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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현대차, '전격수배'…수익성 회복 & 지배구조 개편

  • 2018.09.12(수) 15:37

[4대그룹 체크포인트]
북미·중국 주요시장 중심 판매 회복 급선무
'경영권 발판' 지배구조 리스크 탈피도 숙제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매년 하반기 주요 그룹의 재무안정성을 분석하는 보고서를 내놓는다. 1년에 한번쯤 나무(개별기업) 말고 숲(그룹)을 보자는 취지다. 비즈니스워치가 신평사들이 눈여겨보는 주요 그룹의 핵심쟁점을 살펴봤다. [편집자]

 

 

"현대자동차는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업체로 전환을 적극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지난 7일 인도 서밋에서 현대차의 획기적 변신을 역설했다. 전통적 완성차 제조업체를 넘어서는 것, 정 부회장은 이 같은 변화의 지향점을 올 들어서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여기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현대차그룹은 사업상으로도, 지배구조 상으로도 전례 없는 위기를 겪고 있다. 당장 사업 수익성을 복구해야 하는데 미국과 중국 등 주요시장에서의 판매 부진 탈출은 요원하다. 순환출자라는 후진적 지배구조의 고리를 끊고 지배구조 리스크에서 벗어나는 것도 더이상 늦추기 어렵다.

 

정 부회장이 말하는 변화는 브랜드 마케팅인 동시에 명분 세우기다. 세계 소비자들에게 미래지향적 이미지를 내세우는 동시에 사업구조 변화가 절박한 상황임을 은근히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국내 신용평가사들 역시 현대차그룹에 놓인 수익성 회복과 지배구조 개편, 두 숙제가 모두 간단찮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 차 판매 부진에 '추풍낙엽'

 

 

신평사들은 현대차그룹의 재무적 안정성이 국내 최고 수준 유지에 문제가 없다는 데 이견 이 없다. 하지만 수익성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통적으로 우려스러운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비금융부문은 ▲완성차(현대차·기아차) ▲부품(현대모비스·현대위아 등) ▲철강(현대제철) ▲건설(현대건설) ▲기타(현대로템·현대글로비스 등)부문으로 구분된다. 완성차 사업을 중심으로 수직계열화가 이뤄진 형태다. 그만큼 자동차사업에 대한 집중도가 높다. 자동차 부문의 실적이 그룹 전체를 좌우하는 구조다.

 

그런데 수익성은 2012년 이후 악화 일변도다. 그룹 합산(비금융계열) 영업이익률은 2012년 8.0%에서 작년 4.2%까지 떨어졌다. 세계 자동차 시장의 수요가 저성장 기조에 묶여 있고, 주력인 세단 수요가 줄어든 게 가장 큰 배경이다.

 

여기에 인기가 높아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대해 상대적으로 경쟁사보다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도 있다. 완성차 판매 부진이 깊어지자 2016년까지 견조한 실적 흐름을 유지해 온 부품사들도 동반 부진에 빠졌다. 작년부터 그룹 수익성 악화의 골이 깊어진 이유다.

 

이 같은 흐름은 올 상반기까지 지속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가 집계한 현대차그룹 자동차부문(완성차와 부품사 합산)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은 2012년 18조2000억원에서 작년 11조9000억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EBITDA 마진율은 두자릿수에서 6%대까지 곤두박질 쳤고, 올 상반기 실적을 고려하면 올해는 5%대로 낮아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한국신용평가는 "현대차그룹 신용도는 최상위"라면서도 "다만 최근 수년간 실적부진이 지속되면서 본원적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제는 신차출시 성과를 통해 경쟁력을 입증할 때"라고 지적했다.

 

◇ 美·中 시장 회복이 관건

 

  

그런 만큼 신평사들은 향후 완성차의 판매실적 회복 여부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완성차 회복이 주요 계열사의 사업 및 재무위험 방향성에 주요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신평사들은 특히 미국과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의 판매회복 여부를 면밀하게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올해 5월까지 현대·기아차의 누계 합산 세계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한 296만대였다. 그러나 실적 비중이 높은 미국시장에서 작년 이후 판매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시장의 경우도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급격한 판매감소를 겪은 작년 보다는 낫지만 예년 수준에는 못 미친다.

