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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의 커밍아웃 "말랑말랑? 그래요, 변했습니다"

  • 2017.07.17(월) 15:14

"세상이 변했으니…" 케인스 격언 인용
기업 자발적 변화 당부 "시간 많지 않다"

"케인스조차 생각을 바꿨는데 제가 뭐라고 세상의 변화에 아랑곳하지 않고 갈 수 있겠습니까?"

17일 오전 서울 중구에 위치한 대한상공회의소 지하 2층 국제회의장. 이날 대한상의가 주최하는 '최고경영자 조찬간담회'에 참석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각 기업에서 나온 300여명의 임원들 앞에서 자신을 둘러싼 오해를 푸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최고경영자 조찬간담회'에서 공정거래위원장으로서 자신의 철학을 설명했다.


약 1시간동안 진행된 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은 "나이 들면서 현명함이랄까, 보수화를 거친 것 같다", "김상조가 말랑말랑해졌다, 심지어 우클릭했다는 평가도 받는다"며 자기고백을 앞세웠다.

그러면서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언급했다는 격언 한 구절을 인용했다. "세상이 변했으니 나도 생각을 바꾼다(When the facts change, I change my mind)"

김 위원장은 "케인스가 정말 이렇게 말했는지 불확실하지만 영국 재무성에서 일하면서 '당신, 옛날 했던 얘기와 다른 얘기 아니냐'고 질문을 받았던 모양"이라며 "세상이 바뀌면 나의 생각도 바꿀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케인스의 사례를) 제 변명의 하나로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이날 발언은 현실과 동떨어진 급진적이고 이상적인 개혁으로 경제정책의 혼란을 초래할지 모른다는 재계의 걱정을 달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실제 그는 ▲규제보다는 기업의 자발적 변화를 우선하는 포지티브 접근방식 ▲공정위 전속고발권의 단계적 폐지 등 점진적인 개혁을 약속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6.4%(1060원) 오른 시급 7530원으로 결정된 것과 관련해서도 "편의점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에게는 도움이 되겠지만 이들을 고용하는 가맹점주에게는 참 어려운 문제일 수 있다"고 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의 불만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어려운 분을 도와야하는데 그로 인해 다른 분들이 어려움을 겪는다고 (그 정책을) 하지 말아야하는가"라고 반문하며 "우리사회는 변화의 출발에 있는데 그 시동을 걸기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하는 걸로 이해해달라"고 당부했다.

과거 시민사회의 대표적인 지식인으로 활동하던 김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입장변화를 밝힌 데에는 몇가지 사건이 있었다.

2008년 불어닥친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첫번째다. 그는 "이 때 세계 경제가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한 게 아닌가 생각했다. 뒤이어 2010년 남유럽 재정위기로 세계경제가 장기침체에 빠지면서 확실히 세상이 과거와 같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 이른바 'G2' 중심으로 세계경제가 재편되면서 한국이 자율성을 확보하기가 더욱 어려워진 현실도 그의 시각을 바꾼 요인이다. 우리 경제가 과거와 다른 불확실성에 놓여있는 만큼 그 해법도 달라야 한다는 얘기다.

세번째로는 낙수효과가 더는 유효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었다. 김 위원장은  "과거엔 한정된 자원을 대기업에 배분해 성장의 과실을 빠르게 확산시키는 낙수효과가 우리사회만큼 잘 작동한 곳이 드물었다"며 "하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그 연결고리가 끊어져 지금은 저성장의 장기화에 들어섰다.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경제관에 변화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워치독으로서 본령은 잊지 않겠다는 얘기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는 "2차, 3차 협력사 등 밑으로 내려갈수록, 특히 거기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조건이 매우 열악해지고 있다"며 "과거처럼 정부가 일괄적으로 투자와 고용규모를 취합한 뒤 이행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던 것과 같은 실수는 안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가 해야할 일이라고 판단하면 민주주의 틀 내에서 책임지고 수행하겠다"며 "그것이 곧 공정위의 정책방향"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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