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석 LG전자 CSR팀장이 29일 열린 '2017 비즈워치' 포럼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설명하고 있다. |
"사회공헌(CSR) 업무를 하는 분들은 새우를 잘 먹지 않습니다. 동남아국가에선 새우 껍질을 까는 작업을 대부분 어린 아이들이 합니다. 어른 손으로는 껍질을 까는 게 어려워 고사리 손에 의존하는 건데요. 새우를 보면 이게 어디에서 왔을지가 먼저 떠오르고, 누군가 불법으로 아동노동을…."
LG전자에서 CSR팀을 이끌고 있는 김민석 팀장은 2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2017 비즈워치 포럼'에서 자신의 직업병(?)을 고백했다. CSR업무를 담당하며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는 얘기다. 동시에 기업이 사회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김 팀장은 아디다스가 판매하는 운동화 사진 한 장을 프레젠테이션 화면에 띄웠다. 24만9000원이라는 가격표가 붙은 이 운동화는 바다에 떠다니는 폐플라스틱에서 뽑아낸 섬유로 만들었다. 그는 "플라스틱을 만든 곳도 기업이지만, 이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더 나아가 사업기회로 활용하는 곳도 기업"이라며 기업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업에 필요한 자세는 뭘까. 김 팀장은 "물고기가 물을 떠나 살 수 없듯 기업도 사회를 떠나서는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경영진과 지배구조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이나 규범을 만드는 것보다 실제 작동하고 실행하는 게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겉으로는 괜찮은 회사인데 안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고 쓴소리를 하는 외국인들이 많다"며 "이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게 거버넌스 문제"라고 말했다. 사회적 책임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기업내 의사결정 체계나 사고방식 등이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중소기업도 예외일 수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비콥(B-Corp)'을 예로 들었다. 비콥은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비랩(B-LAB)'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부여하는 인증이다.
김 팀장은 "'비콥' 인증을 받은 곳이 2000개가 넘고 대부분은 임직원수 50명 미만, 심지어 10명 미만인 회사가 다수를 차지한다"며 "미국이나 유럽에선 중소기업도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데 우리만 예외라는 논리는 국제사회에서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