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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은 죄 없다? 배달료 주범은 '앱·대행'

  • 2018.11.19(월) 10:27

<김보라의 UP데이터>
배달앱·배달대행 등장으로 점주 부담 증가가 원인
업계 최초로 교촌이 시작…굽네 등 타사 뒤 따라
BHC·BBQ는 지역마다 배달료 달라…점주 재량

'치느님'이라고 불리는 국민간식 치킨.

KT CS가 지난 6월 발표한 기가지니(인공지능 스피커)를 통해 주문된 배달음식 순위에 따르면 치킨이 중국집(26.4%), 피자(16.2%), 족발·보쌈(6.5%) 등을 제치고 전체 배달음식 중 1위(45.3%)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5월 소비자들은 갑작스런 치킨가격 인상(?)을 경험해야 했습니다. 국내 대표 치킨브랜드 교촌치킨이 배달 수수료를 받겠다고 공식화한 겁니다.

명목은 배달료라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치킨 한 마리 주문할 때 드는 비용이 증가한 만큼 사실상 치킨값 인상이라고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교촌이 배달료를 공식화하자 지난 10월 굽네치킨이 두 번째로 배달료를 받겠다고 나섰습니다. 이후 BBQ·BHC 등도 일부 점포에서 배달료를 받고 있는 상황인데요.

여기에 19일부터 BBQ가 치킨가격을 최대 2000원까지 인상하겠다고 나서면서 소비자들은 치솟는 치킨값에 불만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치킨 배달료는 왜 등장했고 동네마다 배달료 가격이 제각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 갑자기 등장한 배달료…이유는?

프랜차이즈업체들이 갑자기 치킨배달료를 받기 시작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데요. 치킨브랜드 4곳의 입장을 확인했더니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정리됩니다. 배달앱·배달대행·인건비로 인한 부담입니다.

과거에는 치킨을 먹기 위해 직접 전화를 걸어 주문했지만 요즘에는 배달의 민족·요기요 등 배달 전용앱을 많이 이용합니다. 배달앱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점주들도 주문량 확보를 위해 배달앱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기존에는 고객과 치킨집 간 직접 주문과 배달이 이루어졌지만 이제는 소비자와 치킨집 사이에 배달앱이라는 유통 과정이 추가된 겁니다. 당연히 배달앱 이용에 따라 점주들의 수수료 부담이 늘어납니다.

 


국내 1위 배달앱 업체 배달의 민족은 광고 대가로 매월 8만8000원의 광고비를 점주들로부터 받고 있습니다. 요기요는 건당 12.5%의 수수료를 받고 있는데요. 가령 요기요앱을 통해 1만5000원짜리 후라이드치킨 주문이 들어오면 요기요는 1875원의 수수료를 부과합니다. 

여기에 배달대행업의 등장도 점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소입니다. 바로고(barogo), 부릉(vroong) 등 배달인력을 조직적으로 관리하며 더 많은 임금을 주는 배달대행업체들이 생겨나면서 사실상 가맹점에서 직접 고용할 수 있는 배달인력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죠.

가맹점들은 배달인력 고용 자체가 어려우니 배달대행업체를 이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배달대행업체들은 배달하는 거리에 따라 요금을 정하는데요. 평균 1.5km당 4000원을 받습니다. 바로고 관계자에 따르면 점주들은 평균 3km 정도 거리까지 배달을 한다고 합니다.    

기존에 직접 고용하던 배달인력이 배달대행으로 옮겨간 셈이지만 거리에 따라 요금이 더 붙기 때문에 전체적인 배달비용은 더 증가한 셈입니다. 

직접 배달인력을 고용하더라도 올해 16.4% 인상된 최저임금도 점주들에겐 부담입니다. 치킨값을 올려서 배달앱과 배달대행에 따른 부담을 완화하고 싶지만 가격 인상이 쉬운 일은 아니죠.

BBQ 관계자는 "9년째 치킨 값은 그대로인데 배달앱이나 배달대행 등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부담이 늘어나면서 가맹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 배달료, 교촌치킨이 시작…타사도 참여

국내 치킨브랜드 중 배달료를 받는 대표적 브랜드 4곳(교촌치킨·굽네치킨·BHC·BBQ)을 비교해봤습니다. 이중 본사에서 배달료를 공식화 한 업체는 교촌치킨과 굽네치킨 두 곳입니다.

 


교촌은 지난 5월 1일자로 배달료를 공식화했습니다. 전 점포가 동일하게 2000원의 배달료를 받습니다. 굽네는 교촌에 이어 두 번째로 배달료를 받기로 했죠. 본사에서 정한 배달료는 1000원입니다. 다만 기프티콘으로 치킨을 주문할 경우 1000원 더 많은 2000원의 배달료를 받습니다.

교촌 관계자는 "인건비·배달비용 등 가맹점주들이 부담해야 할 판매관리비가 올라가면서 전반적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BHC와 BBQ는 배달료를 받을지 말지 여부를 개별 점주들에게 맡기고 있습니다. BHC 관계자는 "배달료를 교촌치킨처럼 공식적으로 받는 건 아니고 몇몇 가맹점에서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아직까지 본사차원에서 배달료를 공식화할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 치킨은 같은데, 배달료는 동네마다 달라

배달료를 점주 재량에 맡기다보니 같은 동네라도 어떤 곳은 배달료를 받고 어떤 곳은 배달료를 받지 않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서울 강서구 마곡동 주변 4대 브랜드 치킨집의 배달료 현황을 보면 배달료를 공식화한 교촌과 굽네는 어느 지점이든 각각 2000원·1000원으로 동일합니다.

하지만 BHC의 경우 지점마다 차이가 컸습니다. BHC마곡점은 주문당 2000원의 배달료를 받는 반면 BHC양천향교점은 1000원의 배달료를 받고 발산점과 우장산역점·내발산마곡점은 아예 배달료가 없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서울 성북구 안암동 주변 치킨집에서도 나타났는데요. BHC고대역점은 배달료가 1000원이지만 신설점·돈암점·성신여대점은 2000원입니다.

 


BBQ도 마찬가지입니다. 마곡동 BBQ는 마곡나루점을 포함한 주변 5개 매장이 전부 동일한 배달료(2000원)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암동 주변 BBQ는 배달료를 받는 곳이 단 한곳도 없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똑같은 치킨을 주문해도 지점이 어디냐에 따라 소비자가 내야 하는 최종가격은 달라집니다. 가령 BHC의 후라이드 치킨 한 마리 가격은 1만5000원이지만 고대역점에서 주문하면 배달료를 합해 1만6000원을 지불해야 하고 신설점에서 주문하면 1만7000원을 내야 하는 것이죠.

기본적으로 치킨값 등 제품가격은 어디까지나 본사가 가맹점에 권고할 수 있을 뿐이지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가맹사업법 제12조가 '본사는 상품의 가격에 대해 구속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배달료를 전국적으로 동일하게 2000원으로 고정한 교촌은 소비자 혼란을 우려해 점주들의 동의를 받아 배달료를 책정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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