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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 2019.02.13(수) 08:10

[어닝 2018]5대그룹 리그테이블③
주요 7개사 영업이익 7조 턱걸이
LG전자, 스마트폰만 살아났더라면
디스플레이·화학 주력사 동반부진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리던 LG그룹에 급제동이 걸렸다. LG전자와 LG생활건강 등을 제외한 주요 계열사들이 줄줄이 뒷걸음질하면서 영업이익 10조원 달성이 물거품이 됐다.

비즈니스워치가 13일 집계한 LG전자·LG디스플레이·LG화학·LG유플러스 등 LG그룹 주요 7개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총 7조485억원이다. 2017년 10조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이 무려 30% 가량 줄었다.

중국발 액정표시장치(LCD) 공급과잉의 직격탄을 맞은 LG디스플레이의 영업이익이 2조4000억원 가까이 줄어들며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LG화학도 7000억원 가량 이익을 까먹었다.

LG전자와 LG생활건강이 버텼지만 지난해 4분기에는 LG전자마저 사실상 적자를 기록해 주력 계열사가 모두 실적부진에 빠지는 모습을 보였다. 새로운 그룹 총수의 등장과 함께 '빅배스'가 이뤄진 것 같은 인상을 준다.

LG전자의 표면적 수치는 나무랄데 없었다. 매출액은 2년 연속 60조원을 넘었고 영업이익은 2조7000억원대로 역대 최대 기록을 썼다. 연간 1억대 이상 휴대폰을 팔았던 2009년 2조6807억원 이후 9년만에 나온 신기록이다.

특히 프리미엄 제품의 비중을 높여온 가전사업의 성과가 뛰어났다.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와 TV를 맡고 있는 HE사업본부의 합산 영업이익은 3조원을 넘었다. 가전사업의 영업이익률은 8.6%로 삼성전자 가전사업(4.8%)의 약 2배에 달했다.

가전사업 훨훨 날 때
스마트폰은 또 적자
점점 좁아지는 입지

하지만 스마트폰이 발목을 잡았다. 2017년 11조원대의 매출이 지난해는 8조원 밑으로 떨어졌고,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7400억원에서 7900억원으로 오히려 확대됐다.

삼성전자와 애플 등 선두권을 따라잡기도 벅찬데 어느새 화웨이,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면서 설자리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LG전자의 점유율은 2016년 2.6%, 2017년 2.5%에서 지난해 3분기는 1.9%로 더 떨어졌다.

특히 4분기 실적이 좋지 않았다. LG전자 전체 영업이익이 고작 700억원대에 머물렀다. 연결 대상에 포함한 LG이노텍이 1000억원대 영업이익을 냈다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적자를 의미한다. 가장 큰 손실이 발생한 곳이 스마트폰을 맡고 있는 MC사업본부다. 영업손실 규모가 3200억원대에 달했다.

2017년 2조4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려 역대 최고의 순간을 보낸 LG디스플레이에 지난해는 악몽과도 같은 시기였다. 간신히 흑자를 낸 게 위안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다. 영업이익은 1000억원에 못미쳤다. 전년대비 감소폭이 96%에 이른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를 필두로 중국 업체들이 LCD를 쏟아내면서 LG디스플레이 실적이 곤두박질했다. 현재 LG디스플레이 전체 매출의 90%는 LCD가 차지한다. 공급과잉으로 LCD 가격하락세가 가파르게 나타난 게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앞으로도 BOE, 차이나스타 등 중국 업체들의 LCD 생산라인 증설이 계속될 전망이라 LCD에 의존해온 성장은 한계에 직면할 것이란 예상이다.

디스플레이, 공급과잉 '직격탄'
LCD 편중으로 이익 큰폭 줄어
OLED에 전사역량 집중키로

LG디스플레이는 대안으로 LCD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빠르게 바꾸기로 했다.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TV 패널에서 OLED 비중을 오는 2021년까지 50%까지 늘리는 등 OLED 중심의 사업전환에 전사적 역량을 모을 방침이다.

