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 상반기 전략폰 갤럭시S22의 '두뇌'인 '엑시노스2200' 공개를 돌연 연기했다. 엑시노스2200는 삼성전자와 AMD간 그래픽처리장치(GPU) 협업의 첫 결과물로 주목 받아왔다.
엑시노스2200의 출시가 미뤄지면서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내달 출시 예정인 갤럭시S22에 탑재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들린다.
생산차질? "단순 일정 변경일뿐"
지난달 30일 삼성전자는 트위터를 통해 엑시노스2200 공개일을 이달 11일(미국 시간 기준)로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해당 트윗을 조용히 삭제하고 공개일도 '미정' 상태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공개 일정이 변경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제품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공개하는 날짜만 바꿨다는 것이다.
엑시노스2200는 상반기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S22'에 탑재될 예정의 두뇌가 될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로 꼽혔다. AP는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주요 부품이 들어가 '스마트폰의 두뇌'라고 불리는 부품이다.
업계에서는 갤럭시S22의 출시 시점을 내달 초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 신제품 론칭 시기에 맞춰 AP 공개 시점도 미뤘다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작년 상반기 갤럭시S21에 탑재됐던 엑시노스2100을 스마트폰 신제품 공개 이틀 전에 출시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제품의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이 낮아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엑시노스2200은 삼성 파운드리의 4나노미터(nm) 1세대(4LPE) 공정으로 제작되는데, 작년부터 칩셋의 수율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는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엑시노스2200에 쏠린 눈
엑시노스2200은 삼성전자가 경쟁 제품인 퀄컴의 '스냅드래곤'을 극복하거나 혹은 대체할 지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였다. 삼성전자는 엑시노스를 통해 AP 시장에서의 입지를 확대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하지만 경쟁사인 퀄컴에 비해 제품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그간 엑시노스에 암(ARM) GPU인 '말리'를 채택했디다. 이는 경쟁 제품인 퀄컴의 아드레노에 비해 성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결국 엑시노스는 낮은 GPU 성능과 높은 전력 소모 등이 단점으로 꼽히며 입지가 좁아졌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글로벌 AP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20년 3분기 10%대에서 작년 3분기 5%으로 반토막 났다.
순위 역시 중국의 유니 SOC에 밀려나 5위에 머무르고 있다. 이에 비해 대만 미디어텍은 40%, 퀄컴은 27%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순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성능 개선을 위해 자체 개발 대신 미국 AMD와의 협업을 시도했다. 삼성전자와 AMD는 지난 2019년 6월 초저전력·고성능 그래픽 설계자산(IP)에 대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AMD가 RDNA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맞춤형 그래픽 설계자산을 제공하면, 삼성전자는 라이선스 비용과 로열티를 지불하는 것이 골자다.
그 첫 작품이 엑시노스2200이다. 업계에 따르면 AMD의 GPU가 탑재된 엑시노스2200은 전작 대비 CPU 성능이 5%, GPU 성능이 17% 개선됐다.
성능 개선됐지만 격차 여전
엑시노스의 성능 개선에도 스냅드래곤의 경쟁력을 따라잡기에 무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IT 전문매체인 WCCF 테크가 두개 칩셋을 비교해 보니 일부에선 스냅드래곤이 우월한 성능을 과시했다.
엑시노스2200이 스냅드래곤8 1세대보다 멀티코어 성능은 앞서나 싱글코어 성능에선 떨어진 것이다.
이에 대해 WCCF테크는 "문제는 AMD의 GPU에 있다"며 "과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GPU를 다운클럭(프로세서 속도 값을 수정해 더 낮은 속도로 실행하게 하는 것)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열을 잡기 위해 약간의 성능 저하를 택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갤럭시S22에 스냅드래곤 탑재 비중을 늘리거나 혹은 엑시노스2200을 아예 장착하지 않을 것이란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갤럭시S 시리즈에 스냅드래곤 혹은 엑시노스의 칩셋을 적용해왔다. 출시국의 통신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칩을 탑재한다는 것이 삼성전자측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