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5개 완성차 업계가 개별소비세 인하 등 지원대책에도 불구하고 내수시장에서 주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GM이 군산공장 철수 등 내홍에 시달린 데다 볼륨 신차가 부재했던 르노삼성자동차의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완성차 판매가 2년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반면 수출은 신흥시장 수출 증가에 힘입어 연간 판매량이 2년 만에 플러스 성장세로 돌아섰다.
◇내수, 전년비 0.28%↓…한국GM·르노삼성 10만대 이하 '뚝'
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완성차 5개사의 내수 판매 실적은 총 154만 5604대로 전년 보다 0.28%(4476대) 감소했다. 소폭이긴 하지만 개별소비세 30% 감면 조치와 BMW 화재 대란에 따른 반사이익 등을 고려하면 저조한 성과다.
한국GM과 르노삼성의 부진이 결정적이었다. 두 회사 모두 내수 판매 규모가 두 자릿수 이상 줄며, 10만대도 채 팔지 못했다.
한국GM은 지난해 내수시장에서 9만3317대를 판매, 전년보다 29.5% 줄었다. 한국GM이 내수 판매에서 10만 대 이하로 떨어진 것은 대우자동차 시절인 1998년 IMF(외환위기) 이후 20년 만이다. 군산공장 폐쇄와 연구개발(R&D) 법인 분리 등으로 한국 철수설이 끊임없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한국GM을 대표하는 말리부와 임팔라의 2018년 판매량은 각각 1만7052대, 1549대로 2017년과 비교해 각각 48.8%, 57.2% 감소했다. 주력 경차인 스파크 판매량도 2017년보다 15.6% 줄어든 3만9868대에 머물렀다.
르노삼성의 지난해 내수 판매 규모는 전년 대비 10.1% 감소한 9만369대에 그쳤다. QM6가 전년 대비 18.5% 오른 3만2999대 팔리며 선전했지만, 이같은 상승세를 뒷받침할 신차 출시가 이뤄지지 않아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한국GM과 르노삼성의 부진을 만회한 건 현대차와 기아차였다. 현대차는 72만1078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4.7% 늘었다. 기아차 판매량은 53만1700대로 같은 기간 1.9% 증가했다.
현대차는 2017년 출시한 그랜저와 올해 출시한 싼타페가 각각 이름 값을 했다. 그랜저는 월 1만대 판매량을 보이며 총 11만3101대를 기록했다. 싼타페는 10만7202대가 팔리면서 전년 대비 무려 107.5% 급증했다.
전기차 코나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지난해 총 5만468대 팔리며, 전년 대비 114.6%나 늘었다. 제네시스 브랜드 역시 G70에 힘입어 전년보다 8.4% 늘었다.
기아차도 신차 효과를 톡톡히 봤다. 새로 나온 K3가 4만4514대의 판매고를 올리면서 58%의 성장률을 보였다. K5도 4만8503대가 판매되며 27% 늘었다.
지난해 렉스턴 스포츠 돌풍을 일으킨 쌍용차도 선전했다. 지난해만 총 10만 9140대를 팔며 한국GM과의 업계 3위 경쟁에서 가볍게 승리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한국GM의 철수설과 르노삼성의 부진이 완성차 판매 실적을 끌어 내렸다”며 “다만 현대차와 기아차, 쌍용차의 신차 효과로 감소폭을 제한했다”고 말했다.
◇수출, 전년비 0.6% 증가...현대·기아차 독무대
5개사의 수출 규모는 0.6% 증가한 668만7128대를 기록했다. 해외 판매량이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2017년 이후 2년 만이다.
내수에 이어 현대·기아차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세계시장에서 현대차 458만6775대, 기아차 281만2200대 등 총 739만8975대를 판매했다.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러시아와 멕시코 등 신흥국을 공략한 틈새 전략이 주효했다.
현대차는 아반떼가 62만3187대 팔리며 세단 시장 판매를 이끌었고, 투싼은 53만5089대 팔리며 RV 시장 판매를 견인했다.
기아차는 스포티지가 전년대비 12.1% 증가한 46만 3994대 팔려 해외 최다 판매 모델로 이름을 올렸다. 리오(프라이드)가 35만 5852대, K3(포르테)가 28만 3990대로 뒤를 이었다. 특히 스팅어는 총 3만1231대가 판매되며 기아차 브랜드 인지도를 크게 향상시킨 일등공신으로 평가된다.
반면 쌍용차, 한국GM, 르노삼성의 해외 수출 실적은 전년 대비 각각 7.7%, 5.8%, 22.2%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