 

한국기업평가는 과거 현대차의 EBITDA 마진율이 신용도 우려로 번질 수 있는 가이드라인으로 8%를 제시했는데, 이 같은 상황이 올 상반기까지 지속되는 것을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 한기평은 "현 수준의 저하된 수익창출력이 지속되는를 사업경쟁력 회복과 함께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기아차는 미국시장 판매회복을 위해 '싼타페', '투싼', '코나' 등 SUV 차급을 중심으로 신규 모델들은 출시하고 있다. 또 기존 차종의 세대 교체와 상품성 개선, 친환경 모델 확대를 재촉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현지화 모델 확대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모두 시장성장 둔화에 업체간 경쟁강도가 심화가 겹쳐 낙관이 쉽지 않다.

 

와중에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기조도 악재로 더해질 공산이 있다. 통상 압박이 커질 경우 미국 생산 비중을 높이고, 추가 공장을 세워 대응해야 하지만 여기에도 2~3년 넘는 시간이 필요하다. 한기평은 "미국공장 가동시간을 늘려 일시적으로 생산량을 증가시킬 수 있겠지만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 돈 쓸 곳은 점점 많아진다

 

 

지금은 안정적이라고 하지만 재무구조에 대한 위협은 잠복해 있다. 이 같은 수익성 악화 속에 고정비 부담이 불어나는 상황이 도사리고 있다. 또 위기 속 활로를 개척하기 위해 투자를 늘려야 하는 것도 재무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건설중인 기아차 인도공장이 준공되는 2019년부터 해마다 총 900만대를 생산하는 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계열 부품사도 완성차 생산에 맞춰 설비확충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설비 증대에도 판매 부진이 이어지면 가동률 하락에 이은 수익성 악화는 더 가팔라질 수밖에 없다.

 

그룹은 자동차 판매 확충을 위해 신차(부분변경 등 포함) 출시 주기를 앞당기고 있다. 여기에도 예년보다 많은 개발비가 투입된다. 특히 최근 들어 친환경차, 자율주행차 커넥티트카 등 차세대 기술 확보를 위해서도 계열사마다 관련 연구개발(R&D) 및 투자비용을 늘리고 있다. 아직 사업 규모에 비하면 미미한 규모지만 올 들어 한 달에 한 번 꼴로 투자계획을 내는 상황이다.

 

여러 경영여건상 후순위로 밀린 것으로 관측되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축 사업도 현실화할 경우 신규투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수익성 저하로 EBITDA 창출규모가 감소세를 보이는 가운데 중단기 투자부담 증가를 고려하면 고정비 충당능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 순환출자 고리 끊고 경영권 다져야

 

 

지배구조 개편도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현대차그룹 내에는 이미 최근 수 년동안 ①계열사간 업무조정 ②공정거래위원회 일감 몰아주기 규제 회피 ③순환출자구조 해소 및 경영권 승계를 위한 합병 및 지분매각 등의 자본 거래가 잦았다.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에 성공하면 규제 리스크와 지배 구조 관련한 불확실성이 해소될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도 나온다. 한신평은 "계열사 간 그룹 내 역할과 책임의 명확화, 대주주의 책임경영 강화로 중요한 의사결정에 대한 신속한 대응도 가능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그룹은 올해 3월 말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루어진 순환출자 지배구조를 해소하려 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 정몽구·정의선 부자와 순환출자 계열사(기아차→현대모비스)간 지분거래를 통해 지배구조를 정비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 등 주주들의 반발에 한발 물러선 상태다.

 

신평사들이나 관련 업계에서는 향후 지배 구조 변경 방향에 따라 유관 계열사의 사업 및 재무구조 변화가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한기평은 "최초 개편안이 규제 리스크 완화에 초점을 두면서 당국 눈높이는 어느 정도 충족시켰지만 주주나 투자자들의 반발이 있었던 만큼, 이해관계자들의 이견을 좁힐 수 있는 개편안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현대차그룹은 대주주와 계열사간의 지분교환 또는 일부 매각을 통해 현대모비스, 현대차, 기아차,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 5개 계열사간에 형성된 순환출자 고리(4개)를 제거하면서 현대글로비스와 이노션에 대한 대주주의 지분율(29.99%)을 20% 이하로 낮춰 규제 리스크를 해소해야 한다.

 

한신평은 "대주주의 주요 계열사 지분율이 낮기 때문에 주총 특별결의를 통과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고심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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