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LG화학-SK이노베이션, '2차 배터리 전쟁' 이유는?

  • 2019.04.30(화) 13:35

LG "영업비밀 침해 광범위"…SK "정당한 채용" 반박 
SK이노베이션 공격적 수주전략, LG화학 자극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에 영업비밀 침해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둘러싼 국내업체간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이들 모두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중인 만큼 치열한 경쟁심리도 작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을 둘러싼 소송전은 과거에도 있었다. 양사는 배터리 핵심소재 분리막 제조기술 특허 관련 소송전을 수년간 치룬 바 있다. 두 회사는 2014년 소송을 취하하며 극적으로 화해했다.(※관련기사 : "소모적 싸움 그만" LG화학-SK이노베이션, 특허소송 끝냈다)

다만 이번 소송은 이전과는 결이 다르단 얘기가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의 위상이 과거 소송전을 벌였을 때와 달리 LG화학의 입지를 위협할 만큼 성장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국내 LG화학, 삼성SDI와 비교해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상대적으로 늦게 시작했다. LG와 삼성은 핸드폰 제조사 등 전자제품 계열사를 통해 전지사업을 1990년대 중후반부터 키울 수 있었던 반면, SK는 이같은 계열사가 그룹에 없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출발이 늦었지만 최근 급성장하고 있다. 2017년 8월 말 세계 최초로 니켈·코발트·망간(NCM)이 8대1대1 비율로 구성된 전기차 배터리를 만들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車 배터리 분리막 이어 두 번째 소송전
폭스바겐 美 물량 기점 갈등 폭발 관측

또한 공격적 영업전략을 바탕으로 올해 3월 말 기준 전기차 배터리 사업 누적 수주잔고는 430기가와트시(GWh)로 2016년 말(30GWh)에 비해 13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연간 기준 전세계 배터리 시장(중국 시장 제외)에서 점유율 7위를 기록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역량이 '자사 따라하기'에 기반을 뒀다고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과 동일하게 파우치형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한다.

더군다나 최근 LG화학 핵심 인력을 대거 스카우트하는 전략을 펴 업계에선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만 따라하면 된다는 전략을 세운 거 아니냐'란 얘기까지 돌았다.

LG화학 관계자는 "이번 소송 범위는 배터리 생산, 관리, 판매 및 영업 등 사실상 전기차 배터리 사업 전분야에 해당한다"며 "SK이노베이션이 그간 LG화학의 영업비밀을 광범위하게 침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LG화학은 지난해말 기준 전세계 배터리 시장(중국 시장 제외) 점유율 2위를 기록했다. 또한 국내를 비롯해 순수 전기차 시장 점유율 약 90%를 차지하는 미국, 중국, 유럽 3개 지역에 전기차 배터리 생산거점을 구축한 유일한 업체다.

LG화학이 폭스바겐 전기차 배터리 수주전에서 SK이노베이션을 이전보다 더 크게 의식했단 분석이 제기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폭스바겐이 미국에서 생산하는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생산기지를 짓고 있다.

당초 미국 현지에 생산기지가 있는 LG화학이 유력 후보로 꼽혔지만, SK이노베이션의 공격적 수주전략에 백기를 들었단 후문이다.

김병주 SNE리서치 상무는 "LG화학에게 있어 폭스바겐은 주요 고객사"라며 "폭스바겐이 2030년까지 전기차 900만대를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배터리 양만 연간 150GWh에 이를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LG화학이 폭스바겐에 배터리 납품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할 만큼 불만이 상당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 이번 소송은 매우 중요하다. 미국이 중국 다음 가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인 만큼, 제품 수출·판매가 원천 봉쇄되면 성장세에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SK이노베이션이 적극적으로 반박에 나선 이유다. 경력직원 채용이 LG화학 영업비밀 유출 목적이 아닌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진행됐다는 것이 SK이노베이션 주장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SK는 글로벌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제품력을 기반으로 하여 투명하고 윈-윈에 기반한 공정경쟁을 통해 전기차 배터리 사업 영업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상당기간 양측의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만일 LG화학의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SK이노베이션의 미국시장 공략은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