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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주유소' 서울에선 찾기 힘든 이유

  • 2018.11.22(목) 08:30

<김보라의 UP데이터>
전국 알뜰주유소 1183개…서울은 13개뿐
경북 171개로 서울보다 13배 더 많아
정유사 이탈방지정책에 알뜰 전환 어려워

주황색 간판에 스마일 마크가 있는 알뜰주유소. 길을 가다 한번쯤은 보셨을텐데요.

 

정부가 서민들의 기름값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 2011년말 도입한 알뜰주유소는 공동구매를 통해 낮은 가격에 석유제품을 공급받아 소비자가 부담하는 기름값을 낮추고 인근 민간 주유소의 가격 인하를 유도하겠다며 등장했죠.

지난달 15일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발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서울은 알뜰주유소와 비(非)알뜰주유소 간 가격 차이가 휘발유 기준 리터(ℓ)당 119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알뜰주유소의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이 재차 입증된 셈인데요.

 

알뜰과 비알뜰 간 기름값 차이 못지 않게 눈에 띄는 대목은 서울에 있는 알뜰주유소의 개수입니다. 전국에 알뜰주유소 1183개가 있는데 이중 서울에 있는 알뜰주유소는 13개 불과합니다. 반면 경북 171개, 경기 170개, 경남 152개, 전남 136개 등 서울보다 인구가 적은 시·도에 알뜰주유소가 훨씬 더 많습니다.

 

서울에서는 왜 기름값이 싸다는 알뜰주유소를 찾기보기가 어려운 걸까요.

 

◇ 전국 주유소 알뜰주유소는 9.9%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전국에는 1만1888개 주유소가 있습니다. 

 

이 중 민간 정유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S-OIL·현대오일뱅크)가 운영하는 비알뜰주유소는 1만705개(90.1%)입니다. 다른 말로 '폴(상표) 주유소'라고도 하죠. 무폴 주유소에 해당하는 알뜰주유소는 1183개로 전체의 9.9% 수준입니다.

 

알뜰주유소라고 다 같은 형태는 아닙니다. 알뜰주유소는 크게 ▲자영알뜰 ▲농협알뜰 ▲고속도로알뜰 3가지 형태로 나뉩니다.


자영알뜰은 한국석유공사가 기름을 공급하되 개인이 주유소를 소유하고 운영(자영업 형태)하는 형태입니다. 고속도로알뜰은 한국도로공사가 석유를 사와 운영까지 하는 주유소이고 농협알뜰은 농협이 석유를 들여와 운영합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자영알뜰주유소는 430개, 고속도로알뜰주유소는 173개, 농협알뜰주유소는 571개로 집계됐습니다.

 

고속도로알뜰주유소는 고속도로 휴게소에 딸린 주유소들입니다. 고속도로 휴게소를 빠져나오면서 주유소를 이용해 본 적 있으시다면 한 번은 'EX-OIL'이라는 간판을 보셨을 겁니다. 농협이 운영하는 주유소는 'NH-OIL'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데요 지방도시에 가면 주로 하나로마트 옆에 NH-OIL 주유소가 있습니다. 석유공사가 제품을 공급하는 자영알뜰주유소는 주황색 간판에 스마일 표시를 하고 있죠.

 


◇ 서울 알뜰주유소 13개... 땅값 비싸 새로 설립 어려워

 

지역별로 알뜰주유소 현황을 보면 지난 7월 기준 알뜰주유소가 가장 많은 지역은 경북(171개)입니다. 이어 경기(170개)·경남(152개)·전남(136개)·충남(123개)·전북(114개) 순입니다. 수도권인 경기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지방에 분포하고 있습니다.

반면 서울(13개)·부산(18개)·대구(18개)·인천(5개) 등 인구가 밀집한 광역시에 있는 알뜰주유소는 현저히 적습니다. 서울과 비교하면 경북은 약 13배 더 많은 알뜰주유소가 있는 셈인데요.

