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효성그룹 3세 총수인 조현준 회장을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총수의 인척 4촌인 관계사 대표이사, 효성 임원도 함께다. 효성과 관계사, 조 회장 개인회사에는 총 29억8600만원의 과징금도 부과됐다.
효성그룹이 조직적으로 조 회장 개인회사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갤럭시아일렉)를 부당지원했다는 게 이유다. 경영권 승계를 위해 조 회장 개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했다는 '사익편취' 혐의다. 조 회장은 이미 2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갤럭시아일렉 지배주주인 조 회장과 송형진 효성투자개발 대표이사, 임석주 효성 상무, 각 법인을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고 3일 밝혔다. 효성에는 17억1900만원, 갤럭시아일렉에는 12억2700만원, 효성투자개발에는 4000만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도 내려졌다.
효성은 경영난을 겪었던 발광다이오드(LED) 제조회사 갤럭시아일렉을 부동산 개발 계열사 효성투자개발을 통해 부당하게 지원했다. 갤럭시아일렉은 조 회장 지분이 62.8%, 이를 포함한 효성 관계자 지분이 100%인 회사다. 효성 재무본부가 설계한 대로 갤럭시아일렉이 발행한 2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에 효성투자개발이 사실상 지급보증을 서는 방식이 동원됐다는 게 공정위 조사 결론이다.
갤럭시아일렉은 2012년 이후 매년 13억~157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3년에는 해외 투자자가 투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조 회장이 지급해야 할 돈을 대규모 유상감자로 마련해 자금난이 더 심해졌다. 2014년에는 회계법인이 감사보고서 한정의견을 내 금융권을 통한 자체적인 자금조달이 불가능해졌고 결국 완전자본잠식에까지 빠졌다.
그러자 효성이 나섰다. 효성 재무본부는 최근 3년간 평균매출액이 8억원에 불과한 효성투자개발이 갤럭시아일렉 발행 CB 지급보증을 서게 했다. 총수익스와프(TRS)라는 기법을 통해서였다. 이는 금융회사가 페이퍼 컴퍼니인 SPC(특수목적회사)를 설립해 주식을 매수한 다음 실제 투자자로부터 정기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다.
갤럭시아일렉은 SPC와 CB를 발행·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효성투자개발은 SPC와 TRS 계약을 체결했다. TRS 계약은 2년 뒤인 정산 시점에 청산가격인 원금 250억원 대비 공정가격이 낮아 손실이 나면 효성투자개발이 SPC에 차액을 지급하고, 반대로 이익이 나면 SPC가 효성투자개발에 차액을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효성투자개발은 손실정산 의무 때문에 300억원에 달하는 부동산 담보를 제공했다. 이 때문에 경영활동에도 제한이 생겼다. 효성투자개발 입장에서는 손실만 예상되는 이 거래를 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는 게 공정위 분석이다. 반면 갤럭시아일렉은 30년 만기 후순위 무보증 CB를 연 5.8%로 조달할 수 있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조 회장에게 부당한 이익이 귀속됐다는 것이 공정위 설명이다.
공정위는 과거 외환위기 당시 SK글로벌 해외법인이 계열사 SK증권 유상증자에 참여한 JP모건에 대해 주가 등락에 따른 위험을 제거해 주는 옵션계약을 체결한 것을 부당지원으로 본 판례도 제시했다. 효성투자개발의 갤럭시아일렉 지원도 같은 맥락이란 뜻이다.
공정위는 조 회장이 이 같은 부당지원 효과로 갤럭시아 퇴출을 막아 기존 투자금을 보존했고 경영권을 유지하는 한편, 효성그룹 승계 과정에서 갤럭시아일렉 경영실패에 따른 평판 훼손도 막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갤럭시아일렉이 부당하게 살아남은 것도 중소기업 공정 경쟁 기반을 훼손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공정위 사무처는 조 회장 사익편취 행위 과정에서 아버지인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도 관여했기 때문에 함께 고발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전원회의에서 이 점은 인정되지 않았다.
▲ 조현준 효성 회장 |
효성 측은 부당지원이 아니라며 반발하고 있다. 효성 관계자는 "갤럭시아는 경쟁력을 인정받은 LED 선도기업으로 일시적 유동성 문제를 겪었을 뿐"이라며 "TRS는 적법한 금융투자상품이고 효성투자개발은 갤럭시아일렉의 기술력과 성장가능성을 보고 TRS계약을 통해 수익 목적으로 정상 투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주주가 갤럭시아일렉으로부터 배당금 등 직접이익을 취한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전환사채는 원래 부채이기 때문에 대주주가 이로 인해 이익을 볼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다"라며 "조현준 회장도 당시 그룹 전략본부장으로서 그룹의 주력사업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에 지시나 관여를 했다는 직접적 증거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