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과 배임 혐의로 수감중인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이 시가 2500여억원 규모의 차명주식을 관계당국에 자진신고했다.
태광그룹은 10일 "이 전 회장이 선대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차명주식 중 아직 실명전환을 하지 못한 나머지 주식에 대해 관계당국에 자진 신고했다"고 밝혔다.
그룹 측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이 신고한 차명주식은 그룹 주축 계열사 태광산업 보통주 15만주, 대한화섬 보통주 9000주 등이다. 지난 9일 종가 기준으로 각각 2505억원, 9억6750만원 등 총 2515억원어치다.
이 전 회장은 작년말 기준 태광산업 주식 17만6126주(지분율 15.82%)을 쥐고 있는 이 회사 최대주주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율은 42.71%다. 차명 주식 실명 전환을 마치면 이 전 회장의 태광산업 개인 지분율은 29% 정도로 높아질 전망이다.
이 전 회장이 보유한 차명주식은 고 이임용 태광그룹 선대 회장이 사망하면서 남긴 것이다. 이 전 회장은 2011년 12월 세무당국에 이를 신고하면서 상속세 등을 전액 납부했다.
그러나 그 후 이 전 회장의 배임 횡령 등에 따른 형사재판이 계속 진행됐고, 간암 수술 후 장기간 병원 입원 및 치료가 진행 중이었으며, 차명 주식과 관련해 가족간 상속 소송이 제기된 탓에 실명 전환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게 태광그룹 설명이다.
그러던 중 지난 2월 이 전 회장이 서울고법 파기환송심 형사재판에서 3년 실형을 사실상 확정했고, 누나 및 조카 등이 제기한 상속소송도 작년까지 이어진 항소심에서 승소로 정리됨에 따라 실명 신고를 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 전 회장은 "태광그룹의 정도경영에 적극 동참하겠다"며 "그 어떤 잘못도 투명하게 밝히고 이젠 매듭을 짓겠다"는 뜻을 관계당국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수빈 태광그룹 정도경영위원장은 "이 전 회장이 앞으로 모든 잘못을 있는 그대로 밝히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에서 자진 신고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