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외형은 커졌지만 수익성은 여전히 마이너스다. 신차를 매년 내놓으면서 내수시장 3위 자리를 굳혔지만 좀체 나아지지 않는 나라 밖 실적도 아쉽다. 지난 3월 쌍용자동차를 떠난 최종식 전 대표이사의 마지막 분기 경영 실적 얘기다. 하지만 이 시기뿐만이 아니다. 그가 쌍용차를 이끌어온 지난 4년 경영 궤적 전반이 꼭 이랬다.
쌍용차는 지난 1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 9332억원, 영업손실 278억원, 순손실 261억원의 실적을 거둔 것으로 잠정집계했다고 29일 밝혔다. 작년 같은 기간과 견줘 매출은 15.4% 늘었지만 영업손실과 순손실은 각각 11.1%, 23.7% 줄이는 데 그쳤다. 영업손익은 아홉 분기째 적자 지속이다.
매출은 매년 1분기 기준으로 이 회사 창사 이래 최대였다. 이는 '렉스턴 스포츠 칸'과 신형 '코란도' 등의 신차 효과다. 쌍용차는 1~3월 석달간 3만4851대를 팔았다. 작년 1분기보다 13.7% 늘린 판매고다. 내수에서는 2만7350대, 수출은 7501대로 각각 14%, 12.4% 늘었다. 이와 별도로 반조립 제품(1224대)도 수출 선적했다.
내수 판매는 매해 1분기만 따졌을 때 2003년(3만9084대) 이후 16년 만에 최대였다. 국내 생산 완성차 중 내수 점유율은 7.6%로 0.9%포인트 높이며 내수시장 3위자리를 굳혔다.
매출은 판매량보다 더 큰 폭으로 늘었다. 상대적으로 판매 단가가 높은 중대형 SUV 브랜드인 '렉스턴'의 판매 비중이 50.8%로 확대된 것이 배경이란 설명이다. 렉스턴 스포츠(칸 포함)가 내수서 1만1804대로 전년 동기대비 42.8% 많은 판매고를 올렸고 2월말 출시한 코란도는 3월 한 달 전년보다 787.9% 많은 2202대가 팔렸다.
하지만 매출 못지않게 매출 원가도 늘었다. 작년 1분기 7187억원이던 것이 올 1분기에는 8189억원으로 13.9% 증가했다. 매출원가율은 88.9%에서 87.8%로 1.1%포인트 낮아졌다. 현대·기아차의 80%대 초반(각각 지난 1분기 83.7%, 82.1%) 원가율과 비교하면 5%포인트 안팎 높은 수준이다.
그 결과 매출총이익은 1143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6.9% 늘었다. 하지만 이보다 판매관리비(판관비)가 더 들었다. 올 1분기 판관비는 신차 연구개발(R&D) 비용과 신차 판매촉진 비용 등이 더해지면서 전년동기 대비 17.1%늘어난 1421억원이 쓰였다.
이 탓에 영업손익 적자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영업손실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5억원 줄인 데 그쳤고, 영업손익률도 0.9%포인트 개선했지만 -3%다.
다만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는 301억원 흑자로 전년동기 대비 33.5% 늘어난 게 긍정적이다. 이 지표에서는 무형 자산으로 잡아뒀다가 1~4년에 걸쳐 비용으로 처리하는 신차 개발비 등을 빼고 따진다. 신차 출시 초기라 다른 때보다 개발비 상각 비중이 크다는 걸 강조하는 숫자다.
이런 올 첫분기 쌍용차의 실적은 최종식 전 사장이 회사 대표이사로 재직한 4년 경영성적의 압축판이라는 평가다. 최 사장은 취임한 2015년부터 티볼리, 티볼리 에어, G4 렉스턴, 렉스턴 스포츠(칸), 신형 코란도까지 매년 1~2개의 신차를 선보였다. 이를 통해 사업 외형은 어느정도 회복시켰다. 하지만 수익성까지 끌어올리지 못한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2015년부터 작년까지 쌍용차는 연 평균 3조5546억원에 영업손실 343억원, 총 16개 분기 평균 평균 8886억원의 매출과 8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흑자를 낸 해는 티볼리가 히트를 친 2016년(281억원 영업이익)뿐이고, 흑자 분기는 2015년 4분기와 2016년 1·2·4분기 단 네 분기다.
최 사장 취임 전인 2014년과 임기 말에 근접한 작년을 비교하면 매출은 4년간 11.4%, 매년 2.8% 늘었지만 영업손익은 4년 전이나 작년이나 여전히 큰 차이 없는 적자다. 그러는 사이 주식가격은 반토막 났다. 2015년 초 주당 1만원 안팎에 거래된 쌍용차 주식은 현재(29일 종가 기준) 5210원이다.
쌍용차는 오는 6월 티볼리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하고 신형 코란도 가솔린 모델을 하반기 출시해 내수시장 판매를 강화할 예정이다. 수출은 신형 코란도와 티볼리 부분변경 모델을 6월부터 추진하고 인도 호주 등으로의 판촉 강화, CKD 확대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 3월말 최 전 사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취임한 예병태 대표이사는 이 같은 전략을 통해 외형뿐 아니라 수익성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앞으로도 신규 라인업을 통해 잠재력 큰 해외 신시장을 개척해 글로벌 판매 확대를 이루는 한편 수익성 역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