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엇을 노리나
이번 한화L&C 인수 주체로 나선 곳은 현대홈쇼핑이다. 현대백화점이 아니다. 이유는 간단하다. 현대백화점그룹의 가구업체인 현대리바트와의 시너지를 노린다. 한화L&C는 인테리어 자재 전문업체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인수할 경우 현대리바트와 시너지가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본격적으로 홈리빙 사업을 키우겠다는 생각이다.
현재 국내 홈리빙 사업의 선두 주자는 한샘이다. 지난해 한샘의 매출은 약 2조원에 달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한화L&C를 인수할 경우 작년 기준으로 현대리바트와 단순합산 매출이 2조원을 넘어선다. 단숨에 업계 1위로 치고 올라갈 수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노림수가 여기에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홈리빙 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지난 2012년 리바트를 인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작년에는 미국 최대 홈퍼니싱 업체인 윌리엄스소노마와 국내 독점 판매 계약을 맺었다. 강력한 경쟁자인 한샘과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한화L&C를 인수한다면 여러모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한화L&C는 국내 강화 천연석 부문 시장 점유율 60%대를 기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M&A를 통해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 겸 현대홈쇼핑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 부회장은 현대그린푸드의 최대주주다. 현대그린푸드 지분 23%를 갖고 있다. 더불어 현대그린푸드는 현대홈쇼핑의 최대주주로 25.01%의 지분을 갖고 있다. 현대홈쇼핑이 이번 인수의 주체로 나선 것이 이와 무관치 않다는 설명이다.
◇ 실탄은 충분하다
현대홈쇼핑이 이번 한화L&C 인수 주체로 거론되는 또 다른 이유는 '실탄' 때문이다. 최근 한화L&C 인수 여부에 대한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에 대해 현대백화점은 부인한 반면 현대홈쇼핑은 "인수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인수 주체로 현대홈쇼핑이 나섰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현대홈쇼핑은 6월 말 기준으로 약 8000억원 규모의 실탄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백화점도 사정이 나쁜 것은 아니다. 현대백화점의 현금성자산과 유동자산으로 분류한 단기금융상품을 합치면 약 6000억원 대의 자금을 갖고 있다. 다만 현대백화점의 경우 향후 자금이 소요될 곳이 많다는 점이 걸린다. 백화점은 물론 아울렛 등의 출점 계획이 잡혀있다.
▲ 현대홈쇼핑 사옥. |
한화L&C의 최대주주인 모건스탠리는 매각 금액으로 4000억원 수준을 원하고 있다. 현대홈쇼핑이 가지고 있는 실탄 규모를 감안하면 넉넉하다. 다만 현대홈쇼핑은 한화L&C의 인수 가격으로 3000억원을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간 이견을 얼마나 좁히느냐가 이번 인수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그룹은 이번 한화L&C 인수 금액으로 최대 3000억원을 책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근 원자재 가격 상으로 한화L&C의 영업이익이 주춤하고 있다는 점을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반면 모건스탠리는 한화L&C가 작년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넘어선 것을 강조하면서 원하는 가격을 받아내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범현대家 지원 받을까
업계 일각에서는 현대백화점그룹이 한화L&C를 인수하려는 배경에 범현대가(家)와의 연결고리도 작용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범 현대가의 일원인 만큼 현대차그룹이나 현대산업개발 등이 짓는 고급 아파트에 현대백화점그룹의 홈리빙 제품들을 납품하면 든든한 매출처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의 경우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건설 예정인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GBC)' 등 현대백화점그룹이 진출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특히 현대리바트가 그동안 개인보다는 법인 매출 확대에 노력을 기울였음을 고려하면 GBC 물량을 받아낼 경우 급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추게 된다.
▲ 현대차그룹의 서울 삼성동 GBC 조감도. |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현대백화점그룹은 새로운 사업에 진출할 때마다 매우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여왔다"면서 "그런 현대백화점그룹이 한화L&C 인수에 직접 뛰어든 것은 이미 다양한 관점에서 사업성에 대한 검토를 마쳤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