서 전 세계 에너지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전망이다. 확장일로였던 신재생에너지 시장은 위기감이 도는 반면 화석연료 사용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생산 과정에 참여하고 있던 국내 기업들도 시장 재편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이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국내 정유·석유화학 사업과 태양광·배터리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전략을 알아본다. [편집자]

 

셰일자원을 바탕으로 한 미국과 엄청난 산유량을 보유한 사우디아라비아. 두 오일 라이벌이 맞붙은 국제 석유시장의 패권 다툼은 저유가 시대의 시발점이었다.  유가가 급락하자 채산성이 떨어진 미국 셰일 기업들이 도산하거나 생산을 줄였지만 이번엔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비롯한 산유국들간 이해가 얽히며 감산 합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오펙이 감산 합의를 위한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유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생긴 상태다. 하지만 유가를 끌어내릴 수 있는 새로운 요인이 추가되면서 석유시장에서의 변수로 떠올랐다.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이다.

 

트럼프는 미국내 풍부한 화석에너지 개발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는 오펙을 국제 석유시장을 조작하는 석유카르텔로 바라보고 있다. 오바마 정부로부터 경제제재 해제에서 벗어나 원유 생산량을 늘리고 있는 이란을 여전히 적대국으로 여기고 있다.

 

트럼프는 이들 산유국으로터 원유 수입이 필요 없도록 하는 에너지독립을 외치고 있다. 원유 공급 과잉 현상 심화에 따른 저유가 장기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 그래픽: 김용민 기자/kym5380@

 

◇ 트럼프 “원유 개발하라”

 

트럼프는 에너지독립을 위한 열쇠로 자국 내 에너지자원(원유·석탄 등 화석연료) 생산 확대를 주장한다. 이를 위해 원유나 가스전 개발시 필요한 승인 과정을 줄여 자원 개발을 활성화하고, 각종 환경 규제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것이 키스톤 XL 파이프라인이다. 이 프로젝트는 캐나다 앨버타주(州)에서 오일샌드를 미국 텍사스주 멕시코만 정제시설까지 들여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구 온난화 주범인 온실가스 추가 배출이 없어야 승인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해당 프로젝트의 승인을 거부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후보자 시절 “키스톤 XL 파이프라인 건설을 승인하지 않은 것은 오바마 정부의 이념적 접근에 의한 잘못된 에너지 정책”이라며 이 사업을 재추진해 완공시킬 계획임을 내비쳤다.

 

한승재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키스톤 XL 파이프라인 건설이 승인되면 대규모 원유 송유관 확보에 따른 운송비 절감으로 지역의 투자 및 원유 생산량이 증가할 것”이라며 “원유 생산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은 미국의 유전 생산비용을 더욱 절감시켜 미국 발(發) 원유 시장점유율 전쟁이 재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저유가 효과? 경쟁자 추가?

 

국제유가 급락 초기, 전문가들과 국내 기업들은 디플레이션과 경기 위축 등을 우려했다. 과거 유가 고공행진 시절 호황기를 누렸던 국내 정유사에게도 저유가는 큰 걱정거리였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지속되고 있는 저유가는 국내 정유 및 석유화학사들에게 '선물'이었다. 유가가 하향 안정화되면서 제품 원료인 원유와 나프타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반면 제품 수요는 늘었고, 아시아 지역내 경쟁력이 약한 업체들의 생산 중단 및 폐쇄, 생산설비 트러블과 대규모 정기 보수 등이 겹치며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은 더욱 강해졌다. 

 

즉 원료 가격 하락으로 인해 생산비용이 줄었고, 시장에선 타이트한 수급 상황이 지속되면서 정제마진 및 석유화학제품 스프레드(판매가-원료가)가 확대, 국내 정유·석유화학사들은 매출 감소에도 영업이익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의 에너지 정책 실현으로 인해 저유가가 장기화되면 사업 환경 측면에서 국내 정유·석유화학사들에게 우호적 요인일 수 있다.

 

손영주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부터 정유·석유화학사들이 저유가 효과를 보고 있는 만큼 트럼프 당선으로 현 상황이 지속되면 원료를 싸게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사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미국 정유사들이 자체 석유제품 생산량을 늘려 수출 길에 나선다면 제품 가격이 떨어지고, 국내 기업들 입장에선 또 다른 경쟁자가 추가될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는 지적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 입장에서 미국 정유사들은 직접적인 경쟁자는 아니지만 이들이 석유제품을 수출하면 시장에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한편으로는 글로벌 저성장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어 미래 유가 및 석유제품 수요 불확실성이 높아져 정유사 수익성이 미치는 영향도 명확히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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