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요구와 기업 가치를 연결해야 한다"
"착한 기업이 재무 상태도 우수하다"
"기업 사회책임정보 공개 의무화해야 한다"
29일 비즈니스워치 주최로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2017 비즈워치포럼'에서는 '기업 사회적책임, 해법을 찾다'라는 주제로 기업의 사회적책임 경영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향후 기업이 나아갈 길을 모색했다.
이 자리에선 사회적책임 경영과 관련한 재계, 학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열띤 논의를 진행했다. 특히 올해 행사에는 각 기업의 관계자들을 포함해 350명에 가까운 청중이 관람석을 가득 메워 어느 때보다 열기가 뜨거웠다.
기업의 역할은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 강조되는 이유다.
기업의 첫번째 목표는 이윤창출에 있지만, 부를 만드는 과정과 그 배분이 공정한지에 대한 책임도 함께 요구받고 있다. 또 국민과 소비자, 사회와 공존해야 하는 시대적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축사를 맡은 김한표 자유한국당 의원은 "기업이 돈 잘 벌고 세금을 잘 내고 월급 잘 주는 것이 최고의 책임이었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기업이 사회 정의를 구현하고 가치를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과 함께 국회 사회책임투자정책연구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축사에서 "저출산·고령화와 청년실업, 최저임금 상승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들이 직면해 있는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제도를 국회에서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경영철학과 비전까지 담아야"
CSR은 단순 기부활동에서 출발했다. 사실 시작은 스캔들을 일으킨 기업이 이미지 개선을 위한 리스크 관리 기법이었다. 이런 이유로 CSR을 통해 유명해진 글로벌 기업들의 이면에는 사회적 문제를 야기했던 경험이 있기도 하다.
곽재성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이제 CSR은 단순 기부가 아니라 하나의 프로젝트가 됐다"며 "CSR 활동을 통해 어떤 효과가 나타났는지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순 기부 활동을 넘어선 각 기업의 경영철학과 비전, 회사의 주요 사업 특성 등을 CSR에 녹여서 전략적인 활동으로 펼쳐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기업들도 진정성, 전문성, 관계성, 투명성을 기반으로 더 나은 사회와 환경을 만들고 지속가능경영 성과를 창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김민석 LG전자 CSR팀장은 "기업이 사회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고기가 물을 떠나 살 수 없듯 기업도 사회를 떠나서는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기업 태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팀장은 "사회적 책임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기업 내 의사결정 체계나 사고방식 등 거버넌스가 바뀌어야 한다"며 "여기에는 중소기업도 예외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일부 기업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 세계 기업들과 비교해 국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뒤처진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책임투자원칙기구(PRI) 행사에서 지난 10년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성장한 국가 중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사회적 책임이 퇴보했다는 지적을 들었다"며 "스튜어드십코드로 사회책임투자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 대표는 "해외의 사회책임투자를 그대로 따라 하기보다 국내 실정에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실적도 좋다"고 강조했다.
CSR 제도를 법제화하고 관련 정보 공개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2008년 즈음부터 기업의 횡포 사례가 늘면서 국민 인식도 올라와 CSR이 자율에서 강제로 강화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며 "법으로 모든 것을 만들 수는 없겠지만 CSR이 잘되고 있는 유럽을 보면 규제가 잘 갖춰져 있다"고 전했다.
이 국장은 "기본적으로 CSR 잘 하는 기업이 손해를 보지 않도록 하는 것이 CSR 규제 법제화의 이유"라며 "CSR을 단기적인 성과를 내리기 위한 수단으로 보기보다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장기적으로 다음 세대에 이어질 수 있는 경영 환경을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