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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끈보다 신발끈'…LG의 두 CEO

  • 2018.03.16(금) 16:50

조성진·박진수, 사내이사 재선임
학력보다 중요한 실력…'3년 더'

가방끈이 길어야 직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LG그룹만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부회장 직함을 달고 있는 7명 중 한 명은 대학 졸업장이 없고, 다른 한 명은 학부과정만 마치고도 최장수 전문경영인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주인공은 조성진 LG전자 부회장과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이다. 조 부회장은 최종학력이 고졸이다. 용산공고를 나왔다. 박 부회장은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나왔지만 석사과정은 밟지 않았다.

조 부회장과 박 부회장은 16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임기 3년의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주총장에서 이들의 연임을 반대한 주주는 한 명도 없었다. 경영자에게 필요한 건 훌륭한 실적이지 화려한 스펙이 아니었다.

▲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오른쪽)은 '세탁기 박사'로 불렸다. 대학을 나오지 않고도 최고경영자에 올랐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왼쪽)은 LG그룹에서 최장수 전문경영인으로 꼽힌다. 그는 2020년까지 연평균 15%의 매출성장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박사' 별명 붙은 고졸 CEO

 

조 부회장은 1976년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에 입사해 '세탁기 신화'를 쓴 인물이다. 1998년 세탁통과 모터를 벨트 없이 연결한 '터보드럼' 세탁기를 선보여 LG전자 세탁기를 세계 1등으로 올려놨다.

공고를 나와 월급쟁이로선 최고위직에 오른 그는 엔지니어 출신답게 새로운 제품이 나오면 직접 만져보고 눌러보며 제품을 시험해보기를 좋아했다. 지난 2014년에는 독일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에 갔다가 경쟁사 제품을 의도적으로 파손했다는 오해를 산 일도 벌어졌다.

그에겐 간판보다 실력이 먼저였다. 남들이 대학 졸업장을 내보일 때 세탁기에 매달렸다. 5년여 전 한 경제신문에는 이런 인터뷰가 실렸다.

"밖에선 오로지 사람을 학력으로만 평가하죠. 그런데 사내에선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중략) 학력은 사람 능력의 20%도 안되는 것 같습니다." (한국경제신문, 2012년 12월12일, 36년간 빨래만 생각한 남자…고졸 CEO 신화 쓴 '세탁기 박사')

그는 2016년 LG전자 이사회 멤버로 합류했고 같은 해 말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그가 지휘봉을 잡은 2017년 LG전자는 역대 두번째로 높은 2조47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최장수 전문경영인의 힘


LG화학의 사내이사로 재선임된 박 부회장은 '직업이 CEO'라 할 만큼 오랜 기간 CEO 생활을 했다. 2003년 LG그룹이 현대석유화학을 인수할 때 공동 대표이사를 맡은 것을 시작으로 무려 15년간 최고경영자로 재직 중이다.

그는 현장형 경영자로 꼽힌다. 여수공장 생산과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플라스틱 원료 중 하나인 폴리스티렌(PS) 생산라인에 문제가 생기자 현장에 야전침대를 마련해 놓고 정상화시킨 유명한 일화가 있다. 일본 기술고문들이 재가동에 6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는 걸 3주만에 해냈다.

박 부회장은 '인재'를 유독 강조한다. 평소 "내 경영사전에는 고객과 인재, 딱 두사람만 있다", "세상에 천리마가 아무리 많아도 이를 알아보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인재 발굴에 공을 들여왔다. 올해도 새해 첫 현장 경영차 방문한 곳이 신입사원 연수현장이다.

 

그는 똑똑한 사람보다 열정과 팀워크가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고 했다. 신발끈을 단단히 묶고 미래를 위해 뛸 수 있는 노력형 인재를 찾는다.

박 부회장의 장수 비결은 뭐니뭐니 해도 뛰어난 실적이다. LG화학은 지난해 역대 최대인 2조93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영업이익률은 두자릿수(11.4%)에 이른다. 그는 앞으로 3년간 연평균 15%의 매출성장을 이루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도 제시했다.

 

박 부회장은 이날 주총에서 "많이 부족하지만 열심히 이끌어왔다고 생각한다"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일류회사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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