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게 등장했던 한국GM ‘올 뉴 크루즈’ 출고 시점이 여전히 안갯속이다. 약 1년 반 만에 국내 준중형 세단 시장에 신차가 등장하며 모델 간 경쟁에 불꽃이 튈 것으로 예상됐지만 뚜껑조차 열지 못했다.
특히 출고시점 지연이 에어백과 엔진 스타터 모터 등 주요 제품 결함 때문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타격은 더 크다. 이와 함께 경쟁 모델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는 지적도 뼈아프게 다가온다.
◇ 믿었던 크루즈에 발등
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지난해 국내에서 총 18만275대의 판매고를 올리며 출범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5월 출시된 ‘올 뉴 말리부’의 신차 효과를 톡톡히 누린 덕이다. 실제 말리부는 총 3만6658대가 팔리며 전체 승용차 판매량(13만9308대)의 약 26%를 담당했다.
회사는 성장했지만 말리부 의존도가 크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열쇠가 올 뉴 크루즈였다. 한국GM은 신형 크루즈가 말리부 의존도를 낮추고, 신차 효과를 바탕으로 준중형 세단 시장에서 현대차 아반떼와 경쟁할 것으로 기대했다. 올해 판매량 목표를 작년보다 높은 19만4000대로 잡은 것도 크루즈의 선전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 ▲ 사진: 이명근 기자/qwe123@ |
하지만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올 뉴 크루즈의 생산중단이다. 가장 먼저 드러난 것은 에어백 결함이다. 충돌 테스트 과정에서 내부 인테리어 트림에 의해 에어백이 찢어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올 뉴 크루즈 물량을 투입하겠다는 노조와의 약속, 촉박한 차량 인도시점 등에 따른 양산 강행이 결국 좋지 못한 결과로 이어졌다.
차량 출고는 쉽지 않았다. 양산을 재개했으나 에어백에 이어 이번엔 엔진 스타터 모터에도 결함이 발생했다. 결국 한국GM은 이미 생산됐거나 현재 생산 중인 올 뉴 크루즈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 품질이 확보될 때까지 생산을 잠정 중단하고 무결점 품질 확보 이후 고객 인도를 시작하기로 했다. 사실상 출고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출고 지연은 판매량에도 영향을 줬다. 크루즈 2월 판매량은 6대로 급감했고, 이는 승용차 판매량 감소로 이어졌다. 지난 2월 한국GM 승용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대비 10.9% 감소한 7821대에 머물렀다.
한국GM 관계자는 "현재 올 뉴 크루즈 차량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며 이달 중으로 고객들에게 차량 인도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품질 문제가 불거져 계약 건수와 회사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받은 것이 사실"이라며 "회사에선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품질 문제를 완벽히 해결한 이후 고객에게 차량을 인도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 아반떼 반사이익 누릴까
아반떼는 준중형 세단 시장의 강자이자 현대차의 볼륨 모델 중 하나다. 현대차가 연간 판매량 목표(820만대)를 달성하기 위해선 그랜저, 쏘나타와 함께 아반떼의 판매량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아반떼는 지난 2015년 9월 풀 체인지 모델이 출시된 이후 월 평균 판매량은 약 8195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아반떼는 총 9만3804대가 팔려 국내 준중형 세단 시장(아반떼·K3·크루즈·SM3 기준)의 62%를 차지했다.
하지만 신차 효과가 점차 사라지며 아반떼는 소비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지난해 9월 판매량은 5135대까지 떨어지며 신차(아반떼 AD) 출시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말에는 구매 혜택 등에 힘입어 판매량을 회복했지만 경쟁 모델인 올 뉴 크루즈 출시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다.
이런 가운데 제품 결함을 이유로 올 뉴 크루즈 출고가 지연되면서 아반떼가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실제 지난 1월 5064대에 머물렀던 아반떼 판매량은 2월 들어 7353대로 증가했다.
특히 단점으로 지적됐던 올 뉴 크루즈의 비싼 가격은 소비자들이 이 모델을 선택하는 데 장애물이 될 전망이다.
올 뉴 크루즈는 동급 최고 수준 연비와 출력을 갖춘 신형 1.4리터 가솔린 직분사 터보 엔진이 탑재됐다. 차체는 이전 모델보다 확대됐지만 초고장력 강판 적용을 늘리며 공차 중량은 최대 110kg까지 줄였다. 차체 강성도 총 27% 증가시켰다.
이 같은 품질 자신감에 힘입어 올 뉴 크루즈 가격은 다소 높게 책정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올 뉴 크루즈 트림별 가격은 ▲LS 1890만원 ▲LT 2134만원 ▲LT 디럭스 2286만원 ▲LTZ 2437만원 ▲LTZ 디럭스 2478만원이다. 아반떼의 최상위 및 최하위 트림과 비교하면 올 뉴 크루즈가 300만~400만원 가량 비싸다.
업계 관계자는 “올 뉴 크루즈의 생산차질로 준중형 시장 경쟁모델인 아반떼가 반사이익을 누려 판매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품질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가격이 비싸다는 점도 올 뉴 크루즈를 기다렸던 소비자 입장에선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