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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재단워치]프롤로그-왜 지금 공익재단인가

  • 2017.12.04(월) 15:00

기업 공익재단 역할에 대한 관심 높아져
설립 목적 외 대물림, 지배구조 지원용 비판도

 

공익은 공공의 이익 즉 불특정다수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이익을 뜻합니다.  따라서 '공익재단'이라 이름 붙은 곳은 당연히 공익을 위해 일해야합니다. 영리를 목적으로한 돈벌이에 집중해서도 안되고, 특정인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복무해서도 안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누군가에겐 불이익을 주는 결과로 이어질 테니까요.  

그래서 공익재단의 정식명칭은 비영리 공익법인입니다. 공익법인 설립·운영에 관한법률 2조에는 `재단법인이나 사단법인으로서 사회 일반의 이익에 이바지하기 위해 학자금·장학금 또는 연구비의 보조나 지급, 학술, 자선에 관한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을 공익법인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결사체인 사단법인과 달리 재단법인은 기본적으로 누군가가 기부한 재산을 기초로 운영됩니다. 대기업 공익법인은 총수일가 혹은 계열사가 기부한 재산을 바탕으로 설립됐기 때문에  공익재단법인의 성격입니다.  

공익재단의 기본 재산에는 현금, 주식, 부동산 등이 있습니다. 이 기초재산에서 나오는 이자, 배당, 임대료 수입 또는 재산을 직접 매각해서 확보한 현금으로 불특정 다수 사람들이 혜택을 볼 수 있는 장학·문화·복지 등 공익 목적의 사업을 합니다.  

원래 이런 기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세금을 걷어서 해야 하는데, 민간(사람 또는 기업)이 기부한 재산으로 정부가 해야할 일을 일정부분 대신해주기 때문에 혜택을 줍니다. 세금(상속·증여세)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한 겁니다.   

그런데 아무 조건없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면 기업을 경영하는 부모가 회사 주식을 재단에 몽땅 넘긴 뒤 자녀를 그 재단을 좌지우지하는 자리에 앉힐 수도 있을 겁니다. 세금 한 푼 안내고 대대손손 부를 세습하는 것이 됩니다. 정상적으로 자신의 재산을 자녀에게 물려주려면 최대 50%의 상속·증여세를 내야하니 조세 회피 효과는 어마어마하겠죠.   

그래서 정부는 1990년 법을 바꿔 공익재단에 기부하는 주식이라도 무작정 세금을 면제해주는게 아니라 조건을 걸었습니다. 특정회사 주식을 재단에 물려줄 때 지분율 20%까지는 기존처럼 세금을 면해주고 그 이상은 상속·증여세를 내도록 한 것입니다. 그래도 공익재단에 계열사 주식이 너무 많이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자 3년 뒤인 1993년 20% 한도를 5%로 축소했습니다.   

이후 다소의 변동은 있었지만 이 '5%'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공익재단의 상속·증여세 면제 한도의 큰 줄기입니다. 전부가 아닌 '큰 줄기'라고 표현한 것은 개별기업 지분율 10% 한도로 세금을 면제해주는 성실공익법인제도(이는 올해부터 상호출자제한집단에 한해 5%로 다시 축소)가 나중에 추가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1993년 그러니까 24년 전부터 공익재단 지분 면세한도를 5%로 묶어놓았음에도 여전히 공익재단이 입길에 오르내리는 걸 보면 세금면제한도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어찌보면 본질적 문제는 공익재단이 누구의 것이냐는 겁니다.

몇년전 어느 기업 회장은 계열사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자 수습책으로 `자신이 재단을 하나 가지고 있는데 계열사로 인해 피해 본 사람들을 위해 더 지원하겠다`고 했습니다. 사회공헌을 늘리는 건 좋은 일이나 재단을 `내가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건 내 돈을 기부해 만든 재단이니 `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공익재단은 은행이 아니기에 일단 재산을 기부했으면 그 재산의 소유권은 사라집니다. 우리가 어느 사회단체에 기부를 할 때 엉뚱한데 쓰이지 않고 좋은 일에 쓰길 바랄뿐 기부금에 비례해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지는 않는 것과 같은 논리입니다. 

법상으로도 공익재단은 주인이 없습니다. 만약 공익재단이 청산 단계로 가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재단의 남은 재산을 환수합니다. 주인이 있는 재산이라면 제 아무리 국가라도 함부로 환수할 수 없겠죠. 국가 또한 환수한 재단의 재산을 국고에 집어넣을 수도 없고 아무렇게나 쓸 수 없습니다. 유사한 목적을 가진 다른 공익법인에 증여하거나 무상으로 빌려줘야 합니다.

공익법인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제13조에 그대로 적혀있는 내용입니다. 공익재단은 말 그대로 특정인 누구의 이익이 아닌 공공의 이익을 위한 재단이어야한다는 것입니다.

오늘날 존재하는 대기업 공익재단은 상당수가 창업주 세대의 기부로 이뤄진 것입니다. 현재 경영을 하고 있거나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이른바 후계자들은 재단에 기부하지 않고 권리(이사 또는 이사장으로서 재단 소유 지분 영향력)만 세습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에 대해 공익재단을 종친회 정도로 생각하고 대물림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좋은 일을 하고 국가로부터 세금을 면제받는 공익재단은 설령 특정 개인의 기부로 만들어졌더라도 그 가문이 대물림할 대상이 아니라, 언제나 그 자리에서 공익적 목적을 다할 수 있도록 사회 전체에 두루 대물림해야 할 대상이란 겁니다. [공익재단워치]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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