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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3·4세]⑦집안이 밀어준 LG 후계자 구광모

  • 2018.06.22(금) 16:38

장자승계 원칙 따라 그룹 경영 대물림
친부·숙부·고모부까지 '승계' 전폭 지원

▲ 구광모(사진 앞) LG그룹 상무는 오는 29일 열리는 ㈜LG 주주총회를 통해 등기임원에 오를 예정이다. 구인회-구자경-구본무(사진 뒤)-구광모로 이어지는 LG그룹의 4세 경영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LG그룹은 승계를 둘러싼 잡음이 덜한 회사로 꼽힌다. 자손이 많은 집안이지만 현대·롯데·두산·효성·금호 등에서 발생한 '형제의 난'을 LG그룹 71년 사사(社史)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지난달 별세한 고(故) 구본무 회장이 1995년 그룹 회장직에 취임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구본능·구본식 두 동생은 희성금속·희성촉매 등 6개사를 가지고 분가했다. 모기업인 LG그룹 경영은 맏아들(구본무)을 중심으로 이끌어간다는 구자경 명예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한다.

구 회장 곁에는 구본준 당시 LG전자 상무(현 ㈜LG 부회장)가 남아 큰 형을 도왔다. 오는 29일 구 회장의 장남인 구광모 LG전자 상무가 지주회사 ㈜LG의 등기이사로 선임되면 구 부회장 역시 조카를 위해 LG그룹 경영에서 손을 떼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LG그룹은 과거에도 집안 장손이 경영을 맡으면 숙부들은 따로 독립해 장손의 부담을 덜어줬다. LS·아워홈·LF 등이 그렇게 해서 생긴 그룹이다.

원래 구 상무의 친부는 구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다. 구 회장의 친아들 원모 씨가 1994년 사망하자 구 씨 일가는 2004년 말 가족회의를 열고 미국 로체스터 공대생인 광모 씨를 구 회장의 양자로 입적했다.

 

구 회장 슬하에 두 딸이 있음에도 조카를 양자로 들인 건 장자 중심의 유교적 가풍이 아니고선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다. 나중에 발생할지 모를 경영 혼선을 차단하려는 목적도 담겼다.

 

 

집안 어른들은 구 상무에게 집안의 대(代)를 이를 장자라는 상징성만 준 게 아니다. 친부(구본능)와 숙부(구본식)는 2004년 구 상무가 보유한 희성전자 주식 13만8000주(23.0%) 가운데 4만8000주(8.0%)를 매입해 그 돈으로 구 상무가 ㈜LG 지분을 늘리도록 도왔다.

구 상무가 LG그룹에 입사한 이듬해인 2007년에는 GS그룹 일가인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과 허정수 GS네오텍 회장이 나섰다. 두 사람은 구 상무 소유의 희성전자 나머지 주식 9만주(15.0%)를 전량 사줬다. LG와 GS는 고 구인회·허만정 창업주가 동업해 세운 '락희화학공업사'가 모태다. 이 같은 인연으로 LG그룹 장손에 대한 배려가 이뤄진 것으로 짐작된다. 구 상무가 경영자로 있을 곳은 희성이 아니라 LG이기 때문이다.

개인간 거래라 정확한 매매대금은 알려져 있지 않다. 더구나 희성전자는 비상장사라 주식가치 산정이 쉽지 않다. 다만 희성전자의 순자산을 토대로 계산하면 2007년 주당 거래대금은 60만원대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서른살인 구 상무 손에 적어도 500억원 이상의 현찰이 들어왔다는 얘기다. 이 돈은 ㈜LG 지분을 사는데 쓰였다. 그 해 구 상무는 1450억원을 들여 ㈜LG 지분율을 2.85%에서 4.58%로 끌어올렸다.

구 상무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희성전자 지분을 갖게 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희성전자 주식이 구 상무의 승계재원으로 알토란 같이 활용된 점은 분명해보인다.

 

 

집안의 통 큰 지원은 최근까지 계속됐다. 친부인 구본능 회장은 2014년 말 구 상무에게 시가 1200억원 상당의 ㈜LG 주식 190만주(1.1%)를 무상 증여했다. 지난해는 고모부인 최병민 깨끗한나라 회장도 구 상무에게 35만주(0.2%)를 공짜로 넘겼다.

현재 구 상무의 ㈜LG 지분율은 6.24%다. 그룹을 홀로 지배하기에는 모자란 지분이지만 일가친척 등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전체 지분율이 46.65%에 달해 집안의 지원이 있다면 경영권이 흔들릴 위험은 거의 없다. 고 구 회장의 지분율도 11.28%에 불과했다.

 

부친의 지분을 물려받을 때 내야할 최대 1조원 가까운 상속세가 구 상무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공익재단 출연이나 주식담보대출, 5년간 분납(연부연납) 등 여러 해결방안이 있어 기우에 가깝다. 구 상무가 2015년 매입한 판토스 지분(15%)을 실탄으로 활용할 여지도 남아있다.

 

설사 상속세를 내기 위해 구 상무가 지분 일부를 팔더라도 친인척들이 십시일반 장내매수하는 식으로 지분율 하락을 막아주는 시나리오도 생각해볼 수 있다. LG그룹 일가는 누군가 지분을 매각하면 다른 일가가 지분을 늘리는 식으로 안정적인 지분율을 유지해왔다. 구 상무에게 중요한 건 돈보다는 집안의 신뢰라는 얘기다.

 

신뢰는 상대방이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23년 전 구 회장은 회장직에 취임할 때 초우량기업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집안의 장손이자 재계 4위 그룹의 수장으로서 구 상무는 어떤 청사진을 내놓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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