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최근 10년 중 가장 초라한 경영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한 해 영업이익이 금융위기 이후 가장 적은 4조원대로 떨어졌다. 정의선 부회장이 얼마전 작년 중국사업 부진을 두고 "오히려 좋은 주사를 맞았다고 생각한다"고 표현했지만 숫자는 더 혹독했다.
현대차는 작년 ▲매출액 96조3761억원(자동차 74조4902억원, 금융 및 기타 21조8859억원) ▲영업이익 4조5747억원 ▲순이익 4조5464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연결재무제표 기준)됐다고 25일 발표했다. 완성차 판매는 총 450만6527대로 취합됐다.
일단 판매량이 재작년보다 6.4%, 30만9015대 감소했다. 다만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충격이 컸던 중국을 빼고 볼 경우 전년보다 1.6% 증가한 369만2735대라는 설명이다. 국내서는 '그랜저' 판매 호조와 '코나', 'G70' 신차 효과로 전년보다 4.6% 증가한 68만8939대를 팔았다. 해외 판매량은 8.2% 감소한 381만7588대로 집계됐다.
늘은 건 매출 뿐이다. 전년 동기대비 2.9% 증가한 수준이다. 판매량은 줄었지만 단가가 높은 신차 판매 효과가 있었고 금융부문 매출도 늘어난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수익성 악화가 가장 아팠다. 영업이익은 재작년보다 11.9% 감소했다. 현대차 영업이익이 4조원대로 줄어든 건 2010년 회계제도 변경(K-IFRS 도입)이후 처음이다. 종전 회계 기준까지 포함하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 3조7204억원을 기록한 이후 가장 적다.
매출원가율부터 악화된 게 컸다. 전년 동기대비 0.7% 포인트 높아진 81.8%다. 주요 통화 대비 원화 강세가 이어지고 경쟁 심화에 따라 판촉비가 늘어난 탓이라는 설명이다. 영업이익률 역시 4.7%로 재작년보다 0.8% 포인트 하락했다.이 역시 2008년 3.9% 이후 최악이다. 순이익도 전년보다 20.5%나 급감했다.
작년 4분기만 따로 추려보면 123만4490대를 판매해 매출액 24조5008억원, 영업이익 7752억원을 기록했다. 재작년 4분기와 비교해 판매량은 11만6811대, 8.6% 줄었고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0.2%, 24.1%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연중 최저인 3.2%까지 떨어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4분기 실적 악화에 대해 "불리한 환율 여건 속에서 파업 관련 생산 차질 등으로 판매는 줄고 고정비 부담이 늘어난 영향"이라며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도 수요가 줄어 판촉경쟁이 심해져 수익성이 전년 동기대비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새해 전망도 흐릿하다. 현대차는 작년 실적보다 3.7% 늘린 467만5000대로 올해 판매 목표를 세웠다. 작년 목표 508만대와 비교하면 8.2% 낮춰 잡은 것이다. "세계 경제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이 확산되고 전세계 자동차 수요 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에 머무를 것"이란 예측이 기반이다.
현대차 측은 "판매와 생산, 그리고 수익성을 통합 관리하는 권역별 책임경영 체제를 확립하겠다"며 "양적 성장에 치중하기 보다는 경영환경 변화에 더욱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체질을 개선하고 미래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