 

물론 서울에는 고속도로알뜰, 농협알뜰 주유소가 자리잡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지만 자영알뜰주유소(430개)만 따져봐도 비중이 3%에 불과해 인구수나 교통량에 비해 낮은 수준입니다.

 

알뜰주유소는 두 가지 형태로 만들어집니다. 새로 알뜰주유소를 만들거나 기존 주유소를 알뜰주유소로 전환하는 방법인데요.

업계 관계자들은 지역별로 알뜰주유소 개수 격차가 나는 이유로 우선 땅값을 꼽습니다. 지대(地代)가 비싸기 때문에 서울 등 대도시 지역에 알뜰주유소를 신규로 만들기 어렵다는 겁니다.

 

한국자영알뜰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서울은 땅값과 임대료가 비싸다보니 신규로 알뜰주유소를 내는 게 어려워 지방보다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땅값이 비싸서 알뜰주유소를 새로 세우는 것은 어렵다고 해도 기존의 서울 주유소들은 왜 알뜰주유소로 전환하지 않는 것일까요. 

 

◇ 정유사, 기존주유소 알뜰 전환 막으려 인센티브 제시 

 

서울의 기존 주유소들이 알뜰주유소로 전환하지 못하는 것은 민간 정유사가 운영하는 직영주유소가 많다는 점이 첫번째 이유인데요. 민간 정유사들이 직접 운영하는 비중이 높다보니 알뜰주유소로 전환하려는 수요 자체가 지방과 비교해 적은 것이죠.

서울의 비알뜰주유소(폴 주유소) 중 정유사가 직적 운영하는 곳(직영)은 약 35%, 특정상표를 달고 있지만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곳(자영)은 65% 수준입니다. 서울과 인접한 경기도는 정유사 직영 14%, 자영 83%로 자영주유소가 압도적인 것과 비교되는 모습입니다.

물론 자영주유소가 알뜰주유소로 전환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은 유동인구가 많은 만큼 민간 정유사들에겐 포기할 수 없는 업권입니다. 따라서 민간 정유사들은 자신들로부터 기름을 독점 제공받는 자영주유소 점주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인센티브를 제시하는 등 적극적인 관리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가 서울지역에 알뜰주유소가 적은 배경입니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서울은 민간 정유사들이 중점관리지역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영업사원을 풀어 자영주유소를 관리한다"며 "이들이 이탈하지 않도록 점주에 유리한 가격을 제시하는 등 인센티브를 주며 관리해 알뜰주유소로의 전환율이 높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 알뜰주유소 기름값 인하효과 있지만 서울에선 체감 어려워


알뜰주유소에 '알뜰'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이유는 기존의 주유소보다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 7월 기준 전국 주유소의 리터당 휘발유 가격은 알뜰 1548원, 비알뜰 1578원으로 30원 차이가 납니다.

 

한국자영알뜰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알뜰주유소는 한국석유공사와 도로공사 등 공기업이 맡아 제품을 공급하다보니 민간 정유사처럼 영업이익을 크게 남기려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지 않다"며 "최소한의 인건비 정도만 보전하는 수준으로 운영해 알뜰주유소의 가격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알뜰주유소는 인근 다른 주유소의 가격인하를 유도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해 1~7월 기준 알뜰주유소 인근 3km내 비알뜰주유소의 평균가격은 휘발유 1571원, 경유 1369원으로 전체 평균(휘발유 1574원, 경유 1372원) 보다 각각 3원씩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알뜰주유소가 주변 비알뜰주유소 가격을 낮추는 효과가 있는 셈이죠.

 

하지만 알뜰주유소는 지난 2014년 전체 주유소의 9%를 넘어선 이후 2015년 9.4%, 2017년 9.8%, 현재 9.9% 등 5년째 1%포인트 미만의 증가율을 보이며 사실상 정체 상황입니다. 특히 서울지역에는 일부 지역에 한정적으로 자리잡고 있어 소비자들은 알뜰주유소의 가격인하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남의 동네' 일인 셈이죠.

 

최근 기름값 상승으로 소비자들의 근심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서울지역에서 보다 많은 알뜰주유소를 볼 수 있는 대안은 없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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