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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르노삼성]①'몰락의 시계' 빨라진다

  • 2019.04.11(목) 14:38

곤 회장 해임·노사 대립 장기화...釜 공장 '셧다운' 가능성
신차 출시 불투명...미국 고관세율 부과 예고

출범 20년 남짓한 르노삼성자동차가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노동조합과의 마찰이 끝날 조짐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당장 앞으로 생존 여부까지 고심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내수시장에서도, 세계시장에서도 르노삼성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내부적으로 지배구조 이슈도 불거져 있다. 그야말로 내우외환의 상황. 르노삼성의 위기와 그 배경, 그리고 넘어야할 과제들을 진단해본다.[편집자]

르노삼성자동차의 출발은 야심찼다. 삼성이 그룹차원에서 자동차사업을 키우겠다며 '삼성자동차'를 출범시켰고,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다.

하지만 외환위기는 삼성자동차의 운명을 바꿔버렸다. 삼성자동차는 아직도 자동차 전문가들 사이에서 명차로 평가받는 'SM5' 시리즈를 내놨지만 이내 간판을 바꿔달아야 했다.

프랑스 자동차 회사 르노그룹에 넘어가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수 조원 공적자금을 들여놓고 헐값에 팔리면서 국부유출 기업이라는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이후에는 제법 입지를 다져갔다. '삼성차'라는 기존 이미지와 닛산 기술력이 더해지면서 르노삼성만의 기술력과 상품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SM5에 이어 SM3, SM7 등 세단 라인업을 완성했고, 국내시장에서 현대차의 경쟁상대로까지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끝내 현대·기아차의 벽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를 타고 온 한국GM의 물량 공세도 예상보다 거셌다. 모기업의 잦은 교체와 노사 갈등으로 혼란을 거듭하던 쌍용차마저 르노삼성에겐 종종 버거운 상대였다.

무엇보다 외국계 모기업에 의존해야 하는 태생적 한계가 르노삼성의 성장을 방해한 결정적 원인이었다. 작은 한국 시장에 대한 르노그룹의 소극적 태도에 적시적기의 신차 배정을 기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였다. 실적이 안좋을수록 르노의 무관심은 더욱 심해졌다. 내다 팔 차가 없으니 매년 신차로 무장한 경쟁사들을 이겨낼 재간이 없었다.

이런 구조는 르노삼성의 경쟁력을 떨어뜨렸다. 일단 판매량이 급감했다. 2000년대 만해도 10만대를 넘나들던 연간 내수 판매량은 2013년 5만대까지 무너졌다. 2016년 SM6와 QM3의 연이은 흥행으로 10만대 재진입에 성공했지만 2년 만에 다시 주저 앉았다.

지난 2018년 르노삼성의 내수 판매량은 9만 369대로로, 군산공장 폐쇄와 본사 철수설로 홍역을 앓은 한국GM(9만3317대)보다도 적었다.

시장 점유율도 급격히 하락했다. 2010년 12.8%를 기록했던 것을 정점으로 줄곧 한 자릿수 대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는 급기야 4%까지 떨어졌다. 내수시장서 르노삼성의 존재감은 거의 사라진 셈이다.

◇'우군' 사라진 지배구조...釜 공장 가동률·생산량 급감 현실화

문제는 20년간 이어진 부진의 흐름이 앞으로는 압축적이고 빠르게 일어날 수 있다는 데 있다. 최근 변화된 르노삼성의 지배체제가 이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르노삼성의 최대주주는 르노그룹이다. 르노그룹은 닛산·미쓰비시와 연합해 만든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를 통해 르노삼성을 지배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 에 변화가 생겼다. 15년간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를 이끌어 온 카를로스 곤 회장이 해임된 것. 작년 말 자산 신고 축소와 회사 자금 개인 유용 혐의가 포착돼 일본 경찰에 체포됐다.

곤 회장은 3사 얼라이언스의 경영은 물론 이사회 의장까지 맡을 정도로 막강한 권한을 가졌던 인물이다. 동시에 르노삼성에 매우 우호적인 인물이었다. 지난 2012년 가동률이 반토막 난 부산공장을 살리고자 닛산차 일감을 부산공장에 위탁시킨 사람이 바로 곤 회장이었다.

곤 회장의 부재는 르노삼성의 입지를 더욱 좁아지게 할 가능성이 높다. 당장 부산공장에서 닛산차를 생산하는 것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우려는 벌써 현실이 되고 있다. 일본 닛산은 지난 10월부터 시작된 르노삼성 노조의 파업을 이유로 닛산 '로그'의 위탁 물량을 연 8만대에서 6만대로 줄이겠다고 통보했다. 로그는 르노삼성의 연간 세계 판매량(21만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차량으로, 오는 현 상황에서는9월로 위탁계약마저 종료된다.

로그의 생산 감소가 현실화 된 가운데 오는 9월 종료 전까지 르노그룹이 추가 물량을 배정치 않으면 부산공장은 '생산절벽'은 물론 '셧다운'(공장 가동 중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노사 갈등 정점·美 관세부과 '예고'...SM6·QM3 후속 '깜깜'

그러나 르노삼성에겐 반전의 카드가 없다.

르노삼성의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는 노사간 대립은 연일 정점을 치닫고 있다. 르노삼성 노사는 작년 임단협을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한 탓에 노조가 7개월째 부분 파업을 반복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난 9일 사측 대표인 이기인 부사장이 사퇴하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정부는 25%의 관세 부과를 앞세워 한국 자동차 업체를 벼르고 있다. 국내 5개 완성차 중 가장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르노삼성으로선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로그 후속 물량을 배정받을 가능성이 더욱 낮아진다. 르노삼성이 생산한 로그는 전량 미국으로 수출되기 때문이다.

신차 계획도 불투명하다. 업계 꼴찌인 판매량과 점유율을 끌어 올리기 위해선 SM6와 QM3 등의 인기를 이어갈 신차가 필요한 데 르노삼성의 신차 소식은 깜깜하기만 하다. 자칫하면 3년 전 출시한 SM6와 QM3 혹은 이들의 연식 변경 모델로 경쟁사들의 신차를 대응해야 할 판이다.

르노삼성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는 판매 지표에 여실히 드러난다. 르노삼성은 지난 1분기 총 3만 9210대를 팔았다. 2014년  9월 일본 닛산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를 수탁 생산한 이후 분기 판매량이 4만대 밑으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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