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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실리는 '이재용 역할론'

  • 2019.02.26(화) 17:00

줄잇는 삼성 방문…마다않는 이재용
투자·고용 약속…5G 등 신사업 육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올해 들어 부쩍 경영보폭을 넓히고 있다. 국내외 핵심인사들과 접촉면을 확대하는 동시에 국내외 사업장을 돌며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한창이다.

핵심 키워드는 '미래'로 압축된다. 메모리 반도체 위기론을 불식시킬 대안을 찾아 현장 속으로 깊이 다가가고 있다. 정부도 경제분야의 성과를 내기 위해 재계 1위인 삼성에 손을 내밀면서 이 부회장의 존재감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하나둘 풀리는 실타래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2월 이 부회장의 석방 이후 삼성전자서비스노조의 합법적인 노조활동을 보장하며 직원 8700명을 직접 고용하고, 반도체 백혈병 갈등의 매듭을 푸는 등 삼성 앞에 놓인 해묵은 과제를 해결하는데 우선순위를 뒀다.

1년 가까운 수감 생활 중 "실타래가 엉망으로 꼬였다"며 막막함을 털어놨던 이 부회장이 더는 과거의 족쇄에 얽매여 경영활동에 차질을 빚게 해선 안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현 정부도 삼성과 관계개선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7월 삼성전자의 인도 휴대폰 생산기지인 노이다 신공장에서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첫 만남이 물꼬를 텄다.

다급한 정부, 삼성 앞으로

한달 뒤에는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가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방문했다. 삼성은 이에 화답하듯 향후 3년간 총 180조원을 투자하고 4만명을 직접 채용하는 내용의 대규모 경제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 방안을 발표했다.

남북관계 개선에도 불구하고 경제분야는 낙제점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던 현 정부로선 삼성의 협조가 절실했던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신년회견에서 '경제'라는 단어를 35회나 언급했던 지난달 10일 이낙연 국무총리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찾아 이 부회장을 만났다.

닷새 뒤에는 문 대통령이 기업인과의 대화라는 형식을 통해 이 부회장과 만남을 이어갔다. 이날 이 부회장은 반도체 경기를 묻는 문 대통령의 질문에 "좋지는 않지만 이제 진짜 실력이 나오는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난달 말에는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가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찾았다. 문 대통령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경제성과를 강조하면서 당·정·청과 삼성전자의 관계가 더욱 밀접해지고 있다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이재용 "약속 꼭 지킨다"

이 부회장도 자신의 역할론을 마다하지 않는 분위기다. 그의 생각은 지난달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과 대화에서 엿볼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작년 하반기부터 수출실적이 부진하면서 국민에게 걱정을 드린 점 송구하게 생각한다"면서 "국제 정치의 불확실성 높아지고 시장이 축소됐다고 하는 것은 핑계일 수 있다. 기업은 그럴 때일수록 하강 사이클에 준비하고 대비해야 하는 게 임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00억달러의 수출기록을 세웠다. 국내 전체 수출액의 15%를 삼성전자 한 곳이 담당했다.

그런데도 이 부회장이 몸을 낮춘 건 재계 1위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부인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 이 부회장은 "대한민국 1위 대기업으로서 '일자리 3년간 4만명'은 꼭 지키겠다"며 "그것이 기업의 의무"라고 덧붙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인공지능·5G·바이오·전장부품 등에서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려 하고 있다.
현장 찾아 '미래사업' 주문

특히 그룹 총수가 미래 먹거리 발굴을 직접 책임지고 있다며 사내 안팎에 보내는 신호는 전보다 더욱 강해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3일 새해 첫 현장경영 행보로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의 5세대(5G) 네트워크 통신장비 생산라인 가동식에 참석했다. 5G는 인공지능·바이오·전장부품과 함께 삼성이 선정한 4대 미래 성장사업 가운데 하나다.

이튿날에는 기흥사업장을 찾아 메모리 사업의 정체를 극복할 새로운 반도체 시장 창출을 당부했다.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분야에선 세계 1위 기업이지만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는 갈 길이 멀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7나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도입해 파운드리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을 시작으로 오는 2030년에는 메모리는 물론 비메모리에서도 세계 1위를 차지하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세웠다. 고객사의 주문을 받아 반도체를 대신 생산해주는 파운드리 사업은 현재 대만 TSMC가 전체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한 세계 1위 사업자다.

대외협력 관계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이 부회장은 최근 국빈 방한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청와대에서 오찬을 함께한 데 이어 26일에는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왕세제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맞이했다.

26일 오후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찾은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가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제공
해외서도 보폭 확대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4일 삼성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 생산기지가 있는 중국 시안 공장을 방문해 해외 반도체 생산현장을 점검한 데 이어 11일에는 UAE에서 모하메드 왕세제를 면담한 바 있다. 모하메드 왕세제와는 불과 2주만에 두 번의 만남이 이뤄지면서 이 부회장이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UAE는 석유 자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혁신 프로젝트인 'UAE 비전 2021'을 추진중이다. 반도체와 5G 등 고부가치 신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다.

특히 최근 매각설이 돌고 있는 세계 3위 반도체 파운드리업체인 미국 글로벌파운드리즈 지분 90%를 보유한 곳이 UAE 국부펀드라 이번 만남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업계에선 파운드리 확대를 추진 중인 삼성전자를 인수 후보군으로 올려놓고 있다.

아울러 UAE는 중동·아프리카 지역 최초로 5G 전면 상용화를 계획 중이라 삼성과 협력 가능성이 점쳐진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경영전면에 나선 만큼 삼성은 확실한 성과를 보여주려 할 것"이라며 "하만 인수 이후 중단됐던 인수합병 등 사업확대 전략이 재가동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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