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질문할 사람 없습니까? 누군가 질문할 것 같아 미리 준비한 답변이 있는데…."
27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지하 2층 중회의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로머(Paul Romer) 뉴욕대학교 스턴경영대학원 교수가 자리를 뜨려는 기자들에게 '미끼'를 던졌다. 로머 교수는 이날 대한상의 초청으로 강연을 한 뒤 약 30분간 기자들과 별도의 간담회를 했다.
짐을 싸던 기자들이 엉거주춤 서있자 로머 교수가 말을 이어갔다. 그는 "노벨상을 받은 날 왜 결혼했는지 궁금해 할 것 같다"면서 "억압에서 벗어나려는 젊은이들처럼 나도 깜짝 결혼식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뜬금없는 결혼 얘기에 기자들은 어리둥절했다. 로머 교수는 지난해 12월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미국 버나드대에서 프랑스 문학을 가르치는 캐롤린 웨버 교수와 결혼식을 올렸다. 노벨경제학상 시상식이 열린 바로 그날이다.
그는 "정장을 차려입고 노벨상을 수상하러 가는 길에 근처 교회에 들러 결혼식을 했다"며 "새로운 아이디어,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라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결혼식과 노벨상 수상을 한번에 이뤄낸 그에게 뉴욕타임스는 "폴 로머를 용서하소서, 그는 단지 경제적이었을 뿐입니다"라는 기사를 내보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로머 교수는 지식과 기술혁신이 성장을 이끈다는 '내생적 성장이론(Endogenous Growth Theory)'으로 학계의 주목을 받은 인물이다. 이날 강연에서도 "경제의 지속성장은 노동, 자본과 같은 양적 투입보다 인적 자본, 기술 등과 같은 질적 변화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과 관련해선 여성인재의 적극적 활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중 남녀간 고용격차가 가장 큰 국가"라며 "여성의 학력수준이 높은데도 고용률이 낮은 건 한국이 우수한 인적자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다는 걸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실패해도 괜찮다는 문화, 새로운 걸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을 허용해야 한다"며 "변화는 우리를 불편하게 하고 때로는 위협할 수도 있지만 이러한 위기가 정책을 바꾸고 고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