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신화', '가전 장인'
LG전자의 새로운 수장으로 임명된 조성진 신임 부회장을 요약하는 단어들이다. 1976년 고등학교 졸업후 금성사에 입사한 조성진 부회장은 지난 40년간 줄곧 가전사업, 특히 세탁기 분야에 몰두해 왔다. 최근에는 LG전자 생활가전을 이끌며 새로운 기록들을 쓰고 있다.
조 부회장이 용산공고를 조업하고 LG전자에 입사할 당시 가장 인기있던 부서는 선풍기 개발실.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동료들은 대부분 선풍기 개발실을 선호했지만 조 부회장의 선택은 달랐다. 당시 보급률이 0.1%에도 미치지 못하던 세탁기 설계실을 선택하면서 인연을 맺었고, 2012년말 가전을 총괄하는 사업본부장으로 발탁되기 전까지 36년간 오로지 한 길을 걸어왔다.
LG전자 세탁기 사업에서 조성진이라는 이름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일본에 절대적으로 의존했던 기술을 독자기술로 바꾼 것도 조 부회장이다. 90년대초 세탁통과 모터를 벨트로 연결하는 구조였던 세탁기를 세탁통과 모터가 함께 움직이는 다이렉트 드라이브(DD, Direct Drive)로 변화시킨 주인공이다. 10여년 가까이 일본을 드나들며 기술을 습득했고, 회사에서 숙식하며 개발에 매진하던 조 부회장은 마침내 1998년 세계 최초로 DD모터를 상용화하는데 성공한다. 이 기술은 LG전자 세탁기가 세계 1등을 차지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됐다.
조 부회장은 DD모터에 이어 ▲2005년 세계 최초 듀얼분사 스팀 드럼세탁기 ▲2009년 6가지 손빨래 동작을 구현한 ‘6모션’ 세탁기 ▲2015년 세계 최초로 상단 드럼세탁기와 하단 미니워시를 결합한 ‘트윈워시’ 등 혁신 제품들을 잇달아 내놨다. DD모터와 트윈워시 등의 TV광고에 직접 출연할 정도로 이들 제품에 대한 애정도 깊다.
조 부회장의 역량은 가전사업을 총괄하는 H&A사업본부장 취임 이후 본격적으로 발휘된다. 세탁기에서 쌓은 1등 유전자를 다른 가전으로 확대하며 생활가전의 체질 자체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속적인 R&D 투자, 냉장고∙세탁기∙에어솔루션∙키친패키지∙컴프&모터 등 5대 사업 중심의 포트폴리오와 안정적 수익 구조를 기반으로 LG전자는 물론 세계시장에서도 생활가전의 위상을 높였다.
특히 모터, 컴프레서 등 핵심 부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융복합 가전들을 앞세워 차별화된 가치를 만들어 냈다. ▲2013년 얼음정수기냉장고 ▲2015년 휘센 듀얼 에어컨, 디오스 오케스트라, 트윈워시 ▲2016년 코드제로 핸디스틱 터보 물걸레, 듀얼 스타일러, 퓨리케어 360도 공기청정기 등 융복합 가전들이 그 주인공이다.
올해 국내를 시작으로 해외 론칭을 확대하고 있는 ‘LG 시그니처(LG SIGNATURE)’, 한국과 미국의 프리미엄 빌트인 시장을 겨냥한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SIGNATURE KITCHEN SUITE)’ 등 프리미엄 브랜드도 조 부회장이 주도하고 있는 작품들이다.
지난 9월26일 조 부회장은 근속 40년을 맞았다. 올해는 환갑을 맞은 해이기도 하다. 조 부회장이 맡고 있던 생활가전 사업은 매출이나 영업이익 등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중이다. 고조 출신인 그가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LG전자 전체를 이끌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상황이다.
최근 조 부회장의 관심은 사물인터넷과 로봇사업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스마트 가전에서부터 딥 러닝(Deep Learning), 지능화 등이 가능한 생활로봇에 이르는 스마트홈 로드맵을 바탕으로 스마트홈 관련 조직을 대폭 키우고, 인공지능 개발 전담 조직도 구축하고 있다.
이미 스마트씽큐 센서(SmartThinQ™ Sensor)로 일반 가전제품에 스마트 기능을 더하고, 새로운 스마트 가전 확대, 스마트씽큐 허브(SmartThinQ™ Hub)와 같은 스마트홈 허브, IoT 액세서리 등을 내놓으며 스마트홈 기반을 다져왔다. 내년에 출시하는 모든 가전제품에 무선랜(Wi-Fi)을 탑재해 구입 후 사용하는 동안 무선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스마트 기능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조 부회장은 스마트 가전과 연계될 가능성이 높은 로봇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최근 인천공항공사와 로봇 서비스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는 등 생활로봇, 빌딩용 서비스를 위한 로봇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중이다.
하지만 조 부회장의 앞에 놓인 과제들은 만만치 않다. LG전자 주력사업 분야에서 경쟁강도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바일, 신사업으로 육성중인 자동차부품, 에너지 등 조 부회장의 챙겨야 할 영역은 크게 넓어진다. LG전자 전체를 이끌게 된 조 부회장이 가전에서 쌓은 1등 유전자를 다른 사업분야로 전파할 수 있을지 여부를 주목해야 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