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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1 ‘한 방에 훅 갈라’…뒷목 잡는 재계

  • 2017.06.14(수) 14:01

[격변의 재계] 일감몰아주기
10대그룹, 상장사 지분 30%→20% 강화시 10곳 신규 대상
현대차 2곳, 신세계 3곳…대다수 지배구조 핵심 계열 ‘비상’

‘재벌 저격수’가 ‘경제 검찰’의 수장(首長)에 앉았다. 문재인 정부가 표방하는 ‘재벌 개혁’ 기조의 상징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추진할 개혁 정책의 우선순위는 공언대로 재계의 부당 내부거래와 지배구조의 투명성이 될 게 자명하다. 재계의 오너 일가가 다시 격변의 시대와 마주했다. [편집자]

2015년 2월, 흔히 ‘일감몰아주기’로 통칭되는 ‘총수일가 사익편취 금지’ 제도의 본격적인 시행을 전후로 재계 오너 일가는 처절했다. 계열사 소유지분을 대거 축소하고, 내부거래를 줄이는 데 안간힘을 썼다. 2013년부터 과세된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법)에 이은 매서운 칼날을 피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 총수 일가 지분이 30%(비상장 20%)가 넘는 계열사가 다른 계열과 ▲연간 거래금액 200억원 ▲총매출의 12% ▲정상가격과의 거래조건의 차이 7% 이상 등 세 가지 중 단 하나만 해당되더라도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다.

물론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됐다고 해서 바로 제재가 뒤따르는 것은 아니다. 규제가 내부거래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불공정한 거래를 했느냐를 따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효율성 증대, 보안성, 긴급성 등 거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불가피할 때는 예외로 인정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사정권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오너 일가로서는 심한 압박이 될 수밖에 없다. 요즘 대기업 계열사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총수 일가 계열 지분 29%, 19%는 규제의 결과물이자 오너 일가의 두려움을 대변한다. 차고 넘치는 계열사들의 일감을 지렛대 삼아 손쉽게 재산을 불리고 후계 승계 도구로 사용해왔던 터라 응당 치러야 할 업보이기도 했다.

또한 내부거래도 줄이고 줄여 현재 10대 그룹(민영화된 공기업 제외) 소속 계열사 중 총수 일가 지분이 상장 30%, 비상장 20% 이상인 계열사 31곳 중 계열 매출이 200억원이상이거나 전체 매출의 12%가 넘는 곳은 16개사 정도다. 현대차와 신세계의 경우는 아예 없다. 

 

 


◇ 조사국 부활…강도 높은 조사 예고

2년여 전(前) 재계의 두려움은 새 정부 들어 공포로 바뀌고 있다. 김상조 위원장은 14일 공식 취임 전 공정위 조사국 신설을 밝힌 상태다. 과거 조사국은 ‘재계 저승사자’, ‘공정위의 중수부’로 불렸던 조직이다. 일감몰아주기 등을 타깃으로 한 대기업 내부거래 조사가 예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게 전개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특히 정부와 정치권은 한 발 더 나아가고 있다. 아예 총수 일가 지분 기준을 현행 상장 30%에서 20%로 밀어붙일 태세다. 최근의 압박 강도에 비춰볼 때 현실화될 게 불 보듯 뻔하다. 이럴 경우에는 10대그룹 소속 계열사 중 10곳이 추가로 일감몰아주기 대상이 된다.

신세계그룹이 이마트, 신세계,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3개사가 무더기로 이름을 올리는 것을 비롯해 현대차의 현대글로비스와 이노션, 롯데의 롯데제과와 롯데쇼핑도 대상이 된다. 삼성의 삼성생명, GS의 GS건설 등도 포함된다.

재계로서는 사정권에서 벗어나는 일이 ‘발등의 불’이지만 여간 녹록한 일이 아니다. 지분 매각이나 다른 계열사와의 합병 등을 통해 총수 일가의 지분을 20% 밑으로 떨어뜨리면 될 일이지만 말이 쉽지 웬간해선 감당하기 힘들다. 10개사 중 삼성생명과 신세계인터내셔날만 꼽힐 정도다. 

삼성생명은 비록 삼성을 지탱하는 순환출자(7개) 지배구조의 핵심 계열사지만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20.7%),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0.1%) 등 총수일가 지분이 20%를 갓 넘는 20.8% 수준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역시 1대주주가 신세계(45.8%)다. 이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부친 정재은 명예회장 등 오너 일가가 22.2%를 가지고 있다. 계열 지배구조와는 동떨어져 있어 지분 정리가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다. 

 


◇ 손 댈 엄두 안나는…지분 정리

반면 대다수는 오너의 지배구조를 떠받치고 있는 핵심 중의 핵심 계열사라는 점에서  총수일가 지분을 낮추는 것은 전혀 고려 대상이 될 수 없거나 상당한 공을 들여야 하는 사안이다. 

한화는 사실상 한화그룹의 지주회사다. 최대주주 김승연 회장(18.8%)은 일가 지분을 포함해 한화 지분 26.8%를 보유 중이다. 이외 계열사 한화S&C 등 오너 일가를 제외한 특수관계인 지분은 4%도 안 된다. 김 회장의 막강한 지배기반을 관통하는 힘이 바로 한화 지분인 것이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형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 와중이라 현재 보유 중인 핵심 계열사 롯데쇼핑, 롯데제과 지분 각각 17.5%, 9.1%는 없어서는 안 될 지분이다. 신세계의 경우도 계열 지배구조의 양대 축을 맡고 있는 신세계와 이마트를 오로지 이명희 회장 일가 지분 28.1%로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지배력의 핵심이다. 
 
정몽구 회장(6.7%)과 외아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23.2%)이 29.9%를 소유한 현대글로비스의 경우에도 현대차를 지탱하는 4개 순환출자의 한 축을 담당하는 계열사다. 이노션은 정 회장이 맏딸 정성이 이노션 고문(27.9%) 몫으로 떼준 곳이다. 정의선 부회장이 2%를 정리해도 정 고문도 8%를 매각해야 한다.

이렇듯 지배구조로나 사업구조로나 핵심 계열사인 탓에 설령 지분 매각을 감행한다해도 시장 충격 및 주가 영향 등을 감안하면 여간해선 손대기가 쉽지 않다. 계열매출을 200억원 미만으로 떨어뜨리는 등 내부거래를 줄이는 것을 생각할 수 있지만 현재 거래규모를 따져보면 당장에 손써볼만한 곳이 얼마 없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내부거래가 무려 2조5200억원에 달한다. 이노션은 2296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54.4%를 차지한다. GS건설 6105억원, 삼성생명 4947억원, 롯데쇼핑 3400억원, 롯데제과가 3244억원에 이른다. 이래저래 재계 오너 일가로서는 손이 뒷목으로 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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