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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컵이 쓰나미로'…한진家 총체적 난국

  • 2018.04.19(목) 17:25

조양호 막내딸 조현민 '물벼락 갑질' 일파만파
제보·증언 쏟아지며 일가 과거 '악행' 재조명
땅콩회항 이어 국토부에도 또 불똥…감사 착수

조현민 전무와 관련한 향후 대한항공의 조치 계획을 아래와 같이 알려드립니다. 현재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므로, 조사 결과를 지켜본 후 회사 차원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계획입니다. (4월16일 오전 10시)

 

대한항공은 경찰의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조현민 전무를 업무에서 배제하고 본사 대기 발령 조치하였습니다. (2018년 4월 16일 부) 향후 추가로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회사 차원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예정입니다. (4월16일 오후 5시)

 

현재 진행중인 당사 이슈와 관련하여 언론에 수많은 제보가 들어가고 있다는 얘기를 접하고 있으며 당혹스럽기도 합니다. 제보들 중에는 사실 관계가 확실치 않은 않은 것들도 상당수 뒤섞여 있습니다. 취재시 이러한 점을 감안해 당사에 확인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4월18일 오전 10시)

 

며칠 사이 대한항공이 배포한 문장들이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퍼부은 회장 막내딸의 '물벼락 갑질'에서 시작한 온 국민의 비판여론이 3년여 전 이른바 '땅꽁 회항' 때보다 더 뜨겁게 들끓고 있다. 홍보라인도 속수무책이다. 다른 기업들에서는 "늘 대한항공 홍보팀 직원들만 고생"이란 얘기가 나온다.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015년1월12일 서울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에서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비행기 후진과 승무원 하기 사건'과 관련해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 '회유협박도 있었나'…경찰 대한항공 압수수색

 

경찰은 19일 오전 서울 강서구 소재 대한항공 본사에 있는 조현민 대한항공 광고담당 전무 사무실과 마케팅 부서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물벼락 사건이 있었던 회의 이후 말 맞추기나 회유·협박 시도가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휴대전화 등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수색 당시 회사에 없던 조 전무에 대해서는 변호사를 통해 휴대전화를 압수할 예정이다. 압수물 분석 뒤 조 전무의 출석 일정을 조율해 당시 구체적인 상황을 직접 캐물을 계획이다. 앞서 경찰은 지난 17일 조 전무를 폭행 혐의 피의자로 입건하고 출국정지 처분했다. 이어 18일엔 서울 마포구 소재 해당 광고대행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회의 참석자들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녹음파일 등을 확보했다.

 

경찰은 참고인 조사 과정에서 조 전무가 뿌린 물에 2명이 맞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하지만 이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폭행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다만 조 전무가 던진 유리 물컵이 이들을 향했을 경우 '특수폭행' 혐의가 적용돼 피해자 의사와 상관 없이 처벌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형사적 문제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12일 '물벼락 갑질' 사건이 알려진 직후 나온 조 전무 '괴성' 녹음파일을 시작으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폭압적 행태에 대한 각종 증언과 제보가 각종 인터넷 사이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언론사 등에 봇물 터진 듯나오고 있다. 비난 여론이 가라앉기는커녕 날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는 게 더 문제다.

 

▲ 조현민 전무가 지난 15일 직원들에게 보낸 사과문

 

◇ 쏟아지는 제보…폭언은 기본, 관세포탈 혐의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대한항공 전직 기장 A씨는 "대한항공 직원이라면 총수 일가가 항상 고성을 지르고 폭언을 해왔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다. 직원들이 불이익을 두려워하지 않고 이런 걸들을 낱낱이 공개할 지경에 이르렀다는 게 오히려 더 놀랍다"며 "임계점에 다다랐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SNS 제보 중에는 총수 일가가 해외 지점을 통해 고가 명품을 구입한 뒤 세관을 거치지 않고 평창동 자택으로 들여왔다는 불법적 관세 포탈 내용도 있다. 대한항공 측은 이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라고 대응했지만 관세청은 이 같은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사실관계 파악에 들어갔다.

 

관세청은 현재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부부와 조현아·원태·현민 등 3남매의 해외 신용카드 사용 내역을 확보해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5년간 해외에서 개인·법인 신용카드를 사용한 내역과 세관 신고, 관세 납부 내역 등을 비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의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이 운전기사·가정부·직원 등에게 일상적으로 욕설과 폭언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SBS는 지난 18일 2013년 여름 이 이사장이 자택 공사를 하던 작업자에게 폭언하는 상황을 담은 것이라는 음성파일도 공개했다. 여기에는 한 여인이 "아우 저 거지 같은 놈. 이 XX야. 저 XX 놈의 XX. 나가" 등 욕설을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일가의 과거 행적들도 재조명받고 있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경우 2005년 승용차 운전 중 70대 할머니에게 폭언과 폭행을 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것 등이,  조 전무는 언니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땅콩회항' 사건으로 조사받을 때 "반드시 복수하겠어"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 조양호 회장이 조종사 업무에 대해 "과시가 심하다" "개가 웃는다"는 표현을 SNS에 쓴 것등이 논란거리다.

 

▲  '땅콩회항'으로 물의를 빚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014년 12월 서울 공항동 국토교통부 항공안전감독관실에 출석해 사과의 말을 전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 "국토부는 한 통속? 국민연금은 뭐하나"

 

불똥은 일가뿐 아니라 항공당국에까지 튀었다. 이중국적자였다가 20세 전후 미국국적을 택한 조현민 전무가 6년간 진에어 등기이사에 올라있던 것이 불법 소지가 있다는 논란에 따른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런 점을 파악하지 못하는 등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런 논란이 일자 국토부는 김현미 장관 지시로 내부 감사에 착수했다.

 

국토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진에어는 2008년 4월 항공운송사업면허 취득 뒤 2013년 10월 화물운송사업이 가능하도록 면허 변경을 신청, 같은달 8일 국토부가 이를 인가했다. 항공사업법 제9조와 항공안전법 제10조 등은 '국내·국제항공운송사업 면허의 결격사유' 중 하나로 임원 중에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사람'이 있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조 전무는 2010년 3월∼2013년 3월, 바로 이어 2013년 3월∼2016년 3월 진에어 등기임원직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 등기에 조 전무는 '미합중국인 조에밀리리(CHO EMILY LEE)'로 등록돼 있다. 김 장관은 "조 전무 재직 당시 두 차례 대표이사 변경과 한차례 사업범위 변경이 있었는데, 이를 왜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는지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철저히 감사하라"고 지시했다.

 

이런 전방위적인 논란과 함께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 상장사 시가총액은 3300억원 가량 날아갔다. 사건 전인 11일 종가 기준 대한항공·한진칼·진에어·한진·한국공항 등 한진그룹 5개 상장사 시총은 6조1780억원이었지만 현재 5조8482억원(19일 종가 기준)에 그친다.

 

그러다 보니 주주들 사이에서는 대한항공 2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움직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연금은 현재 12.45%의 지분을 가지고 있어 한진칼(29.62%)에 이은 2대주주다. 국민연금이 경영 참여를 통해 오너 리스크를 제어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불처럼 악화된 상황을 타개하려면 일을 덮으려 할 게 아니라 관련 조사에 성실히 임해 고칠것은 고쳐지도록, 벌 받을 것은 받도록 해야한다"며 "조양호 회장이 자녀 등 가족의 경영 참여와 관련해 어떤 식으로든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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