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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백혈병 분쟁, 11년만에 '마침표'…삼성 공식사과

  • 2018.11.23(금) 15:56

삼성전자·반올림, 피해자보상 등 합의
김기남 사장 "중재안 조건없이 이행"

삼성전자가 반도체 백혈병 분쟁에 마침표를 찍었다.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근무하던 고(故) 황유미 씨가 사망한지 11년만이다.

 

▲ 삼성전자와 반올림은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반도체 백혈병 문제 해결을 위한 중재안을 수용하고 이를 이행하기로 합의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삼성전자와 반올림은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중재판정 합의이행 협약식'을 열고 반도체 백혈병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이하 조정위)가 제시한 중재안을 모두 수용하기로 했다.

 

이로써 2007년 3월 황유미 씨 사망 이후 불거진 반도체 백혈병 분쟁이 끝이 났다. 중재판정에 의한 합의는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어 당사자인 삼성전자와 반올림은 중재조항을 이행할 법적 책임을 지게 된다.

중재안에 따라 김기남 삼성전자 사장은 이날 반올림과 피해자 가족들 앞에서 공식 사과했다.

김 사장은 "소중한 동료와 그 가족들이 오랫동안 고통 받으셨는데 삼성전자는 이를 일찍부터 성심껏 보살펴드리지 못했다"며 "그 아픔을 충분히 배려하고 조속하게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고 책임을 인정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과거 반도체 및 LCD 사업장에서 건강유해인자에 의한 위험에 대해 충분하고 완벽하게 관리하지 못했다"며 "오늘 이 자리를 빌어 병으로 고통받는 직원들과 그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중재안을 조건없이 수용해 이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사장은 사과문 발표 이후 피해자 가족이 있던 테이블로 다가가 황유미 씨의 아버지인 황상기 반올림 대표 등에게 먼저 악수를 청했다. 황 대표를 포함한 피해자 가족들도 김 사장이 내민 손을 잡았다.

황 대표는 "삼성전자 대표이사의 사과는 솔직히 직업병 피해 가족들에게 충분하지는 않지만 받아들이겠다"면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사업장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있다. 삼성이 이 모든 직업병 노동자들을 위한 폭넓은 보상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 김기남 삼성전자 사장이 23일 반도체 백혈병 피해자에게 고개 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김 사장은 "중재안을 조건없이 수용해 이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앞서 반도체 백혈병 분쟁 해결을 위한 조정위는 지난 1일 피해자 보상, 삼성전자의 사과, 재발방지 및 사회공헌 등의 내용을 담은 중재안을 마련해 삼성전자와 반올림에 각각 전달했다.

보상대상은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1라인이 준공한 1987년 5월 이후 반도체나 LCD 라인에서 1년 이상 일한 삼성전자와 사내협력업체 현직자와 퇴직자 전원이다. 질병범위는 암과 희귀질환, 유산 등 생식질환, 자녀질환이며 보상액은 최대 1억5000만원을 넘지 않는다. 삼성전자와 반올림은 보상범위를 넓히는 대신 보상액은 낮추기로 뜻을 모았다.

보상업무는 삼성전자와 반올림이 합의해 선정한 법무법인 지평이 맡는다. 이와 별도로 삼성전자는 500억원의 기금을 마련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기탁하기로 했다. 이 기금은 산업안전보건 인프라 구축에 사용된다.

조정위원장을 맡은 김지형 전 대법관은 "서로 다른 입장과 가치에 대해 닫혀있던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어나가면서 화해를 위한 불씨를 키워나갈 때 우리는 치유에 이를 수 있다"며 "이번 조정과 중재절차가 바로 그것을 보여준 하나의 전형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과 반올림, 두 당사자에게 가장 정중한 마음을 담아 경의를 표한다"며 "역사가 이들의 용기를 기록하고 평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도체 백혈병 분쟁은 황유미 씨의 사망 이듬해인 2008년 3월 발족한 반올림이 반도체와 LCD 사업장 근무자들의 건강피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사회적 관심이 집중했다.

2014년 10월 삼성전자와 반올림의 갈등을 중재하기 위한 조정위가 구성됐다. 하지만 양측이 받아들이지 않아 2015년 1차 조정은 결렬됐다. 올해 초 다시 2차 조정에 들어간 조정위는 지난 7월 양측으로부터 백지위임을 받아 최종중재안을 마련해 이번에 분쟁을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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