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건축자재업체 KCC가 야심차게 뛰어들었던 태양광 사업에서 헤매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폴리실리콘 법인을 설립한 지 7년여나 됐지만 상업생산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연거푸 부실을 털어내는데 여념이 없는 것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KCC는 작년 순익(연결기준) 38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1530억원)의 4분의 1 토막이다. 4분기에 사우디아라비아의 폴리실리콘 합작생산법인의 부실을 대거 털어내며 대규모 적자를 낸 게 주원인이다.
KCC는 태양광분야 중 최첨단 신소재 산업인 폴리실리콘 사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꼽고 2008년 이후 공을 들여왔다. 2010년 12월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업체 MEC(MUTAJADEDAH ENERGY COMPANY)와 합작(50대 50)으로 폴리실리콘 생산 현지법인 PTC(Polisilicon Technology Company)를 설립한 것도 이의 일환이다.
PTC 설립 배경은 사우디가 폴리실리콘 생산원가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는 전력비가 저렴한 이점이 있어 태양광 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판단한 때문이다.
2013년 말까지 사우디 주바일에 연간 3000톤 규모의 폴리실리콘을 생산 공장 건설을 완료하고 2014년 가동을 목표로 했다. 또 향후 1만2000톤까지 증설한다는 계획을 가졌다. 하지만 PTC 상업생산 시기를 2015년으로 늦추더니 2016년 말까지 상업생산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지금 상황도 마찬가지다. PTC 공장은 현재 시험생산만 하고 있을 뿐 품질 및 원가경쟁력이 확보되는 시점에 상업생산한다는 계획만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작년 1~9월 매출이라고 해봐야 7억7050만원이 고작이고 순손실이 412억원에 달한다.
작년 9월 말 현재 KCC의 PTC 출자금액은 1430억원. 여기에 PTC 차입금에 대한 지급보증금액도 8000만 달러나 된다. 지급보증은 2013년 2월 말 PTC와 SIDF(Saudi Industrial Development Fund)와의 차입약정계약이 체결에 따라 1억6000만달러(차입한도)를 차입한 데 따른 것.
KCC는 2016년 PTC의 출자지분 및 지급보증에 대해 704억원을 공동기업투자주식손상차손(기타영업외비용)으로 털어냈다. 이어 2017년에도 남아있던 장부가 540억원을 비롯해 기타비용까지 모두 손실로 반영했다. 작년 4분기 순익 적자 1370억원의 주원인이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닐 수 있다. PTC의 출자지분 및 지급보증 부실 비용을 모두 털어냈다고는 하지만 해당 프로젝트의 완료를 위한 자금이 부족할 경우 KCC는 MEC와 함께 그 지분비율에 따라 자금을 지원할 보충적 의무를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