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재계에 러브콜을 보내며 경제살리기 총력전에 나섰다. 집권 3년차를 맞아 국정운영의 동력이 약해지는 걸 막고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고용과 투자의 칼자루를 쥔 재계를 끌어안는 수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신년회견에서 "올해는 국민의 삶 속에서 정부의 경제정책이 옳은 방향이라는 것을 확실히 체감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중소기업, 대기업이 함께 성장하고 소상공, 자영업이 국민과 함께 성장하고, 지역이 특성에 맞게 성장하는 한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출처=대한민국 청와대) |
문 대통령이 이날 회견문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경제'로 총 35차례 언급했다. 지난해 신년회견에서 9번 사용한 것과 비교하면 대폭 늘어난 것으로 올해 국정운영의 무게중심을 경제에 두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다음으로 많이 사용한 단어는 '성장'으로 총 29차례 언급했고, '혁신'도 21차례 거론했다.
지난달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우리 정부의 경제성과를 국민에게 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던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신년회에 이어 이날 신년회견에서도 국민들의 피부에 닿는 성과를 내야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이날 오후 삼성전자 수업사업장을 찾아 이재용 부회장을 만났다. 이 총리가 삼성·현대차·SK·LG 등 4대그룹 총수 중 한 명을 단독으로 만난 것은 2017년 5월 취임 후 처음이다.
특히 이 총리가 방문한 수업사업장은 삼성전자가 4대 미래성장 사업 중 하나로 선정한 5세대(5G) 이동통신 생산라인이 있는 곳이다. 삼성은 지난해 8월 향후 3년간 180조원을 투자하고 4만명을 직접 채용하는 내용의 '경제 활성화·일자리 창출 지원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 일환으로 AI·5G·바이오·전장부품에 25조원을 집중 투자할 방침이다. 따라서 이 총리의 이번 방문은 재계 1위 기업인 삼성에 적극적인 고용과 투자 확대 등을 당부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 10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단체장 신년간담회에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 두번째)가 발언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홍영표 원내대표, 김태년 정책위의장, 민병두 정무위원장, 정성호 국회 기재위원장 등 더불어민주당 원내 지도부도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경제단체장 신년간담회를 갖고 재계의 목소리를 직접 청취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해 손경식 경총 회장, 박성택 중기중앙회 회장,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 주요 경제단체장이 참석했다. 홍 원내대표는 "기업인들의 땀이 헛되게 하지 않도록 최선 다하겠다"며 "규제혁신 등 제도적 작업을 계속 해나가면서 필요한 입법, 정책에 경제계 등 현장 목소리 충분히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경제단체장들은 규제완화·최저임금제·근로시간 단축·가업상속세제·노사문제 등과 관련한 재계의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간담회가 끝난 뒤 "여당이 기업의 기(氣) 살리기에 많은 힘을 보태겠다는 말이 있었다"며 "매우 유익한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