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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3·4세]⑱-1 현대백화점의 승계공식…'증여세도 증여로'

  • 2018.07.04(수) 08:12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은 현대백화점이 현대그룹에서 계열분리하기 전인 1997년 경영관리팀 과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6년 만인 2003년 총괄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부회장 승진과 함께 지분 승계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해 부친 정몽근 명예회장으로부터 155억원(당시 시가기준) 상당의 현대백화점 지분 3.5%(77만주)를 증여받았다.

3개월 뒤 현대백화점은 정지선 회장으로부터 한무쇼핑 지분 4.4%(13만5000주)를 239억원에 매입했다. 해당 주식은 정 회장이 아버지 정몽근 명예회장으로부터 받은 것이다. 증여세를 납부해야하는 시기에 정 회장은 아버지에게 받은 한무쇼핑 주식을 현대백화점에 되팔아 현금을 확보했다.

2004년에도 똑같은 흐름이 나타났다.

정몽근 명예회장은 정지선 회장에게 현대백화점 지분 9.58%(215만주)를 추가 증여했다. 이번 증여는 현대백화점의 최대주주 지위가 정 명예회장에서 정 회장(지분율 15.72%)으로 넘어가는 결정적 지분 승계였다. 당시 정 회장의 나이 33살이었다.

시가 750억원에 달하는 현대백화점 주식을 물려받는데 증여세만 300억원 가량을 내야하는 작업이기도 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한무쇼핑이 등장했다.
 
현대백화점은 정지선 회장으로부터 한무쇼핑 지분 10.51%(32만주)를 사들였다. 해당 주식도 아버지가 물려준 것이었다. 이 과정을 통해 현금 713억원을 확보한 정 회장은 증여세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했다.
 
두 번의 증여세를 내기 위해 또 다른 두 번의 증여가 이뤄진 것이다. 사실상 현대백화점이 정 회장의 증여세 재원을 마련해준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한무쇼핑의 최대주주는 현대백화점이고, 현대백화점의 최대주주는 정 회장인 상황에서 아무런 지배구조 변동 없이 주식을 물려받고 세금 문제까지 해결한 셈이다.
 
2년 뒤인 2006년 정지선 회장은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있던 개인회사 ㈜HDSI를 청산하고 투자원금을 포함한 청산소득 전액을 현대백화점 사회복지재단에 기부했다.
 
대기업 가운데 일감몰아주기 문제를 총수 일가가 스스로 해결하고 이익을 포기한 첫 사례로 꼽혔다. 동시에 증여세 대납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기부라는 지적도 나왔다.
 
같은 해 정몽근 명예회장은 현대백화점 지분 1.59%(35만주)를 정지선 회장에게 추가 증여한 뒤 명예회장으로 물러났다. 그리고 36살의 나이에 정지선 회장이 그룹 총수 자리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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