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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닝 18·3Q]"현대차, 이보다 나쁠 수 없다"

  • 2018.10.25(목) 16:01

9년반만에 최저 영업익 2889억원…'어닝쇼크'
"리콜 등 일시비용 탓…SUV·고급차로 만회할 것"

"이보다 나쁠 수 없다." 올해 3분기 실적을 받아든 현대자동차에 이 말은 두 가지 의미다. 일단 말 그대로 최악의 성적표란 뜻이다. 판매부진이 깊어지면서 적자 실적이 코앞이다. 다른 하나는 이보다 더 나빠져선 안된다는 얘기다. 여기서 바닥을 쳐야 한다. 이제라도 한 발 딛고 올라서지 못하면 급변하는 세계 완성차 업계에서 바닥 없는 나락으로 추락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2889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5일 밝혔다. 3분기 세계시장 총 판매는 112만1228대, 매출은 24조4337억원, 경상이익은 3623억원, 순이익은 3060억원으로 숫자가 나왔다.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76.0%, 직전인 올해 2분기보다 69.6% 줄었다. 일단 국제회계기준(K-IFRS)를 도입한 2010년 이후 가장 적다. 회계기준 변경 전까지 따지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1538억원)이후 9년 반만에 최악이다.

 

현대차에 2000억원대 분기 영업이익은 그야말로 생소한 숫자다. 한 때 분기 3조~4조 영업이익도 낸 글로벌 5위 완성차 메이커가 현대차다. 이날 어닝 쇼크의 충격으로 코스피 시장에서 현대차 주가는 7% 넘게 빠졌다. 국내 상장사 시가총액 순위도 5위에서 7위로 두계단 밀렸다.

 

판매량이나 매출이 그렇게까지 나쁘진 않았다. 작년 3분기와 견줘 판매량은 0.5% 줄었고, 매출은 오히려 1% 늘었다. 판매량은 중국을 제외할 경우엔 0.3% 증가했다. 국내 판매도 추석 연휴 영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17만1443대를 기록해 1.4% 줄어든 선에 막았다.

 

매출도 달러-원 환율 하락으로 자동차부문에서는 1.1% 줄었지만 금융과 기타부문에서 각각 8.8%, 6.2% 늘어 성장세를 유지했다.

 

문제는 원가에서부터다. 매출원가율은 전년동기 대비 2.8%포인트 높아진 84.9%를 기록했다.브라질 헤알화 환율이 원화 대비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4% 감소하는 등 주요 신흥국 통화가 큰 폭 약세를 보인 것이 원가에 부담이 됐다. 여기에 IFRS 기준 변경으로 수출비 계정이 매출원가로 들어간 것도 영향을 미쳤다.

 

큰 한방은 품질 문제에서 왔다.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든 것은 미국에서 불거진 에어백 제어기 리콜 영향이었다. 여기서만 약 5000억원의 비용이 발생했다는 게 현대차 측 설명이다. 이에 더해 엔진 진단 신기술(KSDS) 적용, 월드컵 마케팅 비용 등 이익을 더 갉아먹었다.

 

그 결과 자동차부문에서만 3분기 252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자동차부분이 작년 3분기 5550억원, 지난 2분기 451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것과 비교하면 8000억원 가까운 마이너스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금융 부문 영업익은 1970억원으로 오히려 작년 같은기간보다 10.5% 늘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실적에 반영된 품질비용에는 기존 판매된 일부 차종에 대한 자발적인 KSDS 적용 등 선제적 고객관리 비용도 포함됐다"며 "예방적 품질 투자성격이 강한 만큼 향후 품질관련 비용절감으로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올해 들어 3분기 누적 기준으로(1~9월) ▲판매 336만2758대 ▲매출액 71조5821억원 ▲영업이익 1조9210억원을 기록했다. 판매는 2.8% 늘었지만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작년 같은 기간보다 0.4%, 49.4% 줄어든 것이다. 사상 최악이라는 성적표를 올해까지 2년 연거푸 받을 것은 불보듯하다.

 

일시적 악재들이 겹쳤다고는 하지만 남은 4분기도 난감하다. 무역갈등 고조에 따른 글로벌 교역 부진과 선진국의 긴축기조 지속 등으로 자동차시장의 저성장세가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라서다. 하지만 더 물러설 곳도 없다.

   

▲ 현대차가 지난 3분기 미국시장에 내놓은 신형 싼타페. 사진은 올초 국내 출시 모습.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현대차는 이런 국면을 극복하기 위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고급차 등 수요가 증가하는 차급을 중심으로 출시 차량을 늘릴 계획이다. 주요 대량 양산 차종의 신차 판매를 확대하고 지역시장 별로 탄력적 대응을 해 판매부터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시장에서는 신형 싼타페 판매를 본격화하고 투싼 개조차를 출시하는 만큼 신형 SUV 중심으로 판매가 개선될 것"이라며 "중국시장에서도 성수기인 4분기에 판매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4분기 중 국내서 'EQ900' 부분변경차(페이스리프트), 미국서 'G70'를 출시해 제네시스 브랜드 판매 확대를 꾀하고 있다. 중국서는 '라페스타' 같은 현지 전략모델을 늘려 회복에 집중하려 한다. 내년부터는 자체 개발한 '스마트 스트림' 및 '3세대 플랫폼', 신규 디자인이 모두 적용된 신차로 세계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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