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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車산업 확장성·성장성…명분은 있다지만

  • 2018.04.02(월) 16:16

[현대차, 후진적 지배구조 '빅뱅']
모비스, M&A 기반 확보 불구 고수익부문 분할 부정적
글로비스, 계열사 내부거래 배로 늘어도 거칠것 없어

현대자동차그룹이 모듈과 애프터서비스(AS) 부품 사업부문을 떼어낸 현대모비스를 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De facto Holding Company, 지배기업)'로 삼는 출자구조 재편안을 지난달 28일 내놨다.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게 개편의 가장 큰 목표지만 세계 5위 완성차 업체로서 산업적 변화에 대비했다는 점도 현대차 그룹이 내세우는 특징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개편으로 친환경·자율주행·차량 공유 등 미래 자동차 산업 진화 측면에서 신규사업 투자 용이성을 확보해 경쟁력을 키우고, 부품 조달과 물류를 통합해 성장 시너지를 확보토록 하겠다는 청사진을 명분으로 제시하고 있다.

 

 

◇ 모비스 '사실상 지주사'로 만드는 이유

 

이번 개편은 누가 뭐라해도 순환출자를 해소하면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등 차후 대주주 지배구조까지 강화하는 게 가장 큰 목표다. 하지만 현대모비스 등 개편의 핵심이 되는 계열사의 다른 주주들까지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배에 함께 태우기 위해서는 이것만으로는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편 골자는 현대모비스를 쪼개 연구개발 등 핵심부품과 해외법인 등 투자사업만 남기고 존속법인에 남기고, 나머지는 글로비스와 합병하는 것이다. 이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기아차 등 다른 계열사가 보유한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모두 사들이는 계획이다.

 

종전에는 현대차, 기아차, 모비스를 각각 투자·사업 부문으로 인적분할한 뒤, 투자 부문만 합쳐 지주사화 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했다. 하지만 이보다는 개편 비용이나 지주사 규제 측면에서 모비스를 분할·합병해 존속법인을 지배회사로 두는 방식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②현대차는 왜 멀쩡한 모비스를 쪼개기로 했나>

 

현대차는 이번 계획이 지배구조뿐만 아니라 핵심사업인 완성차 경쟁력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 두 주력 완성차 주력 계열사를 인적분할하면 두 회사의 미래 사업 확장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주회사 체제가 될 경우 공정거래법상 자회사 등이 공동 투자해 다른 기업을 인수하지 못하는 게 되는데, 현대차는 이번 방안으로 대규모 투자에 대한 걸림돌을 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차그룹은 올 초 ▲차량전동화(친환경차) ▲스마트카 ▲로봇·인공지능(AI) ▲미래에너지 ▲스타트업 육성 등 5개 분야 신사업에 향후 5년간 약 2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미래 핵심 기술 확보 차원의 투자나 인수·합병(M&A), 타 완성차 납품을 위한 투자 및 조인트벤처(JV) 설립 등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핵심부품 사업에 대한 집중도 역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모비스를 0.79(존속) 대 0.21 비율로 분할하는 것에 대한 적정성에 의문을 품는 목소리도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기업가치에 긍정적일 수는 있어도, 단기적으로 모비스 주주들에게 불만을 살 수있다는 지적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도 "모비스가 수익성 높은 사업부문을 분할하는 것은 전반적인 사업구조와 영업실적 등 측면에서 다소 부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 매출 40조..내부거래 공룡될 '글로비스'

 

현대글로비스는 모비스의 캐시카우 사업을 품게돼 연결매출 40조원대로 덩치를 키우게 된다. 글로비스는 완성차를 탁송·수출하고, 계열사가 생산한 자동차부품을 전세계 현대·기아차 공장에 운반하는 물류 계열사다. 여기에 부품 생산 및 판매 등 분야사업을 합치면 매출은 배 이상 커진다.

 

작년 기준 현대글로비스 매출은 16조3583억원, 현대모비스의 모듈 및 AS부품 부문 매출은 25조3617억원이다. 단순 합산해도 40조원을 넘는다. 현대차그룹은 외형 확대뿐만 아니라 수익성 개선으로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물류와 모듈사업 부분이 통합되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과 서플라이 체인(공급망)의 효율성 제고 등의 시너지가 가능하다"며 "개별 부품 제작과 최종적으로 완성차를 제조하는 것을 제외한 조달물류, 운송 등 중간 단계의 사업을 통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와 함께 물류 네트워크, AS 부품 및 중고차 대 고객 접점 등 핵심 역량을 활용한 모빌리티 서비스 등 미래 자동차 관련 서비스 사업도 강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현대차그룹이 내놓는 청사진이다.

 

 

이번 개편이 글로비스에 더욱 이득이 되는 것은 골칫거리였던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단숨에 해결하게 되는 점이다. 당장 80% 안팎인 글로비스와 모비스 내부거래 비중을 감안하면 합병 글로비스의 내부매출 규모는 35조원대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처럼 규제에 맞춰 대주주 보유지분율을 낮출 필요도 없어졌을 뿐만 아니라 내부거래 매출도 제한 없이 늘릴 수 있다. 지금처럼 정 회장 부자가 글로비스를 직접 보유(현재 지분 29.9%)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차, 기아차, 현대제철 등의 자회사가 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런 성장성을 기대할 수 있는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은 모비스 주주 입장에서는 메리트다. 현재 모비스 100주를 보유하고 있는 주주는 분할합병 이후 존속 모비스 79주, 합병 글로비스 61주를 갖게 된다. 류연화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모비스 주주에게 분할 비율은 부정적일 수 있지만 성장성이 높아진 합병 글로비스 주식을 보유하게 되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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