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 포스코 신임 회장이 취임 후 본격적인 최고경영자(CEO)로서의 행보에 나서고 있다. 푹푹 찌는 여름인데다 휴가철도 겹쳤지만 당분간은 폭넓은 포스코 및 계열사들의 사업 현장을 종횡무진하는 일정이 빼곡하다.
그는 지난 27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주주총회와 이사회, 기자회견까지 마친 후 곧바로 포항으로 가 취임식을 한 뒤 포항제철소 제2고로 생산현장을 방문했다. 이어 30일엔 오전에 서울로 출근했다가 오후에는 광양제철소로 건너가 현장을 둘러봤다.
바쁜 일정중에도 최 회장은 본인이 '준비된 회장'임을 피력하고 있다. 취임 전까지 두 권 넘는 분량으로 정리했다는 '경영 아이디어 노트' 속 내용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과 취임사 속에 녹아 있었다. 그가 그리는 앞으로의 포스코를 주요 열쇳말들로 읽어봤다.
① 기업시민
최 회장은 "포스코도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가치로 재무장해야 한다"며 '위드 포스코(With POSCO),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을 취임 일성(一聲)으로 던졌다. 그 중 핵심이 고객·공급사·협력사 등과 함께 커나가겠다는 '비즈니스 위드 포스코(Business With POSCO)'다.
그는 "여럿과 더불어 성장하고 배려하고 공존공생 가치 추구하는 게 포스코 브랜드가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조직이 경영진·사외이사·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기업시민위원회'다. 이를 신설해 윤리·투명경영·사회적 책임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② 신성장사업
최 회장은 '포스코 100년'를 위해서는 철강을 본연 경쟁력으로 키우기보다 신성장동력을 통한 사업적 '변주(變奏)'가 더 절실하다는 생각을 비치고 있다. '철강 그 이상(Steel and Beyond)'라는 한 마디로 압축된다. 철강·인프라·신성장사업 등 3대 핵심사업의 수익을 '4대 4대 2'로 만드는 게 포스코의 장기 목표다.
그는 일단 리튬 이차전지 등 에너지 소재 분야에서 양극재와 음극재를 각각 공급하는 포스코켐텍과 포스코EMS를 통합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탄소소재나 포항공대(포스텍)가 가진 바이오 역량도 장기적으로 신성장 사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내놨다. 에너지 및 건설 계열사를 통한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포스코대우 곡물 트레이딩 등 식량사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방안 등도 그가 언급한 신사업이다.
▲ 27일 포항제철소 2고로 운전실에서 최정우 신임 포스코 회장이 방명록을 작성한 후 안전구호를 임직원들과 함께 외치고 있다./사진=포스코 제공 |
③ 벤처·중기 육성
최 회장은 취임사에서 "포항·광양 지역사회에 '벤처밸리' 등 자생적인 신성장 산업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또 "1조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조성해 경제 활성화와 미래 먹거리 창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 정부 들어 기업들에게 강하게 요구되는 일자리 창줄이라는 사회적 명제에 부응하겠다는 의지다.
또 중소 공급사와 혁신의 성과를 공유하는 '베네핏 셰어링'(benefit sharing) 제도를 확대하겠다고도 약속했다. 포스코가 2004년 7월부터 시행해온 이 제도는 공급사와 공동으로 사업 개선활동을 수행하고 그 성과를 공유하는 방식이다. 3년 발생 성과금액의 50%를 보상하는 것 외에 장기계약 체결(3년), 평가 시 가점 부여, 공동특허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해 왔는데 이를 보완하고 강화한다는 게 최 회장 생각이다.
④ 구조조정
최 회장은 대외적으로는 '공생'이라는 후한 덕목을 강조하지만 대내적으로는 경쟁력 강화에 더욱 완벽을 기할 태세다. "경쟁 열위의 사업은 끊임없이 재편할 것"이라고 한 그의 발언에서 이런 의지가 드러난다. 그는 "그룹 내 사업은 시너지가 높은 유관사업을 발굴해 재배치하겠다"며 사업 조정 의사를 내비쳤다.
철강 본체에서도 군더더기를 걷어내는 작업을 예고했다. 그는 "지금도 여러 효율성이 떨어지는 기술이나 공정이 상당히 잔존한다고 보는데 경제성 상업적 측면에서 재점검 할 필요 있다고 본다"며 "이를 개혁과제에 포함해 실질적이고, 실행 중시하고, 실리 추구하는 강건한 체질로 탈바꿈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런 구조조정 첫 걸음은 연말 조직개편이 될 듯하다. 그는 그 폭과 방향에 대해 말을 아꼈지만 본체와 계열사간 이동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최 회장 본인의 게열사 하방(下放) 경험이 다양한 용인술을 가능하게 하는 여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신성장사업에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겠다는 그의 의지도 포스코 내부에 새로운 긴장감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 최정우 신임 포스코 회장이 27일 포항제철소 2고로 현장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사진=포스코 제공 |
⑤ 대북사업 그리고…
그는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분위기에 걸맞게 대북사업에대 한 청사진도 제시해다. 계열사 포스코켐텍의 마그네사이트 수입을 비롯해 천연흑연, 석탄 등 다양한 원재료 확보 등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포스코가 대북사업의 가장 큰 실수요자"라는 표현을 쓸 정도다. 아울러 북한이 개방하면 인프라 구축과 철강 수요 해소에도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민간지원 의지도 내비쳤다.
최 회장이 취임과 함께 임직원들에게 당부한 것은 '실질·실행·실리'라는 '3실(實)'이다. 외부에는 각계각층으로부터 '포스코 러브레터'라는 이름으로 제안을 받고 있다. 그는 취임 100일이 되는 올 11월께 이를 바탕으로 혁신적인 개혁과제를 도출해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여러 경영 과제를 명확하게 다듬어 설정하고 성과를 늦지않게 만들어내는 것은 최 회장 본인에게도 절실하다는 관측도 있다. 다소 취약한 것으로 평가되어온 안팎의 지지 기반을 확보하고 안정적 경영의 기틀을 잡는 것이 CEO로서도 선결과제라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