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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의 동행' 삼성전자와 퀄컴의 질긴 '인연'

  • 2019.03.13(수) 13:29

2세대 이동통신칩, 해외 출시 스마트폰에서 양사 협력
자체칩 개발하며 '탈퀄컴' 시도…자동차 반도체 '격돌'

지금은 '효도폰'으로 불리는 재래식 휴대폰 '피처폰'은 미국 '퀄컴'이란 기업과 인연이 깊습니다. 삼성전자 '애니콜', LG '싸이언' 등 당시 국내 대다수 휴대폰 다수가 퀄컴칩을 쓰면서 소위 말하는 '퀄컴 스티커'가 붙었죠.

최근 나오는 몇몇 국내 내수용 스마트폰은 상자 겉면에 퀄컴이 새겨지면서 그 명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삼성전자와 퀄컴은 인연이 돈독하다 못해 악연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중국 다음 가는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 미국에 판매되는 삼성전자 '갤럭시' 박스엔 여전히 퀄컴 스티커가 붙는데요. 그러면서도 두 회사는 특허권과 관련된 소송전에서 얼굴을 맞대기도 했습니다.

태평양을 건너 멀고 먼 곳에 위치한 두 회사는 왜 이같은 '적대적 공생' 관계를 이어가게 됐을까요.

◇ '정책'으로 이어진 인연

퀄컴은 1985년 미국에서 벤처회사로 개업한 정보기술(IT) 업체입니다. 제품 생산공장을 짓지 않고 반도체 설계만 하는 대표적 팹리스(Fabless) 기업입니다.

창립 이듬해 2세대이동통신 기술인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 특허를 보유하게 됐습니다. 2세대이동통신은 1세대와 달리 전화통화는 물론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기술입니다.

퀄컴은 CDMA를 계기로 한국과 인연을 맺습니다. 정부 정책 때문인데요. 당시 한국은 1세대이동통신 다음 주자로 퀄컴이 개발한 CDMA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그리고 1996년부터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들어갔습니다.

전세계 여러 국가가 비동기식(GSM) 기술을 채택한 것과 정반대되는 행보였죠. 전직 통신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처음으로 CDMA 기술을 채택한 것은 장비 국산화가 한 이유다. 또한 기술 사용료도 저렴해 정부가 퀄컴에 손을 내밀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후 국내 핸드폰은 퀄컴에서 개발한 CDMA 기술을 의무적으로 이용하게 됩니다. 이동통신망에 접속하려면 어쩔 수 없죠. 퀄컴은 이 기술을 쓰는 휴대폰 제조사에 특허권 사용료를 받는 것은 물론이고 의무적으로 스티커를 붙이도록 했습니다. 홍보효과도 일정부분 노린 전략이죠.

퀄컴은 이 인연을 계기로 밑천을 다졌습니다. 이후 미국에서 CDMA가 대세가 되면서 날개를 달았죠. 퀄컴은 삼성전자, 인텔의 뒤를 이어 매출액 기준 세계 3위 반도체 회사로 자리잡게 됩니다. 특히 특허권 사용료가 퀄컴의 곳간을 채우는 마중물이 됩니다. 통신 기술을 바탕으로 핸드폰과 이동통신망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모뎀칩 판매료는 덤으로 따라왔죠.

◇ 퀄컴 벗어나자 

퀄컴은 특히 특허권으로 쏠쏠한 재미를 봤습니다. 퀄컴 사업부의 양대축은 CDMA 기술·기술 라이센싱부가 있는데요. 이 기술 라이센싱부는 지난 3년의 회계연도 기준 세전이익률이 50%를 넘어섭니다. 제품을 개발하는 비용이 드는 CDMA 기술부와 달리 특허료만 손쉽게 '수금'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국내 기업들의 퀄컴 종속 현상은 2세대이동통신을 넘어 3세대, 4세대까지 쭉 이어졌는데요. 국내 핸드폰 제조사들이 모뎀칩을 쓰면서 퀄컴 배만 불려주는 셈이죠. 더군다나 퀄컴은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인 '스냅드래곤'도 납품하며 곳간이 더 두둑해졌습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퀄컴 종속현상을 벗어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였습니다. 대표적으로 '엑시노스' 시리즈를 들 수 있습니다. 모바일 AP, 모뎀칩 모두 엑시노스 브랜드를 달고 있는데요. 내수용 갤럭시에 이 칩을 장작하며 퀄컴 의존도를 줄이려고 고군분투 했습니다.