다만 막대한 투자를 해야하는 점이 부담이다. 지난해 8조5000억원의 시설투자가 이뤄진데 이어 올해도 OLED 분야에 8조원 가량을 쏟아부을 예정이다. 벌어들이는 돈보다 더 큰 규모의 투자가 이뤄지면서 LG디스플레이의 차입금도 큰 폭 늘어날 전망이다. 이미 LG디스플레이의 총차입금은 8조원대로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1년 전에 비해 3조원 가량 증가한 금액이다.

LG디스플레이의 영업이익은 1000억원에 못미쳤다. 한해 전과 비교하면 무려 2조4000억원 가까이 감소한 것이다.

LG그룹의 모태기업인 LG화학은 내실이 기존만 못했다. 매출은 28조원대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2조2000억원대로 전년대비 23% 감소했다.

회사 주축인 기초소재사업이 부진한 결과다. 나프타 등을 원료로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등을 생산하고 다양한 합성수지를 만드는 기초소재사업에서 LG화학은 지난해 2조1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냈다. 한해 전에 비해 7000억원 가까이 줄어든 게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다행인 것은 자동차전지에서 지난해 4분기 이익을 내는 등 전지사업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LG화학 전지사업 영업이익은 2016년 약 500억원 적자에서 2017년 300억원 흑자로 돌아선데 이어 지난해는 영업흑자가 2000억원을 넘었다.

정호영 LG화학 사장은 "기초소재부문의 사업구조 고도화, 전지부문의 큰 폭 매출 확대 등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과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LG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영업이익은 7조원에 간신히 턱걸이 했다.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 등 주력 기업들의 실적이 기대에 못미쳤다. LG전자도 4분기에는 사실상 적자를 기록했다.

LG생활건강과 LG유플러스는 꾸준함을 보여줬다. 특히 LG생활건강은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 시대를 열었다. 후·숨·오휘 등의 고급화장품이 선중적인 인기를 끌며 LG생활건강 전체 영업이익의 75%를 담당했다. 특히 후는 출시 15년만에 순매출 2조원을 달성하며 글로벌 명품 브랜드로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LG유플러스는 새로운 회계기준(K-IFRS 1115호) 하에서 지난해 7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소급적용하지 않은 2017년 실적에 비해 11.5% 줄어든 것이다. 만약 옛 회계기준(K-IFRS 제1018호)을 적용해 지난해 실적을 작성했다면 실제로는 전년대비 4% 가량 증가한 8600억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냈을 것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LG생활건강, 화장품 앞세워 1조 이익
LG유플러스 "4분기 성과급 400억 지급"
LG상사, 자원개발 일회성 손실 반영

그렇더라도 지난해 4분기 실적은 낙폭이 컸다. 3분기 2000억원대 영업이익이 4분기에는 1000억원대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이혁주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부사장)는 "지난해 4분기는 5세대(5G) 서비스를 앞두고 직원들의 의지를 다질 필요가 있어 성과급을 과거보다 많이 지급, 400억원을 일회성으로 지출했다"면서 "5G 출시를 앞두고 광고비도 100억원 이상 지출하면서 분기 영업이익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LG상사는 해외자원사업과 관련해 손실이 발생하면서 2017년 2100억원대 영업이익이 지난해는 1600억원대로 감소했다. 베트남 석유광구의 생산량이 예상을 밑돌 것으로 보이자 지난해 4분기 380억원을 한꺼번에 손상처리한 것이 영향을 줬다.

LG상사 관계자는 "사업체질 개선 및 자산 건전화의 일환"이라며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수준에 준하는 견조한 흐름을 이어간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LG하우시스 영업이익도 1400억원대에서 700억원대로 미끄러졌다. 주택시장 위축과 원재료가격 상승으로 건축자재부문의 영업이익이 500억원 이상 줄고, 자동차소재·산업용 필름부문도 완성차 업체들의 판매부진 여파로 적자를 기록한 영향을 받았다.

※빅배스(Big Bath)란?
목욕으로 묵은 때를 벗겨내듯 과거의 부실이나 누적된 손실을 한꺼번에 털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 신임 경영진이 들어설 때 이뤄진다. 홀가분하게 경영을 시작할 수 있고, 빅배스 후에는 자연스럽게 실적이 회복되기 때문에 자신의 경영성과를 과시하기에도 좋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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