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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현대차그룹이 던진 '다중포석'

  • 2018.03.28(수) 18:49

[현대차, 후진적 지배구조 '빅뱅']
정의선, 현대글로비스 지분 23.3%..가치 1.5조
지배구조 개편후 현대모비스 상당 지분 확보할 듯

재계 2위 현대차의 오너 정몽구 회장이 외아들 정의선 부회장의 후계 승계 완성을 위한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정 부회장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현대차 ‘경영 대권(大權)’ 후계자다. 2009년 8월 기아차 사장에서 현대차 부회장으로 승진함으로써 정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는 초읽기에 들어갔다.

반면 지분 승계는 더뎠다. 정의선 부회장은 지배구조의 핵심인 현대모비스, 현대차, 기아차 3개 계열사에 대해 이렇다 할 지분이 없다. 현대차 2.3%, 기아차 1.7%만을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번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을 계기로 정 부회장의 지배력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명확한 명분이 있는 순환출자 해소(기아차→현대모비스)와 ▲정 부회장의 승계 기반 확대라는 2가지 명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포석이라고도 할 수 있다.

 

▲ 정몽구 현대차 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 순환출자 해소·승계기반 확대 ‘묘수’

현대차의 순환출자 해소 방안의 핵심은 현대모비스를 정점으로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연결되는 핵심고리 중 기아차→현대모비스 고리를 정 회장 일가가 사들여 끓는 것이다.

현대차가 지배구조 개편을 완료하면 정점에는 현대모비스 분할 뒤 투자 및 핵심부품사업인 존속 ‘현대모비스’가 정점에 위치한다. 이어 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합병현대글로비스(현 글로비스 및 현대모비스 모듈·AS부품사업 통합법인)이 위치한다.

기존 기아차→현대모비스 핵심 순환출자가 해소된다. 해법은 합병현대글로비스의 오너 일가 지분을 모두 기아차에 매각하고, 대신에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오너 일가가 사들이는 것이다.

이는 정 부회장의 지배기반 확대를 의미한다. 정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 23.3%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있어서다. 현재는 현대모비스 주식이 단 한 주도 없지만 ‘딜’ 이후에는 사실상 지주회사 노릇을 하는 현대모비스에 대한 상당부분 지분 확보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기아차→현대모비스 고리를 끊는 것은 비용 측면에서도 가장 싸게 먹힌다. 현대모비스의 현대차 지분(20.8%) 6조9400억원, 현대차의 기아차 지분(33.9%) 4조5300억원, 기아차의 현대모비스 지분(16.9%) 4조2900억원이다.

4조원이 넘는 자금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현재 정 부회장의 소유지분 23.3%의 가치는 1조5100억원에 이른다. 특히 현대글로비스가 현대모비스 모듈·AS부품 부문을 통합하면 정 부회장의 주식 가치는 더 높아질 개연성이 있고, 존속법인 현대모비스는 쪼개지는 만큼 종전보다 더 싸게 지분을 살 수 있다.

아울러 정 부회장은 과거 계열사 지분 매각으로 상당한 현금을 손에 쥐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글로비스 및 이노션 지분 매각 대금(1조2200억원)에서 2015년 현대차 지분 2.3%를 인수(8000억원)하고 남은 자금만 해도 4200억원이다.

여기에 현대차(2.3%·7600억원), 기아차(1.7%·2330억원)의 주식가치가 상당하다. 이외에도 현대엔지니어링(11.7%), 현대위아(1.9%), 이노션(2.0%), 현대오토에버(19.5%), 서림개발(100%) 등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에 동원할 수 있는 계열사 지분도 적지않다.

결국 정의선 부회장의 사실상 기아차와의 지분스왑을 통한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는 ▲순환출자 해소라는 뚜렷한 명분이 있고 ▲정의선 부회장의 지배기반 확대라는 명제를 충족하고 있는 것이다.

◇ 일감몰아주기 규제 압박도 ‘훌훌’

아울러 정부의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압박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행위’, 이른바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벗어난 지 3년 만에 다시 사정권에 들어갈 위기에 놓였다.

2015년 2월 일감몰아주기 규제 시행을 전후로 현대차 오너 일가는 주요 계열사 소유지분 정리에 나섰다. 상장 물류업체 현대글로비스 13.4%를 기관투자가에게 넘겼다. 이를 통해 현대글로비스 오너 일가 지분은 정확히 29.9%(정몽구 회장 6.7% 포함)에 맞춰져 있다. ‘상장 30%, 비상장 20% 이상’의 규제 요건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새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총수 일가 지분 기준을 현행 상장 30% 이상에서 20% 이상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현실화될 경우 ‘말 많던’ 현대글로비스가 다시 규제의 사정권에 들어간다.

현대글로비스가 2016년 국내 계열사들로부터 올린 매출은 2조5200억에 달한다. 10대그룹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 26개사(지분 요건 상장 30%→20% 강화시) 중 삼성물산(2조9851억원) 다음으로 많다. 비중도 전체 매출의 20.6%를 차지한다. 해외 계열사 매출(5조6700억원)까지 포함하면 66.9%로 치솟는다.

이렇듯 계열 비중이 워낙 큰 탓에 현대글로비스가 짧은 기간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총수 일가의 지분을 20% 밑으로 떨어뜨리는 길 밖에 없다. 지분 매각이나 다른 계열사와의 합병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말이 쉽지 여간 품이 드는 게 아니다. 현대글로비스가 그룹을 지탱하는 4개 순환출자의 한 축을 담당하고 오너 일가의 지배구조를 떠받치고 있는 핵심 계열사라는 점도 한 몫 했다. 결국 현대모비스 분할법인과 글로비스가 합병하면 지분율이 낮아지는 것은 물론 지분 매각을 통해 일감몰아주기 규제도 깔끔히 해소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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