다만 퀄컴은 이같은 삼성전자의 시도에 '몽니'를 부리기도 했는데요. 퀄컴은 1993년 삼성에 CDMA 특허 사용권을 내주는 대신 모뎀칩 외부 판매를 금지하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모바일 AP에 모뎀칩을 결합한 '통합칩셋' 외부 판매마저 가로막는 족쇄를 단 셈이죠.

삼성전자는 상당히 속앓이를 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특허 갑질'을 이유로 퀄컴에 2016년말 1조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는데요. 퀄컴이 이에 불복하고 취소 소송을 제기했을 때 공개 심문 자리에서 삼성 측 대변인은 '삼성전자가 모뎀칩 사업 철수를 고려했다'고까지 얘기할 정도였습니다.

삼성전자가 퀄컴에 얼마나 이를 갈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 다음은 '자동차 반도체'

삼성전자와 퀄컴의 인연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최근 출시한 갤럭시S10 해외 모델은 퀄컴산 모바일 AP, 모뎀칩을 탑재했습니다. 삼성은 퀄컴의 반도체를 수탁 생산하기도 하는데요. 동시에 세계 시장에서 격돌하는 기묘한 동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다만 두 회사가 언제까지 스마트폰 분야에서만 옥신각신하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스마트폰 다음 두 회사의 '전장'으로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이 꼽힙니다. 자율주행차, 전기차, 통신망과 연결되는 '커넥티드카' 시대가 성큼 다가오면서 자동차에 쓰이는 반도체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계기판, 주행보조 시스템 등 반도체가 쓰일 곳이 무궁무진합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매년 7.1% 성장해 2016년 323억달러에서 2020년 424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 분야 점유율이 미미한 삼성전자와 퀄컴 구미를 당기겠죠.

삼성전자는 일찌감치 자동차용 반도체를 미래 먹거리로 점치고 있습니다. 2015년말 자동차 전장 사업팀을 발족했습니다. 이듬해에는 자동차 전장 전문기업 '하만'을 인수했죠. 또한 자체 차량용 반도체 브랜드인 '엑시노스 오토', '아이소셀 오토'를 보유 중입니다.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엑시노스 오토를 독일 자동차 업체 아우디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올초 발표했습니다. 차량 내 디스플레이 장치, 차량 외부 카메라를 조정하는 등 자동차의 '두뇌' 역할을 하는 국내 반도체가 아우디차량에 탑재됩니다.

또한 올초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19'에서 삼성전자는 하만과 개발한 커넥티드카 조종석 '디지털 콕핏'을 공개했는데요. 운전석뿐만 아니라 모든 좌석의 편의 기능 제어장치를 반도체로 제어하는 기술입니다.

탑승자가 좌석에 앉으면 손 하나 까딱 안해도 자동으로 좌석위치를 조정하고 음악, 영화를 틀어주는 전자동 시스템입니다. 삼성전자는 중국과 유럽 완성차 업체에 이 시스템을 납품합니다. 자동차용 반도체 핵심이 망라된 기술이죠.

또한 퀄컴이 놓친 NXP 인수설도 나오는 등 시장은 삼성전자의 의욕을 높게 사고 있습니다. 앞서 퀄컴은 2016년 NXP를 40억달러에 인수하려다 이를 포기한 바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인수 계획이 없다고 해명하고 있지만요.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이제야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기존 업체 점유율에 네비게이션과 에어컨 온도조절 등 저부가 제품 등이 포함된 만큼 고부가 제품을 제조하면 후발주자라도 해볼만 하겠죠. 퀄컴 텃밭인 스마트폰 부품 시장이 아닌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활약이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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