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지난해 4분기 사실상 적자를 기록했다. 연간으로는 역대 최대 실적을 냈지만 잔치는 없었다. 무엇보다 스마트폰 부진이 뼈아팠다.
LG전자는 지난해 매출액 61조3417억원, 영업이익 2조7033억원을 기록했다고 31일 밝혔다. 지난 8일 발표한 잠정 실적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치다.
매출액은 2017년에 이어 2년 연속 60조원을 넘었고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9.5% 증가하며 역대 최대 기록을 썼다. 연간 1억대 이상 휴대폰을 팔았던 2009년 2조6807억원 이후 9년만에 나온 신기록이다.
가전 덕에 신기록 세워
특히 프리미엄 제품의 비중을 높여온 가전 사업의 성과가 뛰어났다.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는 매출액 19조3620억원, 영업이익 1조5248억원으로 각각 최고치를 달성했다.
TV를 맡고 있는 HE사업본부도 '올레드=프리미엄' 이미지를 굳히며 매출액 16조2083억원, 영업이익 1조518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9.4%에 달했다. H&A사업본부와 HE사업본부를 합친 가전사업 영업이익은 3조원을 넘었고, 영업이익률도 역대 최고인 8.6%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이 지난해 2조원을 갓 넘는 수준의 영업이익을 낸 것과 비교하면 LG전자 가전사업의 역량을 가늠해볼 수 있다. 삼성전자 CE부문 영업이익률은 4.8%로 LG전자 가전사업의 절반 정도에 그쳤다.
문제는 스마트폰을 책임진 MC사업본부다. 2017년 11조원대의 매출이 지난해는 8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7368억원에서 7901억원으로 확대됐다.
이로써 LG전자는 2015년 이후 4년 연속 스마트폰에서 적자를 기록하는 불명예를 떠안았다.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든 가운데 각종 마케팅비용이 나가며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가 몇년째 계속되는 셈이다.
스마트폰은 4년째 적자 행진
특히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좋지 않았다.
전체 매출액은 15조7723억원, 영업이익은 75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0.5%에 불과하다. 연결 대상에 포함한 LG이노텍 실적(영업이익 1036억원)을 빼면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757억원 흑자가 아니라 305억원 적자를 본 게 된다.
MC사업본부가 322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전체 실적을 깎아먹었다. 직전 분기(영업손실 1463억원)와 비교해 손실규모가 갑절로 늘었고 지난해 4분기와 견줘도 1000억원 이상 적자가 확대됐다.
LG전자는 "전략 스마트폰 판매 확대를 위한 마케팅 비용 증가로 영업손실이 이어졌다"며 "플랫폼화 및 모듈화 전략, 원가절감 등을 통한 사업구조 개선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를 떠받치는 가전사업(H&A사업본부 및 HE사업본부)도 영업이익이 2017년 4분기 4129억원에서 이번에는 3139억원으로 줄었다. 시장확대를 위한 비용지출이 늘어난 가운데 중남미, 중동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의 경기침체 영향을 받았다.
여기에 전장사업을 담당하는 VC사업본부가 독일 ZKW 인수에도 불구하고 27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지난해 4분기 전체 실적이 미끄럼을 탔다.
LG전자가 스마트폰에 발목이 잡히면서 외부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집계 결과를 보면 증권사들은 한 달 전만 해도 올해 LG전자가 3조2000억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해왔으나 지금은 2조9000억원으로 눈높이를 낮춰잡고 있다.
LG "5G 선점해 기회로 활용"
LG전자는 "MC사업본부는 북미, 한국 등 주요 사업자 시장에서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특히 새롭게 열리는 5세대(5G) 시장에서 완성도 높고 경쟁력 있는 제품을 적기에 출시해 시장을 선점하고 스마트폰 사업의 새로운 기회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