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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1 이웅열, SI 주주…삼척동자도 아는 뻔한 이유

  • 2017.09.11(월) 10:25

[격변의 재계] 일감몰아주기 Ⅱ ①코오롱
베니트, 계열 IT 일감 매년 750억
재산증식 수단으로 200% 제역할

재계의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이 여론으로부터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비아냥을 들은 지는 오래됐다. 보안과 효율적 전산 관리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항변하지만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다. 총수 일가(一家)가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이 뭇매를 자초했다.

실제 오너 일가가 차고 넘치는 내부 일감을 기반으로 손쉽게 재산을 불리고 후계 승계 도구로 써왔던 계열사는 수두룩하다. 재계 32위 코오롱 계열 SI 업체 코오롱베니트도 대단히 인상적으로 시선을 빼앗는다.  

 

▲ 이웅열 코오롱 회장


코오롱베니트는 1999년 10월 설립된 ‘라이거시스템즈’가 전신(前身)이다. 원래는 옛 코오롱아이넷(2006년 7월 코오롱정보통신에서 사명을 바꾼 뒤 2011년 11월 코오롱건설(현 코오롱글로벌)에 흡수합병됐다)과 미국 CA(Computer Associates) 합작으로 출발했다. SI 및 시스템관리(SM) 일부 사업 양도를 통한 외자유치 일환이다. 

이런 태생인 까닭에 초창기만 해도 주인은 미국 CA였다. 지분 70%를 소유했고 이외 30%가 코오롱그룹 몫이었다.

흥미롭다. 투자주체인 코오롱정보통신(지분율 20%)외에 오너 이웅열 회장도 10% 주주로서 이름을 올려놓고 있었다. 묘한 점, 4년여 뒤 또 생긴다. 정작 2004년 1월에 가서는 소유지분을 도로 코오롱아이넷에 8억5000만원을 받고 넘긴다.

당시 코오롱베니트는 경영성과가 형편없었다. 매년 예외 없이 영업적자가 계속됐다. 2006년까지 이어졌다. 한 해 손실이 50억원을 넘기도 했다. 2006년 3월 말(당시 3월결산)에 가서는 결손금이 215억원이 쌓였다. 이 회장의 지분 매각이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이랬던 회사가 2007년을 기점으로 180도 딴판으로 변했다. 2012년을 제외하고는 작년까지 해마다 흑자를 내고 있다. 한 해 178억원을 벌어들인 적도 있다. 결손금을 모두 깐 것은 2010년 말로 이미 한참 됐다.

코오롱베니트의 센세이셔널한 변신은 주인이 바뀌고 나서부터다. 2007년 1월 CA 소유 지분 70%를 코오롱그룹이 전량 인수한 것이다. 이 중 40%를 코오롱아이넷이 사들여 70%를 확보, 최대주주로 부상했다. 베니트를 거쳐 지금의 사명으로 간판을 바꿔 단 것도 이 무렵이다.

게다가 회장님까지 오셨다. 이 회장의 재등장이 이 때다. 이번에도 CA가 넘긴 70% 중 30%는 이 회장 몫이었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연쇄적으로 지분을 늘려나갔다. 2008년 12월 코오롱아이넷으로부터 9.9%를 매입한 데 이어 2012년 1월 9.1%를 추가로 인수했다.

 


지금의 코오롱베니트 최대주주는 지주회사 (주)코오롱이다. 51%를 소유 중이다. 이 회장의 두 차례 지분 확대가 있었던 지분 거래 당시 각각 20%, 31%를 인수한 데 따른 것이다.

이외 49%가 이 회장 소유다. 코오롱베니트는 코오롱 계열 편입이후 2013년 5월 단 한 차례 유상증자(200억원)를 실시한 바 있는데, 당시 출자금을 포함해 이 회장이 지금껏 코오롱베니트에 들인 자금은 136억원이다.

SI 계열사에 오너의 등장. 이유는 뻔하다. 대기업에서 흔하게 써먹는 방법이다. 차고 넘치는 계열사들의 IT일감이 돈이 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고, 이는 지분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코오롱베니트는 2013~2016년 한 해 평균 34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도 116억원이나 된다. 이 회장이 주주로 재등장했던 해의 매출(2016년 4월~2017년 3월 356억원)의 10배, 영업이익(1억3500만원)은 86배나 된다.

비결이 무어냐고 묻는 것은 불필요한 사족이다. 계열사들이 든든히 밀어주는데 돈 잘 버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했을 것이다.

 


2012년, 코오롱베니트는 국내 계열사들로부터 52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체 매출(853억원)의 61.6%에 달하는 수치다. 2013년 5월 코오롱글로벌 IT부문 양수로 이후 외형은 커져 계열 비중은 20% 안팎으로 낮아지기는 했지만 내부거래 규모는 여전하다.

2013~2016년 전체 매출 중 계열 매출은 한 해 평균 748억원. 지난해만 보더라도 주력사 코오롱인더스트리가 365억원의 일감을 줬고, 코오롱글로벌도 212억원이나 됐다. 전체 매출(3940억원) 중 20.2%(793억원)가 계열 매출이다.

코오롱베니트는 이렇듯 이 회장의 재산증식 수단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2014년 이후로는 배당금까지 챙겨주고 있다. 3년간 총 29억4000만원. 이 중 14억4000만원이 이 회장 차지가 됐다.
 
이런 까닭에 재계의 대표적인 일감몰아주기 수혜 기업으로 종종 오르내린지 오래다. 이런 까닭에 이달 1일 자산 5조~10조원의 준대기업으로 지정된 이후로는 ‘총수일가 사익편취 금지’, 이른바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족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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