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래(82) 전 회장의 경영일선 퇴진으로 효성가(家) 3세이자 조 전 회장의 장남 조현준(50) 회장이 마침내 ‘경영 대권’를 쥐었다. 조 전 회장이 작년 말 인사에서 회장 자리를 물려주며 대권 승계에 나선지 반년 만이다.
▲ 조현준 효성 회장 |
조석래 전 회장은 작년 12월 말 ‘2017년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고령과 건강상의 이유로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아들 삼형제 중 장남인 조현준 당시 사장을 앉혔다. 효성의 3세 경영 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하지만 온전한 경영권 이양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현재 효성의 사내 등기임원으로 있는 조현준 회장에게 올 3월 정기주총을 계기로 대표 자리까지 물려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지만 조 회장의 대표 선임은 없었고, 조석래 전 회장과 최측근 이상운 부회장 2인 대표 체제를 유지했던 것이다.
이런 구도에 변화가 생긴 것은 올 4월초 이상운 부회장이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부터다. 이 부회장은 1972년 효성에 입사해 섬유가 주력이던 효성을 다양한 산업용 소재와 장치를 제조하는 회사로 탈바꿈시킨 전문경영인이다. 2002년 효성 대표이사에 오른 뒤 올해까지 약 16년간 회사경영을 챙겼다.
특히 조 전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강력한 권한을 행사한 가신형 부회장으로 알려져있다. 효성의 2005~2013년 회계처리기준 위반을 이유로 한 2014년 9월 증권선물위원회의 대표이사 해임 권고 조치 등의 영향이지만 당시 이 부회장의 퇴진은 조현준 회장의 활동 반경을 넓혀주는 계기가 됐다.
이어 14일에는 조석래 전 회장이 대표에서 물러났다. 조 전 회장은 앞으로 명예회장으로서 회사의 자문 역할 등을 수행할 예정이다. 장남에게 사실상 경영 대권을 쥐어준 것이다.
효성이 밝힌 “2년 연속 사상 최대실적을 달성하는 등 글로벌 경영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데다 조현준 회장 중심의 경영체제가 안정적으로 구축됐다는 판단 하에 사임하기로 했다”는 퇴임의 변에도 조 전 회장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은 머잖아 대표 자리에도 앉을 것으로 보인다. 효성은 전통적으로 오너가 핵심 계열사 효성의 대표를 맡아왔기 때문이다. 효성 관계자는 “앞으로 이사회를 열어 대표이사를 선임하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구체적인 일정이 정해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구도가 현실화되면 명실상부한 조현준 회장 체제가 본격 닻을 올린다. 조 회장은 지난 4월초 이상운 부회장 퇴임과 맞물려 대표로 선임된 김규영 사장의 보좌를 받으며 경영을 총괄하게 되는 것이다.
맞물려 조석래 전 회장의 지분 승계도 빨라질 개연성이 있다. 현재 효성의 오너 일가 지분은 37.4%로 이 중 10.2%는 조 전 회장 소유다. 조현준 회장은 최대주주이기는 하지만 소유지분이 14.2% 수준이고, 둘째동생 조현상(46) 사장이 12.2